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가 만발"하다고 자랑하던 '文 정권 실체' 아는 계기되길
  •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과거 한 주간지에 게재된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기사에 대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과거 한 주간지에 게재된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기사에 대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한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뭣도 모른다”고 핀잔인지 비난인지 모를 말을 했다는 기사를 읽다가 ‘풋’ 하는 웃음이 삐져나왔다. 사실 RSF를 향해 공개적으로 ‘뭣도 모른다’고 한 발언의 오리지널리티가 필자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의 그 말이 있기 수년 전 필자는 RSF를 ‘뭣도 모른다’고 비판한 사실이 있다. RSF가 언론노조의 입김 또는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사실로 미루어 보아 대한민국 언론 현실에 대한 인식 수준이 딱 언론노조 수준으로 보인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RSF가 지난 보수정권 아래에서 발생했던 정치파업의 한 면만을 보고 그들 편을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예컨대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에게 방송파행 책임이 있다며 2012년 언론사 총파업 때 RSF가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영상을 보낸 것이 하나의 근거다.

    RSF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강규형 이사 등 이전 정부가 임명한 공영방송 이사들을 폭력적으로 강제 퇴출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친 정권 이사들을 이사 자리에 앉히는 등 문 정부 아래 벌어진 방송장악사태에 대해선 공개 비판한 사실이 없다.

    물론 주로 후진국에서 벌어지는 언론인 구금, 살해 사건 등 언론탄압 사건을 감시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RSF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 언론 현실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이면까지 들여다볼 여력은 없을 것이다. 이런 RSF의 의도치 않은 편파성을 필자 개인적으로는 RSF가 주로 언론노조 측이 전하는 언론 현실을 받아들여 믿어 발생한 오류 탓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 방송통신위원회는 기회가 날 때마다 RSF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를 근거로 문 정권이야말로 언론자유를 중요시하는 정권이며 언론자유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코스프레했다. 예컨대 2019년 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문 정권이 들어선 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순위(아시아 1위, 세계 41위)를 기록했다며 홍보했다.

    RSF는 “인권운동가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바람이 불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제 몫을 다했고 마침내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며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는 방송사 사장 지명과 관련해 오랜 기간 지속했던 MBC, KBS, YTN의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치하했다. RSF의 이런 평가는 “촛불시민정신 받들어 언론개혁해야(2021년 1월, 한국기자협회장)”한다는 대한민국 언론 현실의 한쪽만을 보고 그걸 100%의 리얼한 현실이라고 믿었을 때나 가능한 평가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

    필자는 그때 RSF가 문재인 정부와 한 몸처럼 보이는 언론노조 측의 일방적 정보만 믿고 대한민국 언론자유 현실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간이 흘러 RSF가 문 정권의 민낯을 드러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비판 성명을 내고 여권 당수로부터 “뭣도 모른다”는 힐난을 들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RSF는 성명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언론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충분한 제도적 장치의 보장 없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필자의 솔직한 심정은 아직도 RSF가 “뭣도 모른다”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만일 한국기협이나 언론노조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언론중재법에 찬성했다면 RSF의 이러한 성명이 과연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들기 때문이다.

    물론 RSF가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고 탄핵의 진실을 추적 중인 우종찬 전 월간조선 기자가 조국 전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복역했을 때 석방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는 했다. 우종찬 전 기자 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RSF의 성명으로 이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명예훼손이라는 가당찮은 건수로 기자가 감옥에 갇히는 희대의 사건은 RSF도 침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어찌됐든 RSF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증진 추진, 언론과 표현의 자유 관련 구체적인 정책성과’가 언론자유지수 상승을 이끈 원인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문 정권 방통위에 보란 듯 그들의 정책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기회에 RSF가 대한민국 언론 현실의 한쪽이 아닌 다른 한쪽도 들여다보고 총체적인 진실을 알았으면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명하겠다며 국내 외신기자들을 부른 자리에 한글 자료만 비치하고 전문통역사도 없이 허둥대면서 “외신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상이냐”는 질문에 답변도 못한 대한민국 집권세력이 자랑하던 언론자유의 허상을 똑똑히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