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새 주민 200명→ 470명 '따블'… 곳곳에 조립건물 신축공사 '알박기' 의혹강풍에 안개 짙어 '대형참사' 우려… 원주민들 "황금어장 수호" 신공항 반대 현수막주민들 "우리 의견 듣지도 않고 정치권이 추진… 신공항 결사반대" 민주당에 호소
  • ▲ 대항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덕도의 모습. ⓒ뉴데일리 DB
    ▲ 대항전망대에서 바라본 가덕도의 모습. ⓒ뉴데일리 DB
    "가덕도는 평생을 살아온 우리 고향이다. 그런데 우리 의견은 전혀 듣지도 않고 나라에서 공항을 짓겠다고만 하니 우리는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덕도 최남단에 위치한 대항마을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는 울분을 쏟아냈다. 김 할머니는 대항마을에서 36년간 슈퍼를 운영했다. 

    김 할머니는 "대통령이나 민주당 대표나 와서 쓱 둘러보기만 하지 우리한테 공항이 어떻게 건설될 거다, 그럼 주민들은 어떻게 될 거다, 설명해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 의견 듣지도 않고 정치권 마음대로"

    지난 15~16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의 중심에 선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를 찾았다. 가덕대교를 건너 가덕도에 들어서자 가덕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렸다.

    "대항주민은 결사코 신공항 반대한다" "기후위기시대 역행하고, 지역주민 삶 파괴하는 신공항. 우리는 그런 공항을 원한 적 없다" "비행기 타고 코로나 왔다. 비행기 타고 기후위기 온다" "유권자 적은 게 천추의 한이다. 유권자 만 명만 돼도 이런 개무시하겠나" 등의 내용이었다.

    대항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가덕도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가덕도는 외해(外海) 쪽으로 돌출된 지형으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숭어·대구 등이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꼽힌다.

    전망대에서 가덕도의 풍경을 즐기던 중 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가덕도 대항동 주민이 드리는 호소문'이었다. 호소문에는 가덕도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 ▲ 대항마을로 향하는 도로에 가덕 신공항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뉴데일리 DB
    ▲ 대항마을로 향하는 도로에 가덕 신공항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뉴데일리 DB
    호소문에서 주민들은 "가덕도 대항동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수세기에 걸쳐 대대손손 대를 이어 바다에 터를 잡고 어업 활동을 주된 생계수단으로 살아왔으며, 우리 다음세대에도 당연히 대를 이어 바다에서의 삶을 물려줄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전제했다.

    주민들은 그러면서 "우리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은 가덕도가 수대에 걸쳐온 고향, 직장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미래의 땅이며 바다"라며 "가덕도가 아니면 살 수 없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결사반대하며 생존권 사수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 우리 가덕도 대항동 원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가덕도 원주민들이 이처럼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을 들었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80대 주민 A씨는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한테 아무 설명도 없이 평생을 살아온 고향땅을 떠나라 하는 식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A씨는 "나는 공항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곳에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면 먼저 이곳에 파도는 얼마나 치고, 바람은 얼마나 불고, 그런 것들을 주민들한테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여태까지 그런 문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꼽히는 '황금어장' 가덕도… 문화유산도 많은데 싹 밀어버릴 건가"

    가덕도신공항반대비상대책위원회 임시위원장을 맡은 주민 황영우 씨는 "이곳은 공항을 짓기에 적합한 땅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황씨는 "가덕도는 아침에 안개도 많이 끼는데 한번 안개가 끼면 땅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면서 "바다로 돌출해 파도도 거센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풍랑주의보가 두 달 새 세 번이나 내려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러일전쟁의 흔적 등 역사적 유산도 많고, 3~5월 숭어만으로 대항마을 어촌계(가입주민 120명)가 벌어들이는 순수익이 한 해 1억원 이상일 정도로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라고 소개한 황씨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을 싹 밀어버리고 공항을 지을 생각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 16일 대항마을 주민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숭어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16일 대항마을 주민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숭어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황씨와 함께 만난 주민 B씨는 "우리가 보상금을 노리고 생떼를 부린다는 것은 완전히 오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B씨는 "우리는 여기서 지금 이대로 가족·친구들과 모여 살고 싶다는 것일 뿐, 아무리 좋은 집을 준다고 해도 낯선 동네에 가서 살고 싶어하는 주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가덕도에는 최근 외부인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허섭 대항마을 통장은 "지난해 신공항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하면서 최근 주민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원주민은 220여 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달 초 살펴보니 불과 한두 달 사이 100여 명이 늘어 300명을 넘었다"고 전한 허 통장은 "그런데 지난 10일께 집계에서는 주민이 400여 명, 15일 집계에서는 총 주민이 470여 명이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항마을을 비롯해 가덕도 곳곳에서는 쉽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조립식 건물 건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외지서 온 땅 소유자들, 건물 신축공사 열 올려

    이주민 수가 원주민 수를 넘어서면서 주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16일 가덕도 주민들은 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성원보고 결여 등으로 무산됐다. 외지인을 총회 회원에 포함할 경우, 이날 모인 주민이 마을 회칙상 총회 성원 요건에 못 미쳤던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원주민과 이주민을 모두 포함해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지, 원주민 만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뒤 이주민 일부가 추가로 참여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주민들은 10년 이상 가덕도에서 살아온 이들만 원주민으로 보고, 오는 22일 다시 총회를 열어 우선 원주민 만으로 구성하는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 ▲ 대항마을에 조립식 주택들이 건설 중인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대항마을에 조립식 주택들이 건설 중인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주민들은 지난해 11월22일 대항마을을 찾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했고, 지난 2월1일에는 대항전망대를 찾은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2월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2월9일에는 국민의힘 김종인 대표와 김도읍 의원을 만나 반대 견해를 분명히 전했다. 또 지난 2일에는 민주당 부산시당 정책실장을 만나 신공항 건설에 결사반대한다는 견해를 전달하기도 했다.

    가덕도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지만,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부산시민들의 무관심이 그 이유다.

    정치권 '원주민 패싱'… 부산시민 "가덕이 나은지 김해가 나은지 관심 없어" 시큰둥

    지난 15일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가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관련 부산·울산·경남 시·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67.1%가 잘된 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65.6%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서도 가덕도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직접 만난 부산시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택시기사는 "신공항 건설에 관심 없다. 솔직히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면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부산시민들 대부분 뭐가 좋은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그냥 정치권만 시끄럽지, 일반 시민들한테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고 반문한 택시기사는 "그냥 김해공항 넓히면 될 것 같은데" 하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부산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덕도냐 김해냐 하는 것은 그냥 줄서기라고 본다"며 "이쪽에 이권이 걸린 사람은 이쪽에 하자 하고, 저쪽에 이권 걸린 사람은 저쪽에 하자 하고…"라며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이 중개사는 그러면서 "부동산만 해도 가덕공항 지으면 진해나 거제 쪽이 좋지 않나. 부산 시내 쪽은 별로 영향 없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 심모 씨는 "솔직히 젊은 사람들도 가덕도에 공항 지으면 뭐가 좋은지 나쁜지 관심이 없다"며 "주변사람들도 가덕도신공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심씨는 "가덕도라는 곳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관심 갖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