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취임, 2024년 시즌 프로그램 및 향후 계획 발표임윤찬·정재일 등과 협업…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해외 투어 예정
  • ▲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차기 음악감독.ⓒ서울시향
    ▲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차기 음악감독.ⓒ서울시향
    "위대한 오케스트라는 렘브란트 같은 무거운 색채도, 반 고흐의 화려한 색채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지휘자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63)과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2024년 1월부터 5년 동안의 임기를 시작하는 츠베덴 음악감독은 2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년 시즌 프로그램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서울시향과 함께 음악적 사파리를 떠나는 듯한 느낌"이라며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바그너·바흐·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향은 전 세계 그 어떤 오케스트라와도 견줄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제가 원하는 퀄리티에 도달하려면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하고 즐겁게 연주해야 한다. 퀄리티는 아주 가끔 나오는 게 아니라 매번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명훈·오스모 벤스케에 이어 서울시향 3대 음악감독인 츠베덴은 엄격한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고 불린다. 19세에 모국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7년 동안 활동했다. 미국 댈러스 심포니와 홍콩 필하모닉을 이끌었고, 현재 뉴욕 필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츠베덴 감독은 임기 동안의 주요 계획으로 △오페라·발레 등 국내 예술단체와 교육기관, 작곡가와의 협업 △미국·유럽·아시아 순회 공연 △신인 지휘자 발굴 및 양성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등 크게 4가지를 꼽았다. 매 시즌 오페라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매년 스위스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신인 지휘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서울시향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지휘자들과 1주일간 작업하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뛰어난 기량을 보인 지휘자에게 상을 주고, 관객 앞에서 지휘할 수 있는 연주회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 작곡가를 만나 신곡을 위촉한 사실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정재일이 자신은 클래식을 전공하지 않았고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며 처음엔 주저했다. 그런 건 상관없고, 그의 음악이 훌륭하니 작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뉴욕필에서 19곡을 세계 초연했다.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다양한 위촉곡을 선보이고 싶다."
  • ▲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와 차기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
    ▲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와 차기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
    서울시향은 내년 1월 25일 예술의전당과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츠베덴의 취임 연주회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녹음한다. 츠베덴은 "매년 2곡 정도 말러의 교향곡을 녹음할 것"이라며 "1번은 말러 교향곡들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말러의 모든 곡 장 가장 어렵고,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의 역사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려준다. 임윤찬과 서울시향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츠베덴은 "임윤찬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스타지만 앞으로 더 훌륭한 연주자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향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전용홀과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논의중이며 2024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임기 중 서울시향의 역량을 널리 알리는 것도 목표다. 악단이 국제적인 사운드와 명성을 얻으려면 해외 투어 공연이 중요하다."

    츠베덴은 내년 16개 프로그램의 정기공연 중 7번 무대에 오른다. 바그너 음악극 '발퀴레' 1막,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등을 지휘한다.

    이 밖에도 영국 로열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는 김은선, 최근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투간 소키예프 등이 서울시향을 찾는다.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아우구스틴 하델리히·클라라 주미 강·레이 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손열음·시몬 트릅체스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다니엘 뮐러쇼트, 플루티스트 김유빈,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과 호흡을 맞춘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내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대표적인 클래식 레퍼토리를 준비했고, 이를 하나하나 훑으며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평소 클래식 음악에 가깝지 않은 분들도 클래식 입문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