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택 의원 탈당과 강현욱 전북지사의 당내 경선 불참 선언 등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작업에 대한 파열음이 당원들의 급작스런 동요로 이어지는 등 심상치 않는 방향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당원들 사이에서 열린당의 창당취지와 당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본격 조성되면서 급작스런 동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다가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는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식의 새로운 정치적 모임체를 조직화하려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정치적 모임체를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사모’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면서 한국정치사에 이슈를 불러일으겼던 점을 감안할 때 지방선거 이후 당내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공산이 다분한 상황이다. 당원들의 급작스런 동요 등 이같은 움직임은 28일 현재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간당원 임봉철씨는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움직임으로 비롯된 공천파열음과 관련, “이것이 정녕 우리당의 참모습이요, 백년정당·개혁정당으로서의 진면목인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기득권 패권정치의 정수를 맘껏 보는 것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결정하기 앞서 “열린우리당이 정당사상 최초로 도입한 경선 제도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책임 있는 정당정치를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느냐, 그래서 다른 당과의 차별성을 지켜낼 수 있는 엄격한 공천시스템을 갖춘 정당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했어야 했다”면서 당 지도부를 힐난했다. 그는 아직도 분이 덜 풀린 듯 “상향식 민주정치, 정당정치의 싹을 자르는 폭거에 다름없다”고도 했다.

    그는 계속해서 “5·31 지방선거에서의 전략공천 배경에는 자파 패권정치의 부활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정개개편에 대응하고 대선 이후에 치러 질 18대 총선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집단행동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면서 “이제 활은 활시위를 떠났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권정치와 자파 패거리 정치가 득세할 전망이다. 과연 백년정당은 꿈이란 말이냐”라면서 참담해 했다.

    당원 ‘skym'은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전략공천의 속내를 한번 들여다보면 상한 정도가 아닌 썩어문드러지고 있다”면서 “그렇게 자기사람 심어서 대권 씨받이로 이용할거면 차라리 나가서 끼리끼리 당을 만들면 될 것을 왜 멀쩡한 우리당을 결단을 내려는건지, 정동영·염동연은 하늘 두려운 줄을 모르고 있다”고 분개했다.

    기간당원 권재형씨는 “열린우리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당원의 정당”이라고 항변하면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에 강력 발끈했으며, 또 다른 당원은 “이미 전략 공천에 대하여는 지난 번 보궐선거에서 27:0으로 열린우리당에서는 전략공천은 아예 무용지물이라는 처방이 나왔는데 아직도 그 유혹을 못버리느냐”고 발끈했다.

    또 다른 기간당원인 이규복씨는 작금의 공천작업 파열음의 원인으로 “승리방정식에만 눈이 먼 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동료의원의 탈당을 밀어붙이는 당 지도부 및 이해관계가 얽힌 의원들의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전과 똑같은 자살골을 서울에서도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충고했다.

    안임태씨도 “경선은 당연한 열린우리당의 기본인데 왜 여기에다 자꾸 토를 달려고 하는 자들이 나타나느냐”면서 “당지도부는 원칙을 준수하는 게 도리인데 그게 어려운가 보다. 모르고는 안하지 않을 텐데…”라며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의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남상진씨는 “당에 남아서 고생한 당원들은 곰인가 호구인가?”라고 물으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던 초심은 어디로 갔나? 과거에 썩어빠진 정치꾼들이 당선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그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 지더라도 원칙을 지키는게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했다. 사실상 이번 공천작업 파열음이 당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분출될 것 같은 조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당원들의 이같은 동요는 과거 ‘노사모’식의 새로운 정치적 모임체를 조직화하려는 행동으로도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간당원인 최영구씨는  “심각하게 열린우리당 탈당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많은 열혈당원들과 그 이후의 정치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면서 “어쩌면 또 다른 정치결사체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제 열린우리당에는 더 이상 노무현 정신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면서 “정치적 소신과 신념 없이 오로지 줄세우기만을 보여준 정동영과 그 부류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에 희망은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과거 ‘노사모’와 같은 대규모의 새로운 정치결사체가 조직화된다면 ‘반 정동영’의 당내 ‘범개혁세력’을 아우르는 모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는 또 “(당 지도부의 공천 문제에 대한) 당원불복종 운동”도 운운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정치 대전망’ 토론회에서 정치컨설팅 전문가 김능구 씨는 “지방선거에서의 당 승리가 곧 당내 모든 대선주자의 승리가 아니라는 불일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가 갖고 있는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씨는 그러면서 “지방선거 후 대선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당 해체’로 치닫고 여야 정당틀을 벗어나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정치권 이합집산을 통해 정당재편이 이뤄져 ‘이해찬 친노신당’ ‘고건신당’ 등이 탄생돼 ‘다당제’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총리 인선 문제를 놓고 불거진 청와대 정동영 의장간의 미묘한 기류와 정 의장이 당권 장악에 노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공천파열음으로 불거진 당원들의 이같은 분위기가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에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당 안팎의 귀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