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이야기는 다 알거든요. 좋은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말씀은 없으십니까? 원론적인 이야기 말구요”

    17일 국회에서 열린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한 내정자의 직무수행능력과 이해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대북 정책에 대한 한 후보자의 대답에 이같이 답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지 말고 구체적인 답변을 해달라”고 한 후보자의 답변태도를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을 감싸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악화시키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인권실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야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고조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연착륙할 수 있는 과정을 밟아 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북한이 개방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60년동안 변해오지 않던 체제가 그런 식의 안이한 접근으로 해결되겠느냐.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체제 변화를 가속화 하는 길이 아니겠느냐”며 “그런 안일한 낙관론이 앞으로 대북정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한 후보자의 정책능력 부적격성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약자를 위한 정책을 이념적으로 좌파정책이라고 여긴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이 의원은 “좌파라고 얘기를 들어도 꼭 정책적으로 실현시켜야겠다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한 후보자는 “서민을 위한, 약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런 생각은 무식한 사람이 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서민을 위해 우파도 일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이념이 뭔지 모른다면 (총리로서의) 자격미달”이라며 맞받아쳤다.

    당적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공방에서 한 후보자의 정책과 관련된 이론적인 전문성의 부족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역대 총리도 당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에 이 의원은 “잘못된 발언이다. 확인해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후보자는 이어 당적이탈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과 장관이 당적을 가지고 있는데 왜 총리에게만 유독 당적을 이탈하라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법적으로 합법적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반드시 당적이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법을 만들어 주면 포기하겠다. 나는 공정선거를 치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대통령은 정당을 걸고 선거에 나서지만 국무총리나 장관은 정당에 의해 선택 받은 게 아니라 지명되는 것”이라며 “선거 관리에 책임이 있다”고 역할을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NLL(북방해양한계선)이 무엇이냐’는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의 질의에 한 후보자가 한참 머뭇거리다 ‘국방한계선’이라고 답하며 즉답을 못했던 것. 이에 김 의원은 “용어도 모르고 걱정스럽다. 그래가지고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심히 국가안보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자 한 후보자는 “우리나라는 NSC도 있고 국방부도 있기 때문에 대북 문제에 대해 협의를 통해 더욱 관심을 갖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교육정책에 관련한 한 후보자의 왜곡된 시각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열린당 정동영 의장이 대학특례입학 5%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한 실업고 문제와 관련, ‘대학입학을 위해 편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의 지적에 대해 “실업고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대학을 가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업고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