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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박근혜와 피해자 DJ가 화해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내세운 ‘박근혜-DJ 연대론’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남을 상징하는 정치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와 ‘악연’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화해’는 넓게는 우리 정치사의 오랜 숙제인 ‘동서화합’을, 좁게는 한나라당 호남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영남 지역에서 20%대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호남에서 한자리수 득표율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2007년 대선도 힘들다고 보고 있다.
호남 민심의 향배는 한나라당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확실한 지지층인 영남표 이외에 ‘플러스알파’인 호남표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대선 후보의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박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DJ와의 화해를 통해 ‘박정희의 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가 호남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04년 임시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첫 지방 방문 일정이 5·18민주묘역 참배였던 것처럼 당 대표를 맡고 있는 동안 누구보다 호남을 자주 방문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순회 정책투어’의 첫 방문지도 호남이었으며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스타트도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끊었다. 또한 광주시장 후보로 한영 전 광주여성단체장협의회장을 영입하면서 당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것도 호남에 대한 박 대표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표의 ‘호남 공들이기’에도 불구하고 호남 민심을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 3일 호남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표는 1.7%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압승을 이끌었던 ‘박풍(朴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6.9%의 지지율을 기록, 65.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호남 출신 고건 전 국무총리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친박(親朴) 성향의 한 당직자는 “호남에서는 박 대표보다 이 시장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호남사람들은 청계천 사업 등에서 보여준 이 시장의 추진력이 낙후된 호남 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시장의 경우 과거 한일협정에 반대했던 6.3세대이자 경제발전의 주역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박 대표에 비해 호남인들의 반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남다른 노력에도 호남 민심이 달라질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박 대표 측에서도 ‘박근혜-DJ연대론’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다른 대선후보들보다 '가해자'로 인식돼 있는 박 대표가 DJ와 화해했을 때 그 효과가 배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 측근인 김무성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DJ와 한나라당의 화해는 내가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던 것으로, 그렇게 되면 지역감정의 벽을 허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박 대표 측은 오는 15∼17일 광주시와 김대중도서관 주최로 열리는 ‘광주 노벨상 수상자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박 대표가 그 마무리로도 ‘호남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잦은 발걸음으로도 박 대표의 ‘호남사랑’이 지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을 경우 ‘박근혜-DJ연대론’은 박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표가 DJ와 손잡기에는 여건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DJ측이 박 대표와 정치적 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에서 세력을 확실하게 회복한 민주당이 'DJ의 적자'임을 자부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있을 정계개편에서 중심에 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열린우리당도 여전히 DJ를 당의 정신적 지주로 생각하며 민주당과 'DJ잡기'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박 대표의 지지세력이 'DJ와의 제휴'를 수용할 것인가도 지난한 문제다. 박 대표를 지지하는 영남세력이나 보수세력이 여전히 DJ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만약 두 사람간의 제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경우 박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호남이라는 산토끼를 잡으려다 영남과 보수세력이라는 집토끼가 등을 돌려 결국 손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대표가 DJ가 손을 잡는다하더라고 그 수준은 아주 낮은 수준이거나 상징적인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표가 호남인을 향해 박정희 시대와 관련해 일정 정도의 유감표명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 역시 득실계산이 만만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의견이다.
그러나 정치세계에서 대권을 향한 이합집산은 그 누구도 단정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우리 정치사가 증명하고 있는 만큼 박 대표와 DJ의 제휴나 화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주요 화두중 하나로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