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납북자 문제에 무관심한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가의 선봉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인 김정일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인권 편에 설 것인가를 잘 판단하길 바란다”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동생 데쓰야(37)씨가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부친 요코다 시게루(73)씨와 함께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건물 내 납북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자신의 자형인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와 누나 김영자(48)씨를 만났다.
데쓰야씨는 “누나가 납치당한 후 우리 집은 암흑세계와 같았다. 20년 넘게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눈앞에서 보고 살았는데 김씨 가족을 보니까 그것이 한꺼번에 생각나서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울먹이면서 “세상은 이 문제에 대단히 무관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국가는 대응이 늦다. 그러나 가족들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북한에 있는 김영남씨의 한가지 희망이 김혜경일 것”이라며 “지금도 김씨가 어머니와 누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아버지' 하는 누나 목소리도 들린다. 다 해결될 때까지 함께 노력해서 잘 헤쳐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가족이라면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누나가 죽었다는 북한의 발표를 믿지 않으며 북이 사망 증거를 대지 못하는 것이 살아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감정적으로 조카 김혜경양을 만나고 싶지만 그것이 누나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져 북에 유리한 효과를 가져온다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적대감을 내비쳤다.
민간차원에서 성사된 이번 상봉에서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씨는 최씨를 향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같기 때문에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며 “김씨가 ‘강금상태’라고 하던데 김씨의 송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 걱정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1978년 8월 누나가 북한에 의해 납치된 사연을 가진 일본의 납북자 모임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 연락회'의 마쓰모토 테루아키 사무국장은 “납북자들이 김정일 독재정부 하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땅에서 남은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들이 자유의 땅에 돌아올 수 있는 때까지 북한정부와 싸워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만남을 주선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15일 오후 11시 일본 외무성 관계자와 함께 김씨 가족을 만나 김씨로 추정되는 김철준씨의 몽타주와 친필로 추정되는 편지, 김씨와 메구미가 거주했던 북한지역을 표시한 지도와 사진 3장, 이들이 만나게 된 과정, 그밖에 신상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영자씨는 “아버지가 인중이 짧으셨는데 몽타주의 인중이 짧고 코가 날카로운 모습이 아버지와 흡사해 동생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조건 없는 납치 피해자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 연대 추진 및 강력한 대북한 제재를 촉구했다. 양측 가족은 또 미리 준비해 온 선물을 주고받았다.
요코다 "납치문제 해결위해 한∙일 협력 필요"
이에 앞서 요코다 가족 및 일본측 일행은 한국 내 납북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소재 납북자가족협의회(회장 최우영) 사무실을 방문했다. 요코다씨는 “한국에 와서 젊은이들이 납치피해자 단체에서 자원봉사하는 것을 보니 반갑다”면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 단체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납치피해자 가족인 히라노 후미코씨는 일본 정부가 제작한 납치 포스터를 들어 보이며 “동생 루미코(당시 24세)가 28년 전 남자친구와 함께 납치됐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가 여동생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사무실내 테이블 위에 놓인 장식용 트리에 노란색 리본을 달며 납북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협의회 건물 옥상에서 '10만 납북피해자를 가족의 품으로'라는 주제로 풍선날리기 행사를 가졌다.
요코다씨는 이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소재의 다른 납북피해자 단체인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대표 이미일)’ 사무실을 찾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고 정부를 움직이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요코다씨 일행에게 (6.25전쟁 중) 한국인 납치피해자 명부를 보여주며 납북자 현황을 소개하면서 “메구미도 김영남도 곧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란다. 북한의 납치테러가 세계적으로 여론화돼 북한 정권이 버틸 수 없게 되도록 납치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요코다씨는 28일 도쿄에서 열리는 일본국민대책회의에 김씨 가족을 비롯한 한국의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초청해 함께 호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7일 오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예방할 예정이다.
이날 상봉에는 무지개재단의 김성오 이사장,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공동대표, 기독교사회책임 정베드로 목사, 자유청년연대 최용호 대표, 반북활동가인 독일인 노베르트 폴러첸, 일본의 납북자 모임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 연락회'의 마쓰모토 테루아키 사무국장, '북한에 의한 피랍자 가족 연락회'(가족회)의 니시오카 쓰토무 부회장 납치피해자 가족인 히라노 후미코씨와 납북자 가족들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