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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민주당과의 통합론’ 발언 직후 불거져 나온 당내 영남권 출신 인사들의 반발 과정을 놓고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영남권 신당’ 출현의 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당내에서 ‘영남 맹주’로 평가받는 이강철 청와대 정무특보와 김두관 최고위원이 잇따라 정 의장을 향해 “정치적 꼼수” “당을 떠나라”며 공격하고 나선 것이 영남권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모종 움직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설명이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각을 세우고 나선 모양새나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이 당내에서 만연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같은 상황을 등에 엎고 영남권 신당 창당을 통한 열린당의 '창조적 파괴'쪽으로 당내 영남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겠느냐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어차피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단 ‘선수’를 치고 나감으로써 현재 관망세를 보이는 당 소속 의원들을 요동치게 만들어 기선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 의장을 향해 “지방선거 투표일 전까지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하길 요구한다”고 언급한 점도 선거 이후 벌어질 판세에 대해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당내 의원들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정략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다.당장 영남 인사들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당내 ‘친노․영남그룹’과 주류세력, 호남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광주 출신의 염동연 사무총장은 당장 이날 오전 불교방송에 출연,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적전분열이라고 할까, 자중지란이라고 할까 참으로 곤혹스럽다"면서 ”2000명이 넘는 당 소속 후보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이같은 발언에 앞서 당내 개혁당그룹 계파의 좌장격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사전에 의견조율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어차피 이런 움직임이 노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고 선을 긋더라도 당내 의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과 “(민주당과의 통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의지”라고 한 발언을 놓고서도 당 안팎에서는 이미 ‘영남권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었느냐 하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문 수석의 발언으로 잠복해 있던 민주당통합론자들과 영남 출신 인사들간에 갈등이 이번에 터진 것이라는 애기다. 당시 통합론자들은 “참여정부는 광주와 호남이 탄생시켰다”면서 현 정권을 부산정권으로 부른 데 강한 불쾌감을 내보였었지만 영남출신 인사들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또 “(문 전 수석의 발언을) 지역감정으로 곡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은 다들 알고 있지만, 이후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의주시만 하고 있다”면서 “(이번 영남권 인사들의 발언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의원들을 요동치게 해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구도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당내 계보가 전반적으로 요동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계는 물론 김근태 최고위원계로 분류되는 재야파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당내 한 영남 출신 인사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강철 정무특보의 발언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의 (민주당과의 통합을 언급한) 정 의장의 발언이 적절한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영남권 신당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또 김두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오버한 것이다. 해당행위로 선거가 끝난 뒤, 공식적으로 책임을 묻는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경남지사 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니까,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한 비겁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