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원내대표 임기만료…'광주형 일자리' 성사 등 초반 성과 불구 '레임덕' 맞아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결국 ‘레임덕’ 상태로 임기만료를 맞이할 모양새다.

    민주당 당헌 제55조 1항에 따르면 원내대표 경선은 매해 5월에 열린다. 올해는 다음달 8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의 임기는 20여 일 남은 셈이다.

    당초 홍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평가가 컸다. 지난해 4월 당선 직후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는 등 대야 협상에 적극 임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통과를 이끌며 호평받았다.

    특히 당론과제였던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 광주지역 노·사·민·정이 지난 1월 극적 합의한 데 대해 홍 원내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처음 협상하는 과정에서 홍 원내대표가 역할을 많이 했다. 실제로 광주에도 여러 번 내려가 타결을 위해 애썼다. 홍 원내대표를 필두로 당에서 지원을 많이 한 덕분에 새 일자리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선거제 개편 등 교착상태

    하지만 임기 초반과 달리 최근 들어 홍 원내대표의 역할이 다소 위축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 및 의제설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야당과 협상에서도 전권을 가진다. 그런데 최근 홍 원내대표의 행보를 보면 야 4당과 관계에서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의 협상이 절실한 선거제 개편마저 교착상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편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울지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 내홍에 휩싸인 상황이어서 홍 원내대표가 임기 내에 이들과 협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홍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입을 뗀 ‘탄핵법관 명단 공개’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홍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탄핵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후 ‘카운터파트너’로서 무력했다는 지적이 많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 후 대여공세를 바짝 죄었다. 3월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 등을 통해 여권에 ‘한방’을 날리며 입지도 다졌다. 이처럼 나 원내대표가 ‘나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홍 원내대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원내대표 회동이 번번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된 것도 홍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와 기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바뀌면서 여당과 대립각이 커졌다. 때문에 올해 국회가 잘 안 풀렸다”고 두둔하면서도 “홍 원내대표 임기가 얼마 안 남아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한국당 쪽으로 추가 기운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홍 원내대표의 대야 협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제 개편 등만 보더라도 원내대표 간 ‘협상’이랄 게 없었다. 특히나 패스트트랙 공조로 한국당을 밀어붙인 게 사실상 민주당 쪽 아닌가. 그런데도 성과가 없었다. 야 4당과 관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홍 원내대표 역할이 미미했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 정책위 의장 위상 높은 것도 이유

    이러한 홍 원내대표의 ‘레임덕’ 현상의 원인으로 ‘당 원내대표 선출구조’가 지목된다. 한국당은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러닝메이트로 경선에서 함께 선출된다. 반면 민주당은 당대표가 정책위 의장을 임명하는 당직이다. 같은 당의 ‘투톱체제’라고 해도 구조적으로 원내대표의 위상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해찬 당대표가 임명한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4선(17‧18‧19‧20대)이고, 홍 원내대표는 3선(18‧19‧20대)이다. 조 정책위 의장 등판 후 이 대표와 사이에서 홍 원내대표가 부담을 느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원내대표가 초반 호평을 받았던 김성태 한국당 전 원내대표와 협상도 결국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의 ‘드루킹특검법’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특검에 의해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암묵적으로 홍 원내대표에게 일차적 책임의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