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미납, 적십자회비 미납, 민간인 프락치 오인 린치사건 등 각종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가 이번에는 기독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문희 의원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 내정자가 2002년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 폄하 발언을 했던 것을 지적하며 “왜곡된 기독교관을 가지고 있는 유 내정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2002년 8월 ‘복음과 상황’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는 정신적 안정을 주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며 “한국교회가 너무 성경과 어긋나 있다. 교회가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하면서 얼마나 많은 교회 대중들을 무지와 미몽속에 묶어 놓았는지 모른다”고 지적한 일이 있었다. 또 “총체적 부패, 총체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이 집약되어 있는게 한국교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2004년 총선때도 문제가 됐다. 총선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그의 지역구인 고양시기독교연합회 등은  이 발언을 문제삼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유 내정자는 “자신이 얼마나 교만과 편견으로 일그러져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며 사과했다.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이 발언으로 피해를 입은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 이토록 기독교에 대해 편협한 사고를 갖고있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느냐”며 “막말에다, 국민연금 미납에다, 편협한 종교관을 갖고있는 유 내정자는 결격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초선의원으로 현재 강남순복음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다. 

     <2002년 8월 월간 “복음과 상황” 인터뷰 원문>


    한국기독교는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가면서 다한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고 했는데 통성기도 하고,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드러내 놓고 자선행위를 한다. 외식하지 말라고 했는데 성전 엄청 크게 때려 짓는다. 얼마나 많은 교회의 설교들이 대중을 무지와 미몽속에 묶어 놓는가? 징역살면서 조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열성신자가 틀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들었다.

    들어보니 미국이 어떻게 불황을 극복했는지를 이야기 하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터리로 이야기 하더라. 그런 헛된 선전을 어마어마하게 해 댄다. 대한민국에 교회가 많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생각한다. 아무 종교도 없지만 감옥에서 성경은 많이 읽었다. 

    정말 한국교회는 어쩌면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가면서 할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기관을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신적 안정,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든, 단기간에 사람을 마취시는 것이든 그걸 주는 댓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도덕은 지키고 하자. 지금 한국 교회가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아주 절망적이다. 내가 사는 일산에 교회가 엄청 많은데 밤에 네온사인 켜져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무섭다. 끔찍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한완상 전 부총리도 예수가 한국에 오면 일요일 교회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다 때려부술 것이다. 왜 교회는 사람들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나는 교회가 무섭다. 종교가 무섭지 않은데 한국교회가 무섭다.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와 가장 닮은데가 한국교회다.

    총체적부패, 총체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 이런게 다 집약되어 있는게 한국교회다. 나는 교회를 다녀보지 않았지만 곁눈질로 구경은 해보았다. 부끄럽다. 할말이 없다.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지 신도들 개개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안나가고 그냥 혼자 신앙을 지키거나 아니면 정말 바른 신앙, 이 표현도 문제지만 그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조그마한 교회를 이루지 큰 교회는 안 갈 것 같다


    유시민 내정자의2004년 당시 해명문


    제 지난날의 독선과 교만을 회개합니다

    저는 유시민입니다. 지난주부터 제 홈페이지에는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제 발언을 비판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발언이 나온 경위를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2002년 8월,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 상황>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한국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쓴 소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저는 기독교인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발언을 했습니다. 잡지에 실린 기사는 제 말의 취지를 그대로 정리한 것으로 어떤 왜곡도 없었습니다. 잡지가 나온 후 1년 반이 넘었지만 아무런 뒷말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습니다. 문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져야 마땅하며 인터뷰한 기자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오늘 그 인터뷰를 다시 읽으면서, 저는 실로 교만하기 짝이 없었던 2년 전 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깊이 반성하며 제 잘못을 회개합니다. 이제 제가 무엇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하는지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통성기도와 교회의 자선사업, 성전을 크게 짓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감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읽어 본 성서의 글귀들을 근거로 삼아 성서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저 성서의 글귀를 읽었을 뿐, 교회와 목회자들이 하시는 많은 일들이 어떠한 신학적 토대 위에 서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비판을 직업으로 삼는 저널리스트인 만큼 종교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지식에 비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의 교만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또한 종교기관을 가리켜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크게 일그러진 편견인지, 이런 말이 교회를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 신자들과 목사님들께 얼마나 큰 상처와 분노를 안겨드릴지는 생각하지 않은 저의 독선이 실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도시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교회의 네온사인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네온사인을 밝힌 그 교회 안에서 밤새워 기도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단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과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는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제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여러 가지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글을 쓰고 말을 하였습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글보다는 어느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글이 훨씬 많았습니다. 남의 마음을 찌른 말과 글이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제 자신을 향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깊고 넓게 이해하지 않은 채 논리의 실타래만 붙들고 살아온 것입니다. 저는 오늘 자신이 인격적으로 얼마나 미숙한 존재였는지를 아프게 확인하면서, 그것을 모르고 살았던 제 자신을 말할 수 없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는 해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인터뷰에서 조용기 목사님을 거론하긴 했지만 그분의 설교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1930년대 세계대공황 당시 미국이 어떻게 그 심각한 불황을 극복했는가를 설명하신 내용과 관련하여, 그것이 경제학도로서 제가 공부한 것과 크게 다르기에 그 점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경제문제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다르더라고 말하면 될 것을 과격한 언어로 비판하는 바람에, 마치 제가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비난한 것처럼 오해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조용기 목사님께 누를 끼치게 된 것을 깊이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용서를 청하고자 합니다.

    정치에 뛰어든 후 1년 반 동안 저는 정치 이외의 문제에는 발언을 삼갔고 글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어떤 종교도 갖지 않은 채 살고 있지만, 제가 만나는 모든 종교인들과 그분들의 신앙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미성숙한 인격체이지만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경험하고 배웠습니다. 제 주변에는 제가 신앙을 가지도록 이끌고 보살펴주신 많은 목사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여태 그분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분들은 문제의 인터뷰 때문에 비난이 돌팔매처럼 사방에서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제 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제가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는데도, 변함없이 저를 지켜주고 돌봐주십니다.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기독교는 물론 종교 자체에 대한 저의 오래된 편견을 무너뜨린 것도 바로 그분들이십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교만과 독선을 회개하면서, 저의 말로 인해 상처 입고 분노를 느끼신 모든 기독교인과 목사님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저를 깨닫게 하고 회개할 용기를 주신 귀한 분들께 다함없는 감사를 바칩니다.

    2004년 4월 8일
    유 시 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