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질’한 적(敵)을 용서하는 대범한 군대어떤 상황에서도 ‘군사합의’는 지키고...그래도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 ▲ 전방초소 TV화면 캠처ⓒ연합뉴스
    ▲ 전방초소 TV화면 캠처ⓒ연합뉴스
    李 竹 / 時事論評家

      엊그제 아침녘, 강원도 비무장지대[DNZ]내 ‘국민의 군대’ 최전방 감시초소[GP] 바깥벽에 북녘 군대의 고사총 총탄 ‘네 발’이 날아와 박혔다고 한다. 

      누가 왜 쏘았겠는가? 
      총질을 해댄 자들은 말이 없는데, 총질을 당한 쪽에서는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고 있단다. 의도된 도발이냐, 아니냐를 놓고서... 

      하지만 어느 ‘군가’(軍歌) 가사처럼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루는 부모 형제’의 입장에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의도’든 ‘우발’이든 ‘실수’든 총질은 총질 아닌가. 한편으로는 두렵고 불안할 뿐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군대’ 상층부에서는 ‘우발적 총격’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가 보다.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무리에게 때론 욕을 처 잡수시고 수시로 농락을 당하시면서도 ‘조공(朝貢) 주도 평화’에 목을 매는 높은 분들의 신념과 처지를 받들어 모셔야 하지 않겠나.
      한마디로, 멍청한(?) 북녘 병사들이 고사총을 만지다가 실수로 방아쇠를 당겨 총알이 튀어나왔다는 거다. 아주 그럴듯한 정황 증거까지 들이대고 있다고. 

      ①총격 당시 북녘 군대는 전방초소 근무 교대 시간이었다. ②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③북녘 초소 근처에서 일상적인 영농(營農)작업이 목격되었다. 기타 등등...

      여기에다가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그 당’에서도 ‘우발적 총격’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고 한다. ‘북악(北岳)산장’에서 큰 직책을 맡으셨다가 이번에 의원 뱃지를 다시게 될 분의 말씀이란다. 

      “[총격이] 발생한 시각, 지역, 과거 전례 등을 감안할 때, 의도적 총격으로 보지 않는 것이 지배적...”

      이와 함께 생색내기 대응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마음이 굴뚝같나 싶다. 북녘 군대에 경위를 알려달라고 전통문을 보냈다는데... 글쎄? 혹시?

      “변명이나 해명을 해주면 너무 좋고, 그럭저럭 시간 보내며 묻어버려도 할 수 없고...”는 아닐지. 그러나...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는 군가를 떼창한 적이 있는, 또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등 허를 찌른 저들의 군사도발을 겪어 온 이 나라 ‘국민’이면 이 정도는 넘겨짚을 수 있다. 이른바 ‘우발적 총격’의 정황이란 게 오히려 ‘군사적 기습 도발’에 알맞은 여건·상황일 수도 있었다는 점을...

      “뻔히 앞이 잘 보이는 대낮에, 잔뜩 사격할 태세를 과시하고 나서 고사총을 쏜다. 이래야 군사도발이라고?”
      “앞뒤가 맞질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북녘의 영농작업은 어찌 관측했는가?”

      어리석은(?) 물음에 더하여, “경고 방송과 함께 10여 발씩 두 차례에 걸쳐 대응 경고사격을 했다...”는 발표에 쓴 웃음을 짓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허공에 대고 의미 없을 총질은 왜 하누? 총알 값만 아깝게...”

      이렇듯 아까운 총알 값을 뒤로하고, 이번 총격사건은 여러모로 이 나라 ‘국민의 군대’의 그간 변화와 오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비록 ‘국민의 군대’가 스스로 뜻한 바는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적(敵)에게 총질을 받고도, 적을 배려하고 입장을 존중해 주는 ‘대범한 군대’로 개혁·발전했다. 군사비(軍事費) 걱정 전혀 필요 없는 관용(寬容)으로 중무장한...
      나아가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 무슨 ‘9·19 군사 합의’는 꼭 지키는 ‘약속의 군대’임을 입증할 것이다. 적은 이미 그 ‘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하고 있지만, ‘합의’를 스스로 족쇄 삼아 꾹 참고 견디는 인내력(忍耐力) 충만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만은 냉철하게 직시하기 바란다. 참을 마음일랑 먹지 말고.

      이번 전방초소에 대한 북녘 군대의 사격은 결코 ‘오 발’이 아니다!


      그래, ‘네 발’[四發]이랬잖아...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