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 뻘층 20m 넘을 듯… 실제론 깊이 알 수도 없어 얼마나 매립해야 할지 몰라""안개 끼면 인근해역 상선과 항공기 충돌 우려돼… 공항 말고 관광지로 개발해야"
  • ▲ 대항 전망대에 걸려있는 가덕도 주민들의 '가덕 신공항 반대 호소문'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대항 전망대에 걸려있는 가덕도 주민들의 '가덕 신공항 반대 호소문'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가덕도는 파도, 안개, 태풍 등 모든 기상 악조건을 두루 가진 곳입니다. 여긴 공항 지을 곳이 아니에요."

    본지가 지난 15~16일 가덕도를 찾아 주민들에게 신공항을 반대하는 이유를 물을 때마다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변이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여기서 살아온 사람들은 모두 이곳이 공항을 지을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며 "가덕 신공항 건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취재진은 황영우 대항마을 임시 신공항반대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 그 말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황 위원장은 가덕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가덕도는 파도·안개·태풍 모두 찾아오는 섬"

    황 위원장은 우선 가덕도 주변에 이른바 ‘뻘’층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고정식 그물인 정치망을 바다 속에 한달만 놔둬도 뻘 속으로 가라 앉는다"며 "예전에 대항항 앞에 방파제를 만들기 위해 뻘층을 들어내고 모래와 돌을 부은뒤 블록을 놓았는데 이게 계속 뻘 밑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매립하려면 이 같은 뻘층을 포함해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조사를 한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주민들은 가덕도 앞바다 수심이 최소 20m이며 그 아래로 15~20m의 두터운 뻘층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깊게 뻘층이 형성돼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가덕도는 바다로 돌출된 외해(外海)에 위치해 있어 공항 입지로 적절치 않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황 위원장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황 위원장은 "가덕도에는 바람, 파도, 안개, 태풍이 모두 찾아오는 곳"이라며 "태풍이 오면 1차로 제주도, 2차로 가덕도가 직격탄을 맞는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또 "안개가 많이 끼는 날에는 저 앞에 지나가는 상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 16일 오전 안개가 짙게 낀 가덕도 앞 바다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 16일 오전 안개가 짙게 낀 가덕도 앞 바다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과연 비행기가 제대로 뜨고 내릴 수 있을지"

    황 위원장은 이어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파도가 1m는 더 높고 풍속도 5m는 더 빠르다"며 "근해가 풍속이 초속 14m 정도라면 이곳은 초속 20m급, 다시 말해 태풍급 바람이 분다는 얘기다. 그래서 외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봄에는 동풍이 세게 불고, 여름에는 남서풍, 가을은 서풍,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어오는데 과연 비행기가 제대로 뜨고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덕도에는 최근 두 달 새 풍랑주의보가 3번 내리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또 "가덕도로 지나오기 전 부산신항이 있는데 부산 신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이 가덕도 앞을 수시로 지나간다"며 "컨테이너선은 화물 높이가 60m 정도 되기도 한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위해서는 화물 높이가 40m를 넘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황 위원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한 주민은 가덕도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민은 "가덕도에는 숭어 전통 축제가 열리고, 대항마을 뒤에 있는 연대봉이라는 곳에는 봉수대제가 해마다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는 천혜의 자연자원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에 충분한 곳"이라며 "진작부터 관광지로 개발했으면 부울경 중심 관광지로 발전했을 것이다. 지금은 여관도 하나 못 짓게 돼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천혜의 자연 자원 가덕도, 지금이라도 관광지로 개발해야" 

    가덕도는 1554년 조선 수군 주둔지로서 해안방어기능을 했던 곳이다. 1871년에 쇄국정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곳곳에 설치했던 '척화비'가 세워졌었고,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웠던 천성진성이 있었다. 이순신 전승 기념비문도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흔적과 안내문만 남았다. 또  6·25 당시 참전했던 가덕도 젊은이 23명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국군묘지와 충혼 기념비를 비롯해 약 100년 전 세워진 '가덕도등대', '동백야생군락지' 등이 있다. 역사적 보존가치도 충분한 지역이란 얘기다.

    취재진은 가덕신공항이 가덕도보다 부산 시내 접근성이 좋다는 일부의 주장도 의심스러웠다. 부산역에서 가덕도까지는 거리가 약 32k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차로 이동할 경우 시간은 50분 정도가 소요됐다. 반면 부산역에서 김해공항까지는 16km 거리였고, 이동시간은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 ▲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가덕도의 모습이다. ⓒ네이버 지도
    ▲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가덕도의 모습이다. ⓒ네이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