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원하는 건 자유대한민국을 흡수·복속하는 것"
  • ▲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의 운명을 뒤흔들 ‘종전선언’이 정부 여당에 의해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5000만 한국민의 미래에 종전선언이 가져올 충격파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이 국민 의견을 묻는 절차도 없이 정부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 시선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이나 북한의 한국 공무원 총살-소각사건에 쏠린 사이, 마치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가 있는 것처럼 종전선언 프로젝트가 착착 진행되는 양상이다.

    "당정, 상호 호응… '종전선언' 가속 패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 화상(畫像) 기조연설 말미에 ‘종전선언’을 매우 비중 있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면서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6월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원 의원 174명은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있은 지 5일 만인 9월 28일 이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했다. 당정(黨政)이 상호 호응하며 ‘종전선언’의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2007년 10월 4일 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4조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은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도 전에 한반도의 현상변경과 한미동맹 약화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전선언’ 발상은 문재인 정부의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부활했다. 판문점 선언 3조 3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중략)하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문 정부는 남북-미북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 하였으나 하노이 회담 결렬로 계획이 틀어지자 한국 내부에서 동력을 일으켜 여론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 해체하면 늑대들에 둘러싸인 토끼로 전락"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판문점 선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것이 ‘휴전(정전)협정’과 ‘평화협정’ 사이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협정을 곧바로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니, 그 사이에 ‘종전선언’이란 징검다리를 놓아 건너가기 쉽게 하려는 의도이다. 이는 ‘先북비핵화 後평화협정’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뒤집어 ‘先평화협정 後비핵화’로 가자는 주장의 일환이다. 북한도 체제안정이 보장되어야 핵을 포기할 것이므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먼저 종전선언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 논리는 북한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전제, 즉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기대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뒤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그것을 강제하거나 원래대로 돌아갈 아무런 장치나 보장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세상에 평화체제를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평화는 그것을 유지할 역량이 있을 때만 지속할 수 있다. 그런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평화를 지탱하는 한미동맹을 해체하면, 한국은 늑대들에 둘러싸인 토끼 신세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 북한이 문서로 된 남북간의 선언이나 합의를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는 십분 이용하다가도 불리해지면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는 것은 지난 70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남북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한국민의 경계심을 해제한 뒤 전면 군사공격을 감행한 6.25 전쟁이 대표적이다. 남북이 핵 개발을 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하고(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노태우 정부가 한국에 있던 미군 전술핵을 모두 철수시키자, 북한은 ‘노동1호’ 발사로 새로운 위기를 조성해 이미 했던 약속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노태우 정부는, 목표를 잘게 쪼개 하나를 먼저 이룬 뒤 기존 약속을 팽개치고 다음 목표를 향해 가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철저히 당했다.

    "북한, 좌파 정부 시절에도 약속 지킨 적 없어"


    북한은 심지어 자신들에게 가장 우호적이었던 좌파 정부 시절에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노무현 정부 때 첫 핵실험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실족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소각하는 만행으로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하자는 판문점 선언을 휴지로 만들었다.

    ‘종전선언’이 위험한 이유는, ‘평화’ ‘화해’ ‘민족’ 같은 단어에 약한 한국민들 사이에 전체주의 폭압 정권인 북한에 대한 착시(錯視)를 불러일으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여론이 휩쓸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론은 논리적 주장보다 감정적 선동에 약하다. 어떤 주장 뒤에 숨은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 하기보다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같은 선동에 쉽게 동조한다.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간에 종전선언이 채택되고 나면,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일어나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기보다 확실한 정권안전 보장과 한반도 평화환경 조성을 위해 미북관계 개선과 한미연합훈련 철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핵 무력으로 한국 경제력 위에 '타고 앉으려' 할 것"


    한 가지를 얻으면 이전의 약속은 무시하고 다음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북한의 철칙이다. 북한의 다음 목표란 미북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북한도 안심하고 비핵화로 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이다. 북한은 또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한반도에 더 이상 외국 군대의 주둔이 필요치 않다며 미군 철수도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느슨한 연방제’로 한국을 엮은 뒤, 핵 무력으로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력 위에 ‘타고 앉으려’ 할 것이다. 낙후한 북한 경제를 되살려 통일기반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에 경제지원을 압박하면 핵 없는 한국은 거절할 방법이 없다.

    또 설사 협상 과정에서 일이 틀어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수순이 폐기되어도 북한은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북의 핵은 여전히 존재하고 계속 늘어날 것이다. 반면 한국은 한미동맹을 크게 훼손하여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 약화는 중국이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결국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북중의 위협 앞으로 내몰 것이며, 한국은 그 후과(後果)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북한의 직접적 군사위협과 경제적 요구, 중국의 노골적인 외교 간섭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며 미국 중심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나 미-일-호주-인도의 ‘4자 안보대화(쿼드)’ 회의에도 빠지면, 한미동맹은 더욱 악화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장차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할 수도 없다.

    북한과 중국이 그리는 한반도의 미래는?


    북중이 그리는 한반도의 미래는 5000만 한국민이 꿈꾸는 미래와 같지 않다. 한국이 추구하는 자유 민주 인권의 가치는 북중의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가치와 공존할 수 없다. 북중이 원하는 것은 자유 대한민국을 흡수-복속하는 것이다. 문 정부가 꿈꾸는 ‘평화로운 남북의 공존과 협력’은 환상일 뿐이다. 한국이 북중에 예속되는 암울한 미래는 문 정부의 정책 결정자와 그 자녀들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와 집권 여당은 통일의 지름길인 줄 안 ‘종전선언’이 한국을 파멸로 이끄는 거대한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위험한 지름길보다 덜 위험한 우회로를 가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66조를 되새겨야 한다. 국가의 운명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 야당은 정치적 사건에만 매몰되지 말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중대성을 국민에게 알려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1973년 미국과 남북 베트남 3자 간에 조인된 파리평화협정은 월남 패망으로 이어졌다. 중국 속담에 ‘불난 틈에 도둑질한다(趁火打劫)’는 말이 있다. 이 나라가 북한-중국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통째로 도둑질당하지 않도록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