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0년 전에도 “항미원조전쟁 승리” 발언…이후 중국매체 “6.25와 다르다” 주장
  • ▲ 항미원조작전 70주년 기념전시회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항미원조작전 70주년 기념전시회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항미원조전쟁(6.25전쟁)은 정의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이 반발하자 중국 관영매체들은 “항미원조전쟁과 6.25전쟁은 다르다”며 마치 한국민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그런데 중국은 10년 전에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6.25전쟁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 상 수상소감을 비난한 데서 드러났다.

    2020년 10월과 똑 같은 시진핑의 2010년 10월 발언

    시진핑 주석은 지난 19일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작전 7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은 정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북한 인민·군인들과 함께 싸웠고, 그 결과 항미원조전쟁(6·25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면서 중국이 유엔군에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항미원조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며 “우리는 항미원조전쟁의 위대한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위대한 정신을 새로운 시대에 이어받아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그런데 시 주석은 10년 전에도 같은 주장을 폈다. 2010년 10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작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은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시 부주석은 “이 정의로운 전쟁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국가와 인민의 동정과 지지, 원조를 받았고, 결국 ‘정의의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면서 “제국주의 세력 범위 확장을 막은 조치로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2010년 10월 26일 중국 공산당 매체 <인민일보> 3면에 실렸다.

    중국 공산당 “6.25전쟁은 7월까지는 조선내전, 이후로는 항미원조전쟁”

    시 부주석의 발언에 한국은 즉각 반발했다. 그러자 이튿날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인민해방군 장성의 글을 소개하며 “중국이 북한의 남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6.25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 ▲ 방탄소년단(BTS)는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밴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뉴데일리 DB
    ▲ 방탄소년단(BTS)는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밴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뉴데일리 DB
    해당 글은 인민해방군 국방대 교수 쉬엔 소장(한국군 준장에 해당)이 2005년 <신시다오칸>이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이었다. 쉬 소장은 “당시 남북한 한쪽에서는 조국해방을, 다른 한쪽에서는 북진통일을 외치는 형국에서 누가 먼저 총성을 울렸느냐는 무의미하다. 이는 조선의 내전”이라며 “내전인 조선전쟁과 국제전인 항미원조전쟁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 교수는 “6.25전쟁은 1950년 6월25일부터 7월까지이고, 항미원조전쟁은 중국 인민지원군이 개입한 1950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과 쉬 교수의 주장이 같다는 것이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의 주장이었다.

    BTS 비난한 환구시보, 6.25전쟁에 대한 중국 속내 비춰

    하지만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최근 BTS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6.25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내가 드러났다. BTS는 지난 7일 한미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코리아 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BTS는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라며 “우리는 한미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수상 소감을 내놨다.

    그러자 11일 중국 <환구시보>는 BTS의 수상소감을 문제 삼으며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놨다. 신문은 “BTS의 소감 가운데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대목이 중국 인민지원군의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들은 과거 중국 방문 때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BTS에 대한 비난을 부추겼다.

    앞서 언급한 쉬 소장의 주장대로라면 전쟁 발발 이튿날인 6월 26일부터 참전했고, 7월 초부터 희생자를 낸 미군은 6.25전쟁의 희생자다. BTS가 이를 추모했다고 하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6.25전쟁 전체를 항미원조전쟁으로 취급했다. “6.25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은 다르다”는 중국 공산당의 공식입장을 스스로 벗어던진 셈이다.

    결국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환구시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신문은 13일 관련 기사와 SNS에 올린 기사 링크를 모두 삭제했다. 그러고는 “한국 언론들이 우리 기사를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해서 빚어진 오해”라고 변명했다.

    시진핑 주석의 “항미원조전쟁은 정의의 승리”라는 말은 이런 와중에 나온 것이다. 여기에 한국 국회는 물론 미국까지 반박하고 나서자 중국 공산당 매체들은 10년 전처럼 “6.25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은 다르다”는 변명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