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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칼럼] 'X맨' 활개치는 국민의힘, 정체성 회복 시급하다

"이승만보다 김일성이 낫다"는 자를 젊은 피로 수혈
가치와 기준이 모호하니 '당 질서' 엉망…기강도 해이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1-09-09 17:56 | 수정 2021-09-09 17:56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우파의 문제 중 하나는 정체성 부족에서 오는 엄정함과 치열함의 부족이다. 가치와 기준이 모호하니 질서가 없고 기강도 없다. 대표적인 야당인 국민의힘당도 예전에 자유한국당 등 다른 정당 이름을 갖고 있을 때나 지금이나 절박함이 없고, "좋은 게 좋은 거다"란 식으로 넘어가다가 나중에 큰 화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화를 입어도 교훈도 못 얻고 개선도 안되는 한심한 조직이다.

저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당의 전신)에선 A씨라는 젊은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 마치 당의 새로운 젊은 피 또는 스타인 양 활발한 활동을 했다. 새롭고 젊은 인재가 나타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당의 정체성과 전혀 동떨어진 사람이라면 그것은 그 당이 주체성이 없는 껍데기 조직이란 것을 뜻한다. 그 이외에도 온갖 이적행위를 한 사람들이 우르르 당에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내부에서 온갖 해당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그냥 내버려 두는 수준이다.

A씨라는 젊은 정치인의 정치 이력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의 전신)부터 국민의힘당에 이르기까지 현란한 변신을 보여줬다. 천정배 의원의 추천으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영입돼 2014년 박원순 서울 시장캠프 활동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 이후 천정배 의원을 따라 국민의당으로 이적했고, 거기서 A씨의 정치 이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그가 박지원 당시 국회의원(현 국정원장)이었다. A씨는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민주평화당으로 또 옮긴다. 그는 박 전의원을 "박지원 대표님 역시 이번의 순간으로 어느 당 소속 국회의원 1인이 아닌 정당을 초월하는 역사의 상징이 되셨다"라고까지 찬양했다.

도무지 우파 야당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이력에다가, 그동안의 언행도 가관이었다. "개인적으로 김일성 역시 독립운동에 관한 한민족 결속을 위한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남북 전쟁을 했지만 쿨하게, 그 개인은 이승만만큼, 혹은 어떤 면에서는 이승만보다 월등한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짱 존경 좋아한다"며 "주변 잡것들을 부디 물리치시고 부디 성군이 되셔야 한다"는 축원을 하기도 했다. "김진태(전 미래통합당 의원)는 아무리 봐도 개XX다"라는 등의 막말은 애교에 속한다.

여튼 국민의힘당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들어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중책을 맡고 좌충우돌할 때부터 필자는 A씨가 나중에 사고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요사이 윤석렬, 최재형 등 국힘당 대선 후보들에게 맹비난을 했었고, 그중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심한 막말 쌍욕까지 쓰면서 비방전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를 영입한 사람은 정병국 당시 의원 등 우파통합을 시도한 사람들인데, 검증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많았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아들 사건이 큰 이슈가 되자 A씨는 추미애 장관을 옹호하는 주장을 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秋 아들 문제가 솔직히 이 난리 피울 일인가?" A씨가 요즘은 추미애 대선 캠프를 위해 일한다는 얘기가 들리니, 그가 왜 그때 그런 의아한 행동을 했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국힘당 입장에선 이 한심한 상황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요즘은 국힘당을 어지럽히는 거대한 사건의 당사자로 언급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에서 무슨 사고를 쳐도 대충대충 넘어가고 재대로 된 신상필벌이 되지 않으니 당의 기강이 설 리가 없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당은 서서히 침몰해가고 있다. 리빌딩 수준이 아닌 지금보다 슬림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서 새로운 장당을 하는 편이 더 났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최근 MBC의 실질적 지배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국힘당 추천 이사에 임정환이라는 MBC 출신 인물이 선임됐는데, 그는 2017년 문재인 정권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맹렬한 방송장악에 노골적으로 가세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후 당연히 친정권적 인사로 분류되면서 2017년 12월 MBC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던 이력이 있다. 이 일은 앞에서 언급한 야권과 야당의 기강해이와 얼빠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이었다.

A씨를 둘러싼 책임소재도 결국은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어도 이런 인물을 당에 끌어들이고 격에 맞지 않는 중요한 직책을 준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과 짝짜꿍하면서 당을 망친 사람들에 대한 추상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이런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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