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세들, 자신과 가족 안위·출세에 '국정철학' 이용… 안위만 생각하는 정권 말로, 역사가 보여줘
  • ▲ 최건 변호사·대한법조인협회 회장.ⓒ뉴데일리DB
    ▲ 최건 변호사·대한법조인협회 회장.ⓒ뉴데일리DB
    요즘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국정철학’이 아닌가 한다. 가령 “나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한다.”, “누구는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누구의 국정철학을 검증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종종 사용된 ‘단어’이지만, 현 정권 들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유독 사용하는 듯하다.

    ‘국정철학’이라는 단어는 공식적 자리에서도 사용된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과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라는 발언이 등장하기도 했고(2020년 7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신동근 의원), 국회의원 국정감사 평가기준 중 하나로 ‘정부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활동’을 포함하겠다고도 한다(2020년 10월 14일자 민주당보좌진협의회의 공지문).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국정철학이 헌법 규정 사항에 준하는 것 또는 헌법규정 사항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 쯤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가의 보도처럼 '국정철학' 남발하는 文정부

    국정철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직역한다면 ‘국정(國政)의 철학(哲學)’, 즉 ‘국정 운영의 지표’, ‘국정 운영과 관련해 추구하는 가치’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은 무엇이길래 여당 관계자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이 표현을 사용할까? 정부 여당 관계자들은 군사정권 시절 많은 국민들이 암기했던 국민교육헌장이나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항상 숙지하고 다닐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국민들은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 국정철학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봤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국정철학 소개-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의 웹 페이지이다. 해당 웹페이지를 확인해보니 ‘국정철학 소개’란 제목 하에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큰 글씨와 함께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지표가 소개돼 있다. 즉, 문재인 정부가 밝히고 있는 정부의 국정철학은 정의, 국민주권, 경제민주화, 국민보호, 균형발전, 평화통일 등인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국정철학에 스스로 충실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그 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의문은 현 정권에서 임명된 최재형 감사원장이 과연 어떤 행동을 했기에 ‘같은 편’인 여당 국회의원으로부터 ‘국정철학과 맞지 않으니 사퇴하라’는 소리를 들었을까이다. 감사원장이 혼자만 잘 살겠다거나 지역 균형발전, 평화통일을 반대했을리도 없을텐데 말이다. 또한 이 같은 사회 보편적 가치를 반대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울텐데 굳이 평가기준, 검증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가 밝히고 있는 국정철학은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국민의 힘 소속 대부분의 국회의원들도 공유하고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적 정의보다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의 안위와 출세만을 생각한 일부 전현직 장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 최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우리 공무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현 정부 관계자들이 국정철학에 반했던 것이 아닐까?

    文정부 국정철학 검증, 이해관계에 따를지 확인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 여당 관계자의 ‘국정철학’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짐작하건대 그들이 말하는 ‘국정철학’은 '국정의 이해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정철학’이라 쓰고 ‘이해관계’라고 읽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과(過)’를 들춰내는 것은 국정철학에 반한다고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함에 비롯되는 무지라 치부하지 않았나 싶다.

    따라서 후보자의 국정철학을 검증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이해관계에 맞게 행동할 후보자인지 확인하겠다는 속뜻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맞는다면,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인식은 부적절한 것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삼권분립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고 헌법상 보장된 임기도 무시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당리당략과 집권자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떤가는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는 최근 몇 년 전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기치를 걸고 탄생한 정권이 지난 정권의 적폐를 보다 더 충실하게 계승한다면 현 정권의 말로 역시 지난 정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정부 및 집권여당에 희망하고 요구하는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스스로 밝힌 국정철학에 충실하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건 변호사
    -1973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41기. 대한변협 공보이사. 대한법조인협회 2대 회장. 부친은 울산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병국 전 의원이다. 대한법조인협회는 설립 5년차 되는 신생 단체로 대한변호사협회 또는 각 지역 변호사회와는 구별된다. 사법시험 존치 활동을 하는 일종의 민간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