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시위 허위문자 무죄" 판결, 김민기 판사… '김경수 유죄' 뒤집힐까 관심
  • ▲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상윤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 정상윤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주심은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맡는 것으로 알려져 정치 편향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드루킹 김동원씨 등에 대한 항소심을 부패 사건 전담 형사4부에 배당했다. 김 지사 항소심은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가 주심을 맡게 됐다. 당초 주심 판사로 배정된 신종오 고법판사가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대구고법으로 전보됐기 때문이다.

    김 판사는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단원으로 선정한 인물이다. 해당 추진단은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 각종 법원 개혁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광우병 촛불시위 선동자엔 '무죄' 선고

    김 판사는 2009년 <월간조선>에서 공개한 우리법 판사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김 판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시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허위 문자를 보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재수생 장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88년 창설된 우리법연구회는 민주화 운동 판사들의 공부 모임으로 출발해 노무현 정부 시절 급부상했다. 연수원 17기부터 37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수와 연령대의 판사들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견해를 주고받는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우리법' 출신이다. 두 사람은 인사청문회 당시 야권으로부터 정치 편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법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법원의 요직을 차지하며 사법부의 '신주류'로 자리 잡았다.

    '판사계의 하나회'라 불리기도

    우리법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전체 회원이 140여 명으로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이 요직에 발탁돼 판사들의 '정치 사조직'이 아니냐는 평을 받았다.

    현재도 김명수 대법원장 이후로 진급과 보직에 유리한 결과를 주고 있어 '판사계의 하나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된 우리법 출신 이용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사법부 코드인사...우리법 출신이 요직 차지"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당 '사법부 독립수호 특위' 연석회의에서 "중립된 사법부만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데, 특정 이념단체 코드인사로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며 "우리법연구회, 민변 출신이 아니면 요직에 갈 수 없고,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원의 이번 판사 배정에 따라 김 지사 유죄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서기호 변호사는 김민기 판사가 2심에 배정된 사실에 환영했다. 김 지사 유죄 판결에 비판을 제기했던 그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서기호TV'에 출연해 "1심에선 배석판사가 경력이 짧아 의견이 관철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2심 고등법원 배석판사는 경력이 많아 다르다"며 "김 판사의 경우 연수원 26기라서 20년차 가량 되니까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판사 배당,  무작위 원칙이지만 '조작 가능성' 있어"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무작위 컴퓨터 전산 시스템으로 사건을 판사에게 배당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 간부를 지낸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MBC>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접수돼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단계부터 법원 수뇌부가 개입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법원은 이번 김 판사 주심 배정에 대해, 재판부 배정과 동시에 무작위로 정해졌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2심 주심 판사가 우리법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죄 판결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김 지사 재판 불복 여론전을 벌인 것이 판결문 초고 작성을 맡는 주심 판사의 결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 '재판 불복' 논란 심각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김 지사 '1심 판결문 분석 간담회'를 열고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려 김 지사가 무죄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루 전 이해찬 대표는 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현직 도지사를 법정구속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라며 "김 지사 보석을 신청할 것이다. 정상적인 법원이라면 도정에 차질이 없도록 결정하는 게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정치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경수 지사 구속에 반발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심 판결의 사실관계 인정에 대한 시비는 차치하고, '법정구속 사유인가'라는 의문이 크다"며 "김 지사는 경찰, 특검, 공판 과정에서 증거인멸의 우려 있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증거인멸은 드루킹 측과 무언가를 도모하는 것 외엔 없어 보인다"며 "모두가 바라보고 감시하는 이 사건에서 어떻게 증거인멸을 꾀하겠는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일 김 지사 법정구속 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담당 판사의 양심과 증거에 의한 재판 결과를 부정하고 그 판사를 적폐니 탄핵이니 하며 겁박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도, 몸담았던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도 다 잊고 오직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데 직(職)을 걸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주심 판사는 재판장과 함께 판결을 주도한다. 2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의 경우 이미 김 지사 지지자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차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시절 전속재판연구관으로 일한 점을 들어 '양승태 키즈'로 낙인을 찍고 "김 지사에게 엄한 짓 하면 죽는다", "제정신이 박힌 판사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김태현 "여당 압박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될 것"

    김태현 변호사는 지난 21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항소심 재판장이 우리법연구회나 인권법연구회 출신이고 김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무죄를 더 못쓴다"며 "다음날 언론에 여당의 압박 때문에 '재판 침해 아니냐',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반응이) 바로 나올 텐데 더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지사는 1심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중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컴퓨터 등 업무방해 혐의에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