• 남덕우 전 국무총리(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가 노무현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과 자세를 또 한번 비판했다. 정치지도자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가이념을 무시하고 정부가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 한국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서강학파’의 핵심인물인 남 전 총리는 27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시장경제연구소 개소식 기념강연에서 ‘시장경제의 이론과 실제’라는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 전 총리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라는 국가이념을 정치 지도자들이 힘써 창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들도 왜 국가 이념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 전 총리는 특히 “국가가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긴 생명을 갖는 국가이념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정신적 구심점 없이 개인의 권리만 주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려 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민이 국가이념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 노력”이라며 “국제적 비전이 없는 정치는 값싼 민족주의에 안주하려 하고, 국내 비전이 없는 정치는 편가르기로 정치명맥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과 그 실행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남 전 총리는 “과거 정권이 소득분배∙사회보장제도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제한 뒤 “지금 국민연금∙의료보험 등의 적자가 큰 문제로 제기되는데 참여정부는 이를 해결할만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 정부는) 당면 문제를 과거 정권의 탓으로 돌리려 할 뿐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별로 한일이 없다”고 노무현 정권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정부 규제가 실패하는 이유는 우선 필요하고 확실한 정보없이 정책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정부 당국자가 시장경제 운용원리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정책을 운용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의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평준화를 강조하면 경쟁적 발전과 향상이 저해된다"면서 "결과가 아닌 기회평등을 추구하는 동시에 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별도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을 연 시장경제연구소는 지난 70~80년대 시장우위의 정책개발을 이끌었던 서강학파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시장경제 연구와 정부정책 진단을 위해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해서 여러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서강대 부속 연구소다.

    원로격인 남 전 총리와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등이 연구소 설립에 참여했고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특히 진념 전 경제부총리,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등 노 정권에 비판적인 정제계 인사들이 자문위원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