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 변호사, MB 항소심 결심공판서 조목조목 반박… "대한민국 법률가 양심걸고 MB는 무죄"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가 다음달 19일 열린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다. 물증 없이 진술에 따른 증거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직접적·객관적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변호인 대표로 최후변론에 나선 강훈 변호사는 "진술이 유죄 증거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신빙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와 관련해 핵심관계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정치적 의도로 진행된 재판"이라고 주장한 것도 그래서다. 이에 본지는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쟁점인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다스 실소유주 문제 등을 살펴봤다.

    ①국정원 특활비 수수…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 요구, 비상식적"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근거로 2010년 7월께 국정원 특활비 2억원 수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국고손실·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2010년 총무기획관실에서 보훈단체 지원금 예산을 누락해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국정원 자금 교부를 건의했다고 진술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인 이 전 대통령은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전화했고,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교부받아 보훈단체 지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원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요청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다만 당시 ‘청와대에서 시계(기념품) 제작 예산이 부족하다며 국정원 특활비 교부를 요구한다’는 국정원 직원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일은 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에서 "(보훈단체 지원금 예산 누락은) 청와대 총무기획관실의 전형적 업무 실수의 사례"라며 "김백준이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그 부하직원이 아닌 이상 이런 식의 일처리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실수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위법한 국정원 특활비 교부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백준 기획관이 총무기획관실에 대한 책임추궁을 면하려고 잘 알던 김주성 기조실장이나 국정원 파견 담당관 등에게 시계 제작 예산이 부족하니 국정원장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런 보고를 받은 원 원장이 도와주라고 해, 그 돈으로 보훈단체에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탄핵했다.

    ② 다스 소송비 대납… 삼성 돈 받은 김석한, 대통령 만날 수도 없었다

    검찰은 삼성이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에 매월 지급한 자문료 및 변호비 실비 등 총 119억3000만원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이 김석한 전 에이킨검프 변호사를 시켜 삼성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김석한 전 변호사를 안 것은 2007년 하반기"라며 "겨우 두 차례 만난 김석한에게 대통령이 삼성을 찾아가 뇌물을 달라는 말을 하라고 지시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석한이 2008년 3~4월께 청와대로 들어와 대통령을 만나 삼성의 자금지원 사실을 보고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사실로 판단한 원심 판결과 관련해 "객관적 증거에도 반하는 내용을 사실로 인정했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도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보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거나 지방에 내려가 있어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을 만났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이학수 자신이 청와대 들어온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청와대 출입기록에도 이학수가 들어온 기록이 없다"며 "이학수가 청와대에 들어왔다는 원심의 사실 인정은 증거 없이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하반기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석한 변호사를 찾아가 에이킨검프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 중 다스 소송비 등으로 쓰고 남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이에 이학수 전 부회장을 찾아가 김 변호사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김백준이 돈을 달라고 한 시점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전 기획관의 주장대로라면 현직 대통령이 맡겨 놓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절한 김석한 변호사와 이학수 전 부회장, 삼성 등의 행위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변호인단은 김석한 변호사가 이후에도 계속 국내를 오갔던 점을 강조했다.

    ③ 다스는 누구 것?… 다스 실소유주는 ‘김재정’

    검찰은 김성우 다스 전 사장이 1991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고(故) 김재정 씨에게 전달한 비자금 339억원을 이 전 대통령의 횡령으로 보고 기소했다. 원심은 이 금액 중 약 250억원가량을 이 전 대통령의 횡령금액으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변호인단은 "횡령죄는 재산범죄"라며 "누가 횡령했는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길은 누가 재산적 이익을 취득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도곡동 땅 매매로 김재정이 취득한 이익금은 약 90억원, 김재정이 주식거래·사업투자 등으로 손실을 본 금액은 300억원 정도로, 현재 남은 재산이 80~90억원갸랑 된다. 김재정은 영포빌딩 관리로 약간의 소득을 올린 외에 다른 소득은 없었다. 결국 계산상 김재정에게 전달된 비자금은 모두 김재정이 소비했다는 말이 된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이고, 이 전 대통령 지시로 비자금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김성우 등의 주장이 거짓임을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다스로부터 퇴사할 당시의 상황"이라고도 주장했다.

    2008년 특검에서 다스 경리 여직원의 120억원 회삿돈 횡령사건이 발견되자 다스 대주주인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 씨는 김성우 전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가담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들을 퇴사시켰다. 김성우 전 사장 등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전화 연락 한번 하지 않고 별다른 반발 없이 퇴사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회사이고,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전달한 것이라면 이런 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리 있겠느냐"며 "그 사실 자체가 이 전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약점이고, 그들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무기였다"고 반박했다.

