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으로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 정동영 의장 등 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현재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이번 사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전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긴급평당원임시총회 제안이 제기된 상황이다.
정 의장 등 당 지도부 전원이 총사퇴하고 비상지도부체제를 꾸린 뒤 강금실 진대제 후보 등 지방선거 유력 후보자를 선거 전면에 내세워 최악의 상황만은 면해보자는 것인데, 책임론 문제는 당내 각 계파간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칫 지도부 공백 속에 전국적인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간당원 박철훈씨는 이날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매우 비상한 정국인데, 그들은 지도부를 유지하며 끝까지 의원직을 고수하며 말의 성찬으로 끝내려 한다”면서 “이런 구태가 사라져야 한다. 이제는 현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남은 6일간을 이끌 비상선거체제의 총본부장으로 강금실 진대제 두 후보를 내세워 이들이 모든 선거의 직접적 리더가 돼 마지막 대국민호소를 하고 진정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당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위한 평당원 궐기대회를 제안하며 “탄핵 바람에 얼떨결에 국회의원 배지 달고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열린당 의원들이 현실을 이렇게 만들었다”면서 한탄했다. “무능한 지도부와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열린당 금배지들을 생각하면 국회의원 총사퇴라도 요구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또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 전원이 25일 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고 비상총회를 소집해 대국민호소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서도 “비상총회를 소집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총사퇴 결의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 이토록 처절한 추락이 예상되는데도 무기력한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 평당원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했다.
당원들의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당내 각 계파를 중심으로도 책임론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우선 25일 오전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당직자, 고문 등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총회’에 적잖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싹쓸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지방선거 책임론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들이 물밑에서 오고가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실제 염동연 사무총장이 23일 당을 향해 “지난 2월 전당대회 이후 당이 한 게 뭐냐”고 강한 톤으로 비판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신중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 요즘에 심지어 지방선거 후보들까지도 당이 어려워지니까 지도부를 공격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고 이게 악순환의 연속”이라면서 “집권당, 국민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인 것도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지만 서울시장 출마선언 때부터 선거 내내 당에 쓴소리를 했던 강 후보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이도저도 안되니까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내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4일 뉴데일리와 만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은 정 의장에게 있지만, 애초부터 열세였던 판세와 박 대표 피습 사건, 선거내내 당을 비판한 강금실 후보를 언급하면서 정 의장의 전적인 책임만으로 비쳐지는데 대해서는 한발비켜서려는 당내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왜 중요한 선거에서 그렇게 당을 비판할 수가 있느냐’고 강 후보를 향해 이번 선거에 대한 책임문제도 거론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불어 닥칠 책임론 등의 당 내부의 격한 논쟁의 시선을 환기 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정 의장이 24일 전남 광양지역 지방선거 지원유세에 나서 “민주평화 개혁세력인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언급을 꺼낸 것이나, 최근엔 5년 단임의 현행 대통령제를 “부자연스러운 대통령 무책임제”라고 비판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한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 후보도 선거의 승패보다 ‘인간 강금실’ ‘여성 강금실’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이미지 알리기로 선거전략을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측면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당내 책임론 분위기 환기를 위해 정 의장은 별도로 ‘나에 대한 심판을 묻겠다’는 차원에서 신계륜씨의 의원직 상실로 재보궐선거 대상이 된 서울 성북을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라면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