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과 협상학(26)…"지금의 평화는 우리 내부의 긴장 만을 줄인 결과"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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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11일 있을 1박2일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의 촉진자 또는 조정자 역할이 커졌다. 미국과 북한의 이견차이만큼 기대도 커진 셈이다. 

    일단 미국과 북한이 최근 우리나라에 보여온 ‘린치핀(linchpin)’ 평가나 ‘개성연락사무소 조기복귀’ 등은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커진 기대에 비해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낙관하기에 어렵다. 1년 전 중재자 또는 운전자론을 이야기할 때처럼 전략적인 준비단계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촉진자든 중재자든 첫 출발점인 목표가 무엇인지 불명확하고, 그러다보니 세 나라가 가져갈 이익과 수용 불가한 점의 기준이 없다. 협상이 잘안될 때 대안(배트나)도 무엇인지 보이질 않는다.

    우선 목표설정의 불명확성은 작년 초 북핵 협상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제기된 문제이다. 그 결과 지난 하노이 미북협상에서 미국은 그간 트럼프의 유화적인 메시지와 달리 팀USA의  CVID를 제시했고, 북한은 단계별 제재완화만 주장했다. 회담 뒤 트럼프는 혼란을 뜻하는 “clean mess up”이라 했고, 김정은도 빈손으로 120시간 긴 기차여행 뒤 “왜 이런 열차여행을 해야 하지”라는 탄식을 했다. 우리의 촉진 목표는 무엇인지 불명확한 가운데, 한미 FTA 협상 등 경험이 많은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정상간 탑다운 방식이 중요하다”며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한 실무 역할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토로했다. 

    분명한 목표는 협상 대표 혼자 세우는 것이 아니라 팀코리아가 세우는 것이다. 정상 개인의 선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미북, 우리 국민들의 수용 가능한 목표를 다양하게 고려하고 제시되어야 동력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실무적으로 노련한 김차장의 역할은 더 커져야 한다. 다만 중재자론 때처럼 특보나 여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목소리는 금물이다. 

    둘째, 세 나라 이익이 반영되어야 한다. 미북간 커다란 이견에 대해 최근 흘러나오고 있는 ‘이너프딜’이라는 표현은 자칫 북한이익만 대변한다는 선입견을 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공화, 민주 양당 모두 북한에 대한 불신이 크고 확실한 빅딜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 근접한 딜을 준비해야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제재완화 대안을 얻어낼 수 있다. 이 밖에도 공감 확대를 위해 하루 정도 더 머물며 민주당의 하원, 보수당 씽크탱크 연구소 전문가, 기독교계에 우리의 이해를 전달해야한다. 

    한미관계는 북핵 만의 문제가 아니다. 흔히 국제관계는 상처가 보이면 동료도 물어뜯는 다는 상어떼에 비유되곤 한다.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한미간 빈틈을 호시탐탐 일본과 중국이 그들의 이해와 연결시키려고 하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쫓기듯 다녀오는 모습이 향후 중국과 일본 정상의 일정과 비교될 경우 안보, 경제 등 여러방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대안(배트나)마련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조정자 역할도 잘안될 수 있다는 전제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는 대안을 상대에게 흘려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 투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내 ‘아래로부터의 변화’ 노력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우리는 북핵협상에 임하며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왔다. 남북한 간에 전쟁위협이 사라지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을 준비하는 자만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지금의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며 얻은 평화가 아니라, 우리 내부의 긴장과 군사훈련만을 줄인 결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모처럼 미국과 북한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조정자의 역할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의 협상 준비가 중재자 역할 때보다는 보다 전략적으로 전문가 중심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