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차기 대선 예비후보선호도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1~2위를 다투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 정치인으로서 최정점에 올라있는 고 전 총리는 굵직한 현안마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처세의 달인'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

    최근 '황우석 파동'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정계개편 방향' 등 정치권은 큰 소용돌이에 빠져있지만 고 전 총리는 여전히 말문을 열지 않고 있다.

    고 전 총리는 2일 국무총리 퇴임 후 처음으로 방송사와의 정식 인터뷰를 가졌다. 최근 대학강연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고 전 총리의 이날 첫 정식 인터뷰는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큰 관심거리.

    앞서 거론한 사안에 대해 '큰 정치인 고건'이 갖고 있는 정치적 신념이나 입장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고 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원론적인 주장만을 되풀이 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그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또 30%가량의 국민지지율을 얻으며 유력한 차기 대권 예비 후보로서 꼬인 정국의 해결방안을 제시해야할 일정부분의 책임과 의무가 있는 만큼 이날 인터뷰에서 보여준 고 전 총리의 발언은 '큰 정치를 꿈꾸는 고건'으로서 여전히 2% 부족함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첫 정식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현 국정 상황' '차기 대선 출마 여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 '개헌방향' '남북문제' '황우석 파동' '사학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 등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굵직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질문에 대해 그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답변의 대부분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았고 사회자는 "원론적인 그런 말씀에 대해서는 누구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먼저 그는 '1년 6개월 동안 야인으로서 본 국정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참여정부의 국정에 대해서는 지금 중간에 평가보다는 지금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임기를 마친 후에 종합평가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또 '최근 강연도 활발히 하고 고교생들까지 만나시고 이런 움직임을 뭔가 대권 관련해서 뭔가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닌가 말들이 많은데 그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라고 묻자 "그렇지는 않고요"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대선 출마 시기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서는 저는 특정개인이 대선 출마 여부를 표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말씀드린 대로 내가 해야 될 역할이 무엇인가, 그리고 국민과 국가, 역사발전을 위해서 내가 해야할 역할인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장을 결단할 시기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말문을 닫았다.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제가 아직은 결단을 내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영입 제의를 받은 일은 없기 때문에 어느 특정정당에 대해서 입장을 밝힐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고 '혹시 앞으로 결단을 내리시게 되면 독자적인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나요'라고 재차 묻자 "그건 제가 정책 결단을 하면서 고려해야 될 사항 중에 하나지, 지금 미리 제가 뭐라고 얘기할 입장은 못 됩니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사회자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난 다음에 와서 밥만 먹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발언까지 인용해 질문을 던졌지만 고 전 총리는 "저는 사실 그 동안에 공직생활을 통해서 국민의 밥상을 차리는데 참 열정을 다했지 내 밥상 차리는데 별로 한 일이 없었어요. 그러나 물론 정치인들의 얘기처럼 밥상을 차리게 되면 같이 차려야 되겠죠"라고 말했다.

    그가 이 같이 답하자 사회자가 '밥상을 차리게 되면 같이 차리시겠다구요?'라고 재차 물었고 그는 "차려야 한다면 같이 차려야 되겠죠"라며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축했다.

    또 대북문제에 대한 질문 도중 '혹시 역할이 주어지시면 북한에 한번 대북특사로 다녀오실 의향 있으신지요'라고 묻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북한 방문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녀오신 뒤에 말씀을 잘 듣고, 대북 관계에 대해서 판단을 하겠다"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방북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 아직 방북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대답은 국민들로 하여금 자칫 무책임한 답변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이어 '황우석 파동' '사학법 논쟁' 등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큰 현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고 전 총리는 여전히 30%가량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