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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와 관련, 전체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대부분을 전략 공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책이라고는 하나, 그간 경선을 준비해왔던 당내 인사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공천잡음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열린당은 그간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공직 후보자 선출권을 갖는 기간당원제를 근간으로 소위 상향식 공천을 절대선으로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략공천은 명분 측면에서도 ‘당내민주화를 깡그리 무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당장 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 대상자들이 하나같이 정동영 의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정 의장 사람’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더 이상 '열린우리당‘이 아닌 ’닫힌동영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만이 당의 노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열린당은 현재 제주 등을 제외하고 서울(강금실) 경기(진대제) 충북(한범덕) 충남(오영교) 대구(이재용) 등 대부분의 광역단체장에서 전략공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약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영남지역은 차치하고라도 선거구 총수의 30% 이내에서만 전략공천자를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는 당헌·당규조차도 깡그리 무시되는 셈이다. 때문에 이계안·권선택 의원 등 서울특별시장과 대전광역시장 경선을 준비했던 이들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열린당 소속의 강현욱 전라북도지사는 이미 당내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사실상 탈당에 무게를 뒀다.
특히 당세가 취약하거나 유력 후보가 없거나 선거전략 상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지역에 한해 이뤄지는 전략공천은 불가피하더라도 정 의장의 ‘자기사람 심기’ 일환으로 진행되는 듯한 의도적인 전략공천에 대해 이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가는 모양새다.
우선 전북지사의 경우, 강현욱 현 지사가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사실상 탈당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 경선 후보인 김완주 전 전주시장 측의 불법 당원모집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정 의장의 전주고 6년 선배로,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다. 정 의장은 전북지사로 김 전 시장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이에 앞서 충청북도지사 후보로 전략공천이 확정된 한범덕 전 충북 정무부지사도 사실상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다. 정 의장이 제1호로 영입할 만큼 각별한 관계다. 정 의장은 한 전 부지사와의 관계에 대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입학했을 때 제일 먼저 만난 친구다. 한 후보는 동양사학과였다. 34년간 길은 달랐지만 친형제처럼 매일 소통하고 우정을 나누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유별난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당초 당 일각에서는 한 전 부지사가 '친 한나라당 성향'이라는 이유로 그의 입당에 강력 반발하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대전시장의 경우에도 당 지도부가 염홍철 현 대전시장을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간 경선을 준비해 왔던 권선택 의원이 사실상 탈당을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권 의원이 국민중심당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권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중구에 심대평 전 충청남도지사가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염 시장은 작년 열린당에 입당할 당시 ‘이미 지방선거 대전시장 자리가 예약돼 있다’는 말도 당 안팎에서는 나돌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이 의원은 이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전략공천이 가시화되자 당내 경선을 요구하면서 의원직 사퇴까지 시사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