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학과 북핵협상-18] 갑작스런 ‘비둘기 트럼프’에 임하는 우리의 협상
  •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데일리 DB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데일리 DB
    2월말로 예정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소 강력하고 냉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김정은에게는 칭찬과 '비둘기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북정상회담에 공을 들여온 우리 정부로서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럴 때 중재자이자 이번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해온 우리나라는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할까?

    협상학 측면에서 우리정부가 해야 할 점과 피할 점을 짚어보자.

    첫째, 기준점 즉 닻(앵커리지)을 던져야한다. 협상학에서는 나의 최선 이익 또는 적어도 피해야하는 기준점에 대해 범위를 정해두라고 한다. 즉 배가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닻을 던져 놓듯이 나의 근본적인 이해를 제시해두거나 최소의 성과만큼은 지키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앵커리지인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수시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반복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조치들로 양측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남북상설면회소 같은 조그마한 성과들도 얻어야 한다. 이런 노력은 협상에서 당연한 과정이므로 그런 노력을 안한다면 오히려 미북의 협상전문가들에게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지금도 미국에는 한국은 정말 북한만 대변하는가? 반대로 북한에는 한국의 자주적인 결정권이 있는가?라는 오해가 높아지고 있다. 흥정을 붙일 때 양측의 목소리와 다른 제안도 내야 중재자로서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와 같다.

    둘째, 이번 2월 정상회담은 이제 협상의 중간점이라는 점을 수시로 언급해야 한다. 적어도 미국의 많은 협상 전문가들은 이번 미북 핵협상의 기간을 2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과 지난 20년간 협상 결과를 놓고 보면 단기간의 결과에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번 협상 시점을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직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로 본다면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앞으로 수많은 고비와 말도 안되는 상황을 미북이 서로 만들 것이다. 향후 변수와 예상 문제들까지 앞서 이야기하며 협상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해야 진짜 중재자처럼 보인다.

    앞서 첫 번째 앵커리지에서 언급했듯 우리도 기준점을 수시로 던지는 노력도 필요하다. 두 나라의 입장만 맞추려다가는 중재자 역할과 실효성 모두를 놓칠 것이다.

    셋째, '플랜 B'에 대해 소위 바트나(BATNA) 즉 안될 때 대안을 상대에게 압박을 위해서라도 흘려야 한다. 미국은 이미 플랜 B로서 제재 강화, 한미훈련 재개, 군사조치 등을 공식 협상단으로부터 흘리고 있다. 북한 역시 연초 플랜 B로서 중국과 협력 강화를 과시했다. 아쉽게도 우리에게서는 상대가 긴장하는 플랜B를 찾아보기 어렵다.

    끝으로 미북의 호흡이 잘맞는 바로 지금이 우리가 기본 입장을 던지지 못하거나, 앞으로의 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며, 상대가 무서워할 플랜B가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할 시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그 점을 불안해하고 있다. 상대는 우리를 업신여길 수 있다. 실제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자서전에서는 북한 외교관들이 남한을 매우 우습게 여긴다거나, 미국 협상단들도 승진하려면 한국과의 협상팀에 들어가라고 우스개 이야기가 나오는 점을 우리 협상 당국자들은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만약 대안을 찾기가 애매하다면 상대에게 나의 목표와 연관된 질문하기 방법이 있다. 상대의 답을 통해 내 목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가 호구인지 모른다면 바로 니가 호구야!’ 우리 국민들은 이번 북핵협상에서 누가 호구라고 생각할까?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