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 시각 엇갈려… "정치국 후보위원 김여정, 바로 후계자 되기 어렵다" 시각도
  • ▲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다녀온 김여정과 김영철, 리선권, 최휘 등이 김정은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 선전매체 화면캡쳐.
    ▲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다녀온 김여정과 김영철, 리선권, 최휘 등이 김정은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 선전매체 화면캡쳐.
    김정은이 식물인간 상태라는 주장이 북한에서조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김정은은 건재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김여정이 김정은을 대신해 북한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김정은 주재 당 정치국 회의서 김여정 지위 높여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 이하 입법조사처)는 29일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입법조사처는 김정은이 주재한 4월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분석했다.

    김정은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을 뽑았다. 이때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조직지도부 부부장)인 김여정이 뽑혔다.

    “김여정은 2019년 4월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물러났다가 1년 만에 다시 뽑혔다”면서 “그가 다시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것은 2019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선임되는 등 역할이 확대된 것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또한 올해 초부터 김여정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하는 등 독립적으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였다며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이 당 중앙(북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서 독립적인 주체로 정치활동 하는 것, ‘당 중앙’의 역할


    “김여정이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서 활동하는 것은 수령 유일영도체계라는 북한 정치 특성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지는 ‘당 중앙’의 역할에 가까우며, 이는 노동당 최고 권력기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백두혈통의 후계자로서의 지위와 역할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 ▲ 청승맞은 표정의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승맞은 표정의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정황들로 볼 때 김정은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다시 앉힌 것은 ‘백두혈통’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라고 입법조사처는 풀이했다.

    입법조사처는 “김정은이 집권 후 처음으로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제기된 지금, 김여정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면서 “물론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이 당장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적으로 지위가 좀 더 높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여정 권한·역할 확대 조짐 이미 보여…문재인 정부, 대응하고 있나

    입법조사처의 지적처럼 김여정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된다는 조짐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보였다. 지난 3월 24일 “북한 노동당 내부에서 ‘존경하는 김여정 동지의 지시문’이 하달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왔다. “국내 안보 부서에서도 ‘김여정 지시문’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이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사람은 현재 김여정과 리설주 뿐이다. 그 중에서 리설주는 ‘존경하는 여사’라고 따로 칭한다. 김정은은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라 부른다.

    김정은은 어릴 적 ‘존경하는 대장 동지’로 불렸다. 김정일은 2010년 12월 “김정은을 부를 때는 ‘존경하는 군사위 부위원장’이나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라 부르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은 한동안 지켜지지 않다가 김정일이 죽은 지 사흘 뒤인 2011년 12월 20일부터 지켜졌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보고서 말미에서 “정부는 북한의 모든 상황 변화를 고려한 종합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은 건재하다”는 ‘믿음’만 갖고 북한 내부의 변화 조짐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