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지지층만 보고 달려가는 집권세력의 말로가 궁금하다
  •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격히 치솟으며 2천 명대를 눈앞에 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뜬금없이 “건강보험이 코로나 방역의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고 자랑했다. 이날은 청와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연 날이었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문재인 케어’ 홍보의 장날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신부족으로 인한 주먹구구식 접종,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특정 계층에 부담을 전폭적으로 지우게 하는 비과학적인 K-방역으로 인한 국민 고통이 증가하는 총체적 난국에다 역대 최다 확진자 경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의료정책을 우선순위로 홍보한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행보였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일반 여론과 거리가 먼 언행, 잘못된 정책행보로 국민을 ‘뜨악’하게 만든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여당의 대참패로 끝난 지난 4·7보궐선거 직전(5∼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은 결과-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선거 다음날 발표된 후에도 변함없었다.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여당은 부동산 등 기존 정책기조 유지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선언했다. 여당의 이런 기조가 대통령과 조율 없이 그냥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었던 문 대통령의 ‘사오정(남의 말을 전혀 엉뚱하게 듣는 사람,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람을 지칭)’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청와대가 여론을 수렴하는데 참고한 포털이 주로 '다음'이라는 언론 보도가 그것이다.

    포털 '다음' 댓글 보고 간다는 청와대의 ‘오판’

    얼마 전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는 여권 지지층이 많이 이용하는 다음 여론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네이버 댓글은 보수 성향의 여론이 많고, 다음은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이용자들의 여론이 형성될 때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향이 있다”며 “공약했던 사안들을 마무리해야 하는 집권 말로 갈수록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반대층보다는 지지층의 여론을 보다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SBS가 빅데이터 분석업체와 함께 네이버, 다음 댓글 성향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네이버 댓글 4100만개 중 진보 성향은 41.1%, 보수 성향은 58.9% 이었고, 다음 댓글 2600만개는 진보 성향이 72.1%로 압도적이었다. 올해 3월 MBC의 탐사보도 ‘스트레이트’가 네이버 포털 뉴스가 보수성향의 기사가 주류라고 편향논란에 불을 붙인 일이 있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면 네이버가 보수편향이 아니라 이용자들 성향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봐야 맞다.

    또 다른 통계 결과를 살펴보자. 작년 1월 리얼미터가 포털 사이트 뉴스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은 41.6%를 기록했고, 다음은 22.8%로 나왔다. 최근 보도된 시사저널이 실시한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는 언론매체 영향력 1위가 네이버(37%)였고, 다음 카카오가 6위로 13.3%를 차지했다. 언론매체의 열독률에서는 1위가 네이버(31.5%), 다음카카오가 2위로 16.9%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수치들을 종합해보면 아주 단순하게 보더라도 현재 문 대통령은 임기말 여론을 수렴한다면서 고작해야 국민 3분의 1 정도의 여론만 보고 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청와대는 그 3분의 1 국민 중에서도 보궐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국정기조를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단 5%의 강성 지지층에게만 귀를 열고 있는 꼴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과 언론단체, 시민들의 반발에도 언론징벌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폭력적으로 강행처리하는 모습에는 이런 배경이 존재한다. 한줌 지지층만 믿고 달려가는 폭주의 끝은 심판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게 4·7보궐선거의 결과였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아귀다툼 중인 야당이 믿는 어쩌면 유일한 희망은, 한줌 지지층만 믿고 가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오판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