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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언론탓'에 앞장서온 청와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5.31 지방선거 이후 냉담한 국민여론과 극심한 당청 정책갈등 속에서도 '뜬금없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비서관들의 이력을 소개해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양 비서관은 특히 일부 비서관이 자신과 운동권 인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386 운동권이 나라 망치고 있다'는 국민적 분노와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아랑곳하지않는 태도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의 9번째 당의장을 맡은 운동권 출신의 김근태 의장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걸 더 이상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니지 않겠다"고 말한 현실과도 너무나도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양 비서관의 글을 접한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금 청와대가 연예가 중계나 하며 히히덕거릴 때냐"고 혀를 찼다.
14일 양 비서관은 청와대 홈페이지 내에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긴장하고 시간에 쫓기는 삭막한 곳이지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청와대 참모진의 이력을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소개한 비서관들에게 '쉘위댄스 실장, 샌드페블즈 비서관, 소림사 가족' 등 별명을 붙여가며 소개했다.
양 비서관은 "가치와 신념을 함께 하고 있다는 공통점 말고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상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인 조직"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상 소개한 참모진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관료 출신과 운동권 출신으로 크게 양분된다. 과연 관료출신의 청와대 비서관이 가치와 신념을 함께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랜 농림부 관료를 지내 부처 공무원이라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윤장배 농어촌비서관이 서울대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 출신이었다는 점을 양 비서관은 자신만 아는 양 길게 소개하기도 했다. 윤 비서관의 그룹사운드 경력은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양 비서관은 "'딴따라'라고 부모님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했던 윤 비서관이 우연찮은 기회에 고시공부를 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또 취미가 '댄스'여서 '쉘위댄스 실장'이라는 재경부 관료출신인 권오규 정책실장에게 "'댄스를 사모님하고 해도 재미있습니까'라고 짓궂게 물어봤다"고 전했다.
"가슴으로 부동산 정책만든 운동권출신 비서관" 칭송
"시민운동단체 출신 비서관과 예전에 수박장사도 했다" 자랑도
양 비서관의 글에서 운동권 출신 비서관을 치켜세우는 부분은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 지경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자 '국민의 탄핵'이었다는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양 비서관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런 저런 말도 있지만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은 가슴으로 정책을 만든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양 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노 정권의 8.31부동산 정책을 다듬은 학자'라고 한다.
양 비서관은 최근 한 언론이 김 비서관을 두고 "과거 철거민운동을 한 운동권출신이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다는 보도를 했다"며 "빈민운동을 했으니 부동산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은 대단히 무식한 얘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반대로 투기꾼이나 부동산 브로커, 부동산 부자가 정책을 입안한 것보다는 낫지않겠느냐"는 어이없는 비유를 끌어붙였다.
시민단체 출신인 소문상 기획조정비서관에 대해서는 '비서실의 전략통'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과 함께 2인조 수박장사를 했다고 양 비서관은 자랑했다. 또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은 어릴 적 '2백만원'의 빚을 갚고자하는 집안 어른들의 '소망'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이 수석은 국정홍보처 차장 시절 '박정희 시대는 고성능 자동차, 노무현 시대는 신형 비행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교 교장이었다면, 노 대통령은 대학 총장 격'이라는 등 노무현 찬양에 목청높이다 자리를 청와대로 옮겼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보좌역으로 선거운동을 한 이후 청와대에 진출한 양 비서관은 "톱 기사가 없으면 차라리 백지로 내라" "소설 같은 기사, 기사 같은 소설" 등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인해 유명세를 탔으며, 지난해 '날치기 사학법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투쟁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서도 "가출한 박 대표는 돌아오라"는 '안하무인'격 막말을 퍼부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