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열린정책연구원 때문에 곤혹을 치르게 됐다.

    열린정책연구원이 26일 "내년 지방선거 공천 후보자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려면 '언론사업'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란 내용이 포함된 '2006 지방선거 종합 매뉴얼'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게 보낸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 

    열린당은 지난 4.30 재보선 직후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작성한  4.30 의원 재선거 지역별 심층분석을 한 대외비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며 '사조직 동원 논란'을 일으킬 당시 한나라당의 관련 의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5공 유신정권의 동원정치가 버젓이 재연된 데 대해 배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선관위와 검찰·경찰은 불법 사조직 동원, 금품살포, 관권선거 청중동원 등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이처럼 맹비난을 쏟았던 열린당이 '사조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 열린정책연구원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게 보낸 매뉴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언론에 대한 지침이다. 매뉴얼에는 ▲기자들에게 후보 알리기 ▲공천 유력자 명단에 이름 올리기 ▲기삿거리 제공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한 '언론홍보사업'과 친분있는 기자인맥을 형성하는 '기자관리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당 지도부 및 공천 심사위원을 상대로 한 로비사업 및 당내 여론을 형성하는 '상층부 사업'도 중요한 요인이라 주장했다. 이는 사조직과 조직 동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뉴얼에는 "(이번 지방선거부터는)광역단체장에서 기초의원까지 '전일적 조직선거'가 가능해졌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자금줄이 묶이고 공조직의 역할이 축소돼 최소한의 자기 조직없이는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고 적시돼 있다.

    한나라당은 맹공을 퍼부으며 즉각 반응을 나타냈다. 열린당의 사학법 강행처리를 지방선거 승리와 더 나아가 2007년 정권연장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비판하며 연일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에게 열린정책연구원이 작성한 문건의 공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대상이기 때문.

    이정현 부대변인은 27일 여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부대변인은 "입만 열면 개혁을 주장해 온 노무현 대통령이 소속된 열린당이 정치초년생들에게 가르쳐도 참 고약하고 못 된 것만 골라 가르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부대변인은 "자유당 시절에도 이렇게 노골적이고 구태스러운 정치교육은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후퇴와 반민주적인 교육이며 지방자치 출마 예상자들에게 기자를 조종하고 언론을 조작하는 법을 지침서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현 정권의 대언론관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경악할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작성한 재선거 보고서에 대해 사조직 운운하며 고발과 거품을 물던 흥분과 비난이 가소로울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상층부 사업이 뭔가 했더니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하고 지지세력을 만드는 그런 사업이라 한다. 이런 걸 중앙당에서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내려보낸 지침서에 있다니... 상식적으로 집권당이 이런 일을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은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이라며 여당이 과열 조장하는 것도 문제고 전쟁이라고 독기를 품는 것도 무리수"라며 "5개월이나 남은 지방선거를 너무 과열시키는 열린당은 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충고한 뒤 "사학법 날치기도 그 전쟁 수행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