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는 “민노총 등과 연대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목표로 하는 조직당사자 이진숙에 양해도 없이 언론노조 성명 나오자 곧장 해촉… 많이 아쉽다
  • ▲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연합뉴스
    ▲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캠프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언론특보직에서 해촉했다. 이 전 사장이 ‘캠프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사유라고 한다. 해촉일 전후 벌어진 상황으로 보아 아마도 언론노조가 이 전 사장을 영입한 윤석열 캠프를 비판한 뒤 이 전 사장이 반박한 글이 문제가 됐던 것 같다.

    언론노조는 윤 캠프가 이 전 사장을 언론특보로 영입하자 “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던 인물을 언론특보로 삼았다”며 비판했다. 또 “윤 후보는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며 반대하더니 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던 인물을 언론특보로 삼았다”며 “윤 후보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적 언론인들의 언론중재법 반대 전선에 정략적으로 숟가락을 얹어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합리적 의심은 이 전 사장 영입으로 확신으로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전 사장은 자신의 SNS에 “유력한 대선주자의 캠프 인사에도 개입하겠다는데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언론노조는 현재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글을 썼다. 이 전 사장은 윤 캠으로부터 해촉 사실을 직접 듣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한다. 이 전 사장은 “언론노조가 윤석열 캠프 언론특보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언론 노조의 월권적인 행위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것이 캠프와 다른 목소리라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선주자 캠프가 자신들이 영입한 인사를 두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 해프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렇다면 윤 후보는 언론노조가 반대하면 자기 결정을 철회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이 전 시장은 알다시피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박근혜 정권 때까지 MBC 핵심 보도라인에 있었고 대전 MBC 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윤 캠프, 언론노조의 길들이기에 넘어갔나

    이 전 사장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윤 캠프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언론노조 문제는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언론노조는 강령 등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조합의 정치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諸)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 단순하게 볼 언론 조직이 아니다. 이 언론노조가 산별노조로 속해 있는 게 바로 현재 대한민국에 해악을 끼친다는 국민적 평가의 민노총이다. 민노총은 보수정치세력에 굉장히 적대적인 노조로 거의 상생이 불가능한 관계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배경의 언론노조 MBC본부는 과거 보수정권 시절 임명된 사장 등 경영진과 보수정당이 추천한 이사회 이사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가 사상 최장기 파업을 일으켜 방송사 운영을 마비시키자 뉴스보도 등 파행을 막기 위해 경력기자들을 뽑았는데, 이 언론노조가 배출한 최승호, 박성제 MBC 사장은 현 정권이 들어서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그때 채용된 경력기자들에 해고 등 징계를 남발해 쫓아내며 각종 보복을 자행했다.

    이때 억울하게 당한 임직원들이 현재 소송 중이거나 이미 승소했거나 하면서 부당징계를 확인해가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적어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라면 공영방송 MBC나 KBS에서 과거 보수정권 시절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언론노조가 어떤 일들을 벌였고 그때 임직원들이 어떤 사투를 벌였는지 굵직한 사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단순한 언론 차원의 문제가 아닌 자유민주 체제수호와 진실과 정의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노조도 과거 보수정권 때 자신들이 해고 등 탄압받았다고 주장한다. 윤 캠프에 이진숙 전 사장 언론특보 임명철회를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보수정권 시절 언론노조는 자신들이 보수정권 성공에 협조해선 안 된다는 정치적 목적의식이 강했다. 파업도 표면적으로는 공정보도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보수정권이 임명한 사장을 거부하는 등 명백한 정권불복 차원의 정치파업이었다.

    이 전 사장이 자신의 임명 철회를 주장한 언론노조에 반박하는 글을 쓴 것도 언론노조의 그간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안 그래도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대치한 상황에서, 또 자신에 대한 온갖 부당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 측은 ‘박근혜 정권 시기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리던 인물을 언론특보로 임명했다’는 언론노조의 비판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그래도 당사자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언론노조 성명이 나온 뒤 곧장 해촉해버린 것은 많이 아쉽다. 윤 후보가 정권을 잡아도 과거 광우병 보도나 세월호 보도로 보수정권이 당했던 것처럼 언론노조에 의해 끌려다니다 치명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필자는 이 전 사장이 MBC 핵심으로 일했던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입장에서 적어도 그가 일방적으로 ‘언론적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설령 그가 모든 국민이 원하는 언론중립을 철두철미하게 지키지는 못했더라도 ‘노영방송’ MBC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 그만큼 언론현실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국민의힘 각 대선후보 캠프에 반면교사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