    ④ 이팔성이 건넨 20억이 뇌물?… "이팔성, 대통령에게 책임전가"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약 20억원을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 이상득 전 의원, 김윤옥 여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그 대가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됐다며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이팔성 전 회장 스스로 자신이 지원한 돈은 성동조선이 낸 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공직을 제안하면서 사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팔성 스스로 대통령에게 직접 준 돈은 없다고 한다"며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부분은 2007년 7월29일과 8월18일 각 1억원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나머지 돈은 이상주 변호사가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선거나 총선을 위해 사용됐다고 하며, 그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별개의 논점으로 하고,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김 여사에게 2차례 각각 1억원씩 전달했다'는 이팔성 전 회장 진술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7년 7월29일 1만원권 1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이 전 대통령 가회동 자택에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고, 김윤옥 여사가 문 앞에 나오는 것을 보고 인사만 하고 가방을 그 자리에 두고 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2007년 7월28일은 가회동 자택 앞에 종로경찰서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었고, 사설 경호원도 증원된 상태였다"며 "경호 절차도 엄격해 누군가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면 비서가 나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게가 약 1kg에 달하는 돈 가방을 문밖에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8월18일 가회동 자택에서 김 여사에게 현금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전달했다는 이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8월18일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라며 "후보자와 그 배우자가 모두 집에 없는 날"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증거로 채택된 핵심관계자들의 진술은 경험칙상 도저히 진실한 것으로 믿을 수 없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진술들을 사실인 것으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증거판단을 그르쳐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⑤ 가혹조사와 별건조사, 플리바게닝… MB 수사의 검찰 행태

    이번 재판에선 검찰의 가혹조사와 별건조사도 논란거리였다. 변호인단은 "밤샘조사나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매일 반복하는 것도 기본권을 침해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금지돼야 한다"며 "그로 인해 얻어낸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함으로써 그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구속 직후 27일 동안 단 2일만 쉬고 25회 연속으로 조사받았다. 그 중 22일간은 매일 12~16시간에 걸친 심야조사를 받았다. 하루 4시간 정도의 수면만 가능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도 가혹조사 피해자다. 변호인단은 "이 사무국장은 85일 동안 총 44회의 조사를 받았는데, 그 중 20회가 밤 12시를 넘긴 심야조사거나 12시간 이상 진행된 조사였다"며 "이병모 국장의 진술에 의하면, 구금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로 치아를 3대나 뽑았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별건수사도 문제 삼았다. 김 전 기획관과 이동형 다스 부사장,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한 이병모 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등이 "상당부분 영장 기재 사실과는 무관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참고인조사를 받았다"며 "진술의 증거능력을 배척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진술자가 형사처벌받을 위험이 있는 혐의를 미끼로 제3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끌어내는 위법한 '플리바게닝'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한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는 다스에서 엄청난 규모의 횡령 범행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들"이라며 "그들이 회사 자산을 횡령했다는 것은 다스 경리직원들의 진술과 회계서류 등에 의하여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정에서 열람한 이팔성 비망록에는 2015년 누군가에게 돈을 준 내역도 있고, 검찰은 위 비망록의 등사를 거부하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 대한 수사증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그에 대한 어떤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범죄행위가 밝혀졌음에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일부만 기소한 김 전 기획관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의 경우도 위법한 폴리바게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강훈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걸고 이명박은 무죄"

    이날 결심공판에서 최후변론을 맡은 강훈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많은 시간을 이 전 대통령과 이야기하면서 보냈다"며 "법조인이 된 지 벌써 35년이 지나, 상대방의 말 중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를 판단할 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게 자신있게 말한다"며 "이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공소제기된 돈에 대해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부하직원이 대통령 모르게 사용한 것이라도 공적 용도에 사용된 것이라면 대통령이 책임질 문제이지 부하에게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김백준의 착복, 김성우·김재정의 개인적 횡령, 김석한의 사기라는 변호인의 말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런 사람을 채용해 공직자로 일하게 하고, 형님(이상은 다스 회장)의 부탁이 있었음에도 여러 이유로 제대로 살펴주지 못했다고 자책한다"며 "이 사건으로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단순히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걸고 말한다"며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을 지낸 피고인 이명박은 무죄"라면서 최후변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