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3억달러 요구" 잇달아 보도… 외교부 "확인해드릴 수 없다" 같은 말만 되풀이
  • ▲ 【베이징=신화/뉴시스】지난해 10월 2일 중국군 초고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9.10.02
ⓒ뉴시스
    ▲ 【베이징=신화/뉴시스】지난해 10월 2일 중국군 초고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9.10.02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한미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한국이 상당한(substantial)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has agreed)"고 밝혔다. 이날 미국이 한국측에 분담금 '13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며 "이에 우리는 매우 높이 평가한다(appreciate very much)"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철수할 계획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나왔다.

    트럼프 "한국, 상당한 부담 하기로… 매우 높이 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게 우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미국은 1조5천억 달러를 국방비로 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방위한다면, 그들은 분담금을 냄으로써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美고위관계자 "한국 분담금 13억 달러 요구"

    7일에는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분담금이 13억 달러라는 보도도 나왔다. 다음날인 8일 조선일보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미국은 코로나 사태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13억 달러 요청은 나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역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13억 달러"라고 확인했으며, 미국 측이 숫자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우리 측 안은 5년 뒤에 방위비가 13억 달러가 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지만 미국은 당장 올해부터 13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지난해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2019년도 한국측 분담금 총액 1조389억원에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합의했다. 미국이 이번에 요구한 1조5900억원 규모의 분담금은 지난해 대비 50%가량 오른 것이다.

    우리 정부, 공식 입장 없어… "협상 진행중"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7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근래 요구한 분담금 규모가 연간 13억 달러 그리고 49% 인상률이 맞는지"란 질문에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협상 결과는 양쪽이 다 수용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8일 "13억달러 요구가 미국의 공식 입장인가"란 본지 질문에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직 합의된 게 없다는 것뿐이다. 양해 바란다"란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는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의 명분으로 '전략적 환경 변화'를 제시했다. 

    7일(현지시각) 美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앤더슨 지명자는, 한국과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지연이 한미동맹에 위험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의를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는 공동으로 수많은 복합적인 과제(challenges)에 직면한 상태"라며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 연합방위에 더 과감한(robust)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앤더슨 지명자 "전략적 환경 달라져, 한국 방위비 늘려야"

    앤더슨 지명자는 이어 "전략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더 크고 더 공평한 부담(shoulder a larger, more equitable share)을 짊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더슨 지명자는 이 대답에 앞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서 중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에게 실질적인 위협(real threat)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이 언급한 '전략적 환경변화'는 북한 핵전력의 진전을 의미하며, 그러한 진전에 따라 한국측이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요구인 것으로 보인다. 

    앤더슨 지명자는 이어 "(부차관으로) 인준을 받을 경우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지지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전략적 요청과 조약상 의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