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회의 때 "남북 협력사업 준비" 주문... '한미공조' 악영향 우려도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차 미북정상회담의 결렬로 북한의 비핵화는 무기한 답보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경제협력 추진 견해를 고수해 비판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외교‧국방장관들로부터 하노이회담에 대한 평가 및 대응책을 보고받은 후 “(대북)제재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 달라”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협력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며 “북미 모두 대화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인내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경계했다.
    이와 함께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체제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실천 가능한 단기적‧중장기적 비전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부분적인 경제제재 해제가 논의됐다”며 “싱가포르 합의의 정신에 따라 포괄적이고 쌍무적인 논의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명균 장관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 마련”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긴밀한 한미 간 협의를 바탕으로 남북공동선언 합의 내용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남북경협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경협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일조할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등에 따라 제재 조치를 완화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회의와 3·1절 축사에서도 “신한반도체제에 주도적 준비를 하겠다”며 국제사회 대북제재 분위기와 달리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 모양새였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지시는 미북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라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3월께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무기한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당근책’으로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만의 유화책, 한미공조에도 악영향

    하지만 이를 두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과 벗어난 조치라는 지적이 크다. 북한을 비핵화 단계로 이끌어내기보다 ‘장밋빛 평화 무드 조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회담 결렬로 북한의 핵 유지 의사가 방증된 상황에서 정부는 ‘유인책’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결렬 직후 “대북제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경협을 밀어붙이는 것은 한미공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북회담의 유일한 성과는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 것”이라며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완화했음에도 북한의 비핵화가 조금도 진척된 게 없다면 ‘유감’이라도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협을 지속한다는 것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전철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