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표와 찰떡궁합이다. 당이 잘돼가고있다"

    20일로 원내대표 취임 8일째를 맞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그간 박근혜 대표와의 갈등을 점쳐온 정가의 관측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취임 이전부터 정가에선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될 경우 박 대표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해왔고,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학법 반대투쟁 동력도 반감될 것이란 관측이 높았던 게 사실.

    그러나 취임 1주일이 지난 지금 이 원내대표는 자신이 박 대표와 찰떡궁합임을 강조하며 당이 순항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너무 갈등이 없어 언론이 김빠지는 것 아니냐"며 그간의 언론보도가 잘못됐음을 반박하기도 했다. 

    "박 대표와 찰떡궁합"이란 이 원내대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박근혜-이재오 갈등은 아직 없는 게 사실. 하지만 1주일동안 박-이 투톱이 공개회의를 가진 것은 16일과 19일의 최고위원회와 17일 열린 의원총회가 전부다. 상대적으로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을 만한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박 대표가 매우 예민해져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직 두 사람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진 않지만 이 원내대표의 당선 이후 박 대표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더욱 증가했다는 것.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 대표의 차기 대선 라이벌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측이 완승을 거뒀다는 정가의 분석이 박 대표를 예민하게 만든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이 주도하던 사학법 반대 투쟁의 주도권이 점차 이 원내대표쪽으로 쏠리는 점이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원내대표 경선 이후 나타나는 당 분위기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다. 50%대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경선 이후 소속 의원들의 입에서 차기 대권과 관련, 이 시장에 대한 언급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 시장에 대한 얘기가 많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투톱체제에 이상이 없는 듯 보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당의 중심축이 박 대표에서 이 시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20일 창원에서의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범국민대회때 직접 규탄사를 읽는다. 서울 시청앞 집회를 제외하고 원내대표가 규탄사를 낭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 역시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사학법 반대집회를 노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힌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오늘 창원집회부터는 내가 직접 나선다. 발언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윤상림 게이트' '황우석 파문'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극적으로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X파일 사건'에는 "야4당이 합의한 특검법안을 약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4당 합의 특검법안에 대해 수정보완을 주장한 박 대표의 요구가 사실상 묵살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야4당이 합의한 특검법안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한번 약속한 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와 마찰이 없다고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박 대표가 진행해오던 당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