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4시간 만에 영업 종료…상하이 시민들 “미국 제품 좋아” 환호
  • ▲ 중국 상하이 코스트코 개장 첫날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상하이 코스트코 개장 첫날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27일 미국의 대표적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가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개점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시민들은 코스트코의 미국제품과 명품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대만 <동삼신문TV(東森新聞)> 현지 보도에 의하면, 홍차오(虹橋) 공항 인근에 위치한 상하이 코스트코는 아침 9시에 개점했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4시간만인 오후 1시 영업을 중단했다.

    상하이 시민들, 미국제품에 환호…개점과 동시에 아수라장

    <동삼신문TV> 보도에 따르면, 일부 시민은 반쯤 열린 셔터문 아래로 기어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 곳곳에서 쇼핑카트끼리 부딪혀 다툼이 벌어지거나, 쇼핑객끼리 시식 음식물을 먼저 먹으려 다투거나 한정 판매 생육을 먼저 차지하려 잡아 뜯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이날 아침 일찍부터 상하이 코스트코 주변 도로에서는 1km이상 차량이 정체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하이 코스트코 주차장은 전 세계 코스트코 중 면적이 제일 넓다(1200대 주차가능).

    <동삼신문TV>와 인터뷰를 한 상하이 시민은 “난 미국제품을 좋아해서 코스트코에 왔다. 중국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 주부는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어 미국식 슈퍼마켓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 상하이 코스트코에는 ‘팸퍼스’ 기저귀, ‘오션 스프레이’ 과일주스, ‘샘소나이트’ 가방 등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미국 상품이 그대로 진열돼 있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 the Paper)>의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 코스트코의 식품가격은 중국 일반 소매가격에 비해 약 10%, 비식품 가격은 30~60%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장 당일 구매대행을 하는 쇼핑객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중국 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를 통해 199위안(약 3만4000원)인 코스트코 회원권을 구입하지 않고 구매대행을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이들은 구매 대행비로 구입가격의 8~10%를 받는다고 <펑파이>는 전했다. 상하이 코스트코 회원 수는 이미 1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상하이 코스트코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차들. ⓒ상하이 시민 제공
    ▲ 상하이 코스트코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차들. ⓒ상하이 시민 제공
    코스트코 개장 첫날의 이런 대혼잡은 최근 한창인 미중 무역전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무역전쟁 관련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제품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뿐이어서, 코스트코 개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 영향권 밖에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미국산 돼지고기, 와인, 대두, 과일 및 기타 농산품에 15~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상하이 코스트코 개장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내 고향인 상하이에서 미국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소비자 상대로 수익을 내니 얼마나 좋은 상호호혜인가”라며 환영했다.

    매장 넘기고 철수 중인 외국계 할인매장과 다를지 주목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매장으로는 미국 월마트(43개 점포), 프랑스 까르푸(56개 점포)가 있다. 그러나 까르푸는 지난 6월 중국 매장의 80%를 중국기업에 매각했으며, 영국계 매장 테스코는 2013년 중국 사업을 조인트벤처로 전환했다. 또한 한국의 이마트, 롯데마트를 비롯해 미국 메이시즈, 일본 다카시마야 등 많은 외국 백화점과 할인매장이 JD.com(京東),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중국에서 철수했다.

    까르푸는 다른 우여곡절도 겪었다. 2007년 까르푸 충칭(重慶) 매장에서 쇼핑객이 한꺼번에 식용유 판촉 행사장에 몰렸다가 폭발사고가 발생, 3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프랑스에서의 성화 봉송 방해를 이유로, 중국 각지에서는 까르푸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분석기사에서 코스트코가 5년 전부터 알리바바와 협업을 통해 자사 제휴 브랜드를 온라인 판매하며 중국 시장을 꾸준히 분석해 왔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한국, 일본, 대만의 코스트코 운영으로 해외 매출이 3배 증가한 점과, 미국 월마트의 회원제 매장인 ‘샘즈클럽’ 중국매장의 성공도 코스트코 중국진출의 한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상하이 코스트코 현장을 취재한 대만 매체들은 개장 첫날 대혼잡에 대해, 인터넷 쇼핑이 상권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에서 무기한 환불, 무료시식을 내세우는 코스트코의 선심공세가 중국의 민족주의를 내세운 무역전쟁을 벌써부터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