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혁명 한 단계 더 심화돼야 한다"는 선언… 文 '네, 아니오' 선택 기로에 서
  •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매우 모욕적인 호통을 쳤다. 오지랖 넓게 중재자, 촉진자 노릇을 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위해 제 정신 차리고 외세의존을 탈피해 오직 북-남 관계 개선에 모든 것을 복종시켜야 한다, 운운. 남한 집권세력더러 독립성을 포기하고 자신의 일개 우당(友黨)이 되라고 오만방자하게 명령한 셈이다. 이런 소리를 듣는 현 운동권 집권측의 기분이 어떤지 묻고 싶다. 기분 좋은가 나쁜가?

    김정은은 그러나  공연히 성깔을 부린 것으로만 봐선 안 된다. 김정은의 이 말은 통일전선을 한 층 더 깊은 단계로 끌어가야 한다는 시국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통일전선의 초기 단계는 외견상 대등한 관계다. 공산당과 다른 정당들의 수평적인 연대를 가장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갈수록 공산당과 다른 정당들의 관계는 수직적인 것으로 변한다. 다른 정당들은 조선노동당의 허수아비 하위체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선 폭력과 공포정치와 선전선동에 의한 홍위병 동원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사용된다.

    김정은의 무례한 대남폭언은 “우리는 핵보유국으로서 남조선 너희에게 명하노니 이제부터는 한-미 동맹에서 완전히 이탈해 우리의 우당으로 편입되라”는 요구였다. 단순한 미치광이의 방언이 아니라 한반도 혁명이 한 단계 더 심화돼야 한다는 선언인 것이다.

    미국에 몰린 김정은으로서는 하나의 불가피한 출구로서 대남 혁명을 더 다그치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압력을 피하고 막기 위해 남한에 불을 지르는 식이다. 앞으로 광화문 광장에는 더 과격한 반미 시위대가 출현할 것이다. 남한 운동권으로서는 자신들의 궁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한국 보수진영을 더욱 ‘궤멸’시켜야 한다는 필요에 직면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은 어쨌든 김정은에게 답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김정은의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우당이 되어라”고 한 데 대해 “네”라고 하든지 ‘아니오“라고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냥 우물우물 지나가려 해선 안 된다. 당신들은 대체 어느 쪽인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9/4/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