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국회의장 사실상 추대…선거 실종 이재명 견제 세력 부재…당내 민주주의 퇴행 친명계는 이재명 '당대표 연임론' 군불 때기
  • ▲ 이재명(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국회의장단 후보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추미애 당선인,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 이종현 기자
    ▲ 이재명(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국회의장단 후보 등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의원, 추미애 당선인,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로 재편되면서 당 내 민주주의에 비상등이 켜졌다.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에 의해 낙점된 인사가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선출됐고, 국회의장 후보군까지 이 대표 뜻에 따라 사실상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주의의 꽃인 공직 선거에 훼방을 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목소리마저 사라지자 당 내 민주주의가 크게 퇴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16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진행한 결과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꺾고 선출됐다. 이번 경선은 사실상 당 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가 강경파인 추 전 장관을 추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는데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다만 앞서 우 의원은 "이 대표가 '국회는 단호하게도 싸워야 되지만 한편으로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된다는 점에서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말했다"고 밝혀 '명심'이 자신을 향했음을 공개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당초 20여 명이 거론됐던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군은 끝내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의원만이 단독 입후보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이 대표 '낙점 인사'가 추대됐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당대표에 의해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 의원이 주도해 친명계 국회의장 후보군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골적인 의장 후보 교통정리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심각한 문제"라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당심이, 명심이 이런 정리를 하는 것은 국민들한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원내대표와 당3역(黨三役)으로 통하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각각 친명계인 김윤덕·진성준 의원을 앉혀 친명 일색의 지도부 꾸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공언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직접 완성시킨 것이다. 

    이처럼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를 견제하는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린 소장파 민주당 의원들이 당내 쓴소리를 도맡았던 모습과 비교된다. 21대 국회에서 이 대표에게 직언을 한 숱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당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했다. 다양한 민의를 대변해야 할 공당이 정작 당 내 민주주의를 퇴행시킨 꼴이 됐다.    

    친명계는 연일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론'에 대한 군불을 때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대표 연임추대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으며 이 대표를 설득하고 권유하는데 총대를 멜 생각"이라고 했다. 당 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연임 여부는 본인 결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당대표 연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다.  

    이 대표의 무소불위 권력은 여의도 밖으로까지 뻗치는 모습이다. 차기 국무총리와 대법관 등의 인선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동의 하에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한다. '명심'에 의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선출된 상황에서 행정·사법 핵심 요직에 대한 인선 권한까지 이 대표가 손아귀에 쥔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민주당의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이 대표는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실현시키고자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패싱'하는 처분적 법률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입법부 폭주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기 위해 개헌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인 김동아 당선인은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운운해 반(反)헌법적 발언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권과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이 놀랍게도 히틀러 집권 과정과 너무 비슷하다. 히틀러는 수권법을 통해 역사상 가장 민주적 헌법이라는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시켰다. 법률로 헌법을 제약한 것"이라며 "히틀러가 돌격대(SA)를 앞세워 반대파들을 향해 저지른 폭력은 '개딸'(개혁의딸)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강한 힘을 가진 제왕적 야당 대표의 1인 독재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내가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숨 쉴 자유조차 없다'고 했다. 그만큼 당 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당의 오늘"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