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은 북한, 생색은 미국… 비용은 한국이 댈 수도

[협상학과 북핵협상 19]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권신일 칼럼 | 최종편집 2019.02.11 09:56:33

한 임금이 공을 세운 신하가 큰 상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상으로 그냥 쌀 한말만 달라며, 대신 한달만 매일 두 배씩 달라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가 보름도 안되어 나라 전체의 쌀을 다 대도 부족함을 깨달았다. 마치 1원도 매일 두 배를 받으면 한 달 뒤 10억원이 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상대의 제안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라전체의 쌀로 갚아야 하는 것처럼 협상 성과에 디테일은 매우 중요하다.

북핵 협상이 실무단계를 넘어 2차 미북 정상회담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주장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그 성과와 비용에 디테일하게 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첫째, 트럼프 미대통령의 ‘미국우선’ 정책을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올해 국정연설에서 외교 부문에서 거의 유일한 실적으로 북핵 협상과 김정은 위원장을 띄웠다. 단순 립서비스로만 보기에는 2차 협상에서는 그 실적을 채워야하는 부담감이 될 수 있다. 미국우선을 늘 강조해온 만큼, 북핵 협상 고비 때마다 중재자를 자처해온 문재인대통령을 믿고, 자신은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주한미군 부담비용 협상에서도 금액 1조원 이상과 1년 마다 재협상 두 가지 모두를 얻었다. 앞서 쌀 한말 사례처럼 올해의 8.2% 인상률의 1조원은 당장 5년 뒤에는 1.5조원이 넘게 되고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북 협상을 두고 2차 대전 직전 평화를 주장하는 히틀러에게 당시 글로벌 리더였던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체코의 요충지였던 수데덴을 넘겨준 뮌헨협상이 떠오른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디테일을 챙기는 선수가 안보인다. 비건과 김혁철, 폼페이오, 존 볼턴과 김영철, 리선권 등 미북협상 대표선수들의 이름들이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때로는 서로비난하고 회담장에 나타나지도 않거나 냉면 목구멍 같은 발언들로 각자의 개성 있는 역할에 책임을 다해왔다. 반면 우리는 그러한 대표선수의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는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화책에만 코드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를 따르는 우리 기업들은 북한이 또 오라하면 가야할지, 글로벌 이미지는 어찌될지, 중국과 북한처럼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일관성 없는 나라에 얼마를 투자해야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제는 디테일을 챙겨야한다. 트럼프의 조급함과 김정은의 경제 분야에서 절실함은 우리가 큰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은 내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경제개발 5개년 마무리해의 결산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비용을 낸다면 반드시 댓가를 걸어야한다. 아직 둘의 입장은 우리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다. 북핵이 공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정부가 부족하다면 야당에서 좀 더 절실함을 표현해야 한다. 예컨데 국내 일부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헨리키신저도 우려하는 북핵에 저강도 대응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야당에서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다. 오히려 미국과 한국정부에 도움이 되는 압박카드가 될 것이다. 협상력은 물리적인 힘과 조직의 큰 규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매파, 비둘기파, 조정가, 디테일을 챙기는 실무진, 여론서포터 등 팀 조직력이 조화를 이룰 때 배가 된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체임벌린처럼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북한이 우리를 만만히 보지 않도록 누군가는 알람을 울려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협상실무진이 제일 신경 쓰는 협상 장소부터 북한에 쉽게 양보했다. 쉬운 양보는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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