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자의적' 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 근절돼야… 무죄추정·불구속 원칙 지켜져야
  •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가능성을 낮게 봤으나, 영장이 발부됐다.ⓒ이종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가능성을 낮게 봤으나, 영장이 발부됐다.ⓒ이종현 기자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게 제일 두렵고 무서운 것이 구속과 압수수색이다. 역설적으로 수사기관의 힘은 구속과 압수수색에서 나온다고 할 만하다.

    구속과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감사(감찰)기능은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의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특감반)의 기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공직자를 상대로 조사하면서 동의서를 받아 휴대폰 포렌식(휴대폰 문자메시지, 통화내역분석 등)을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의서에 서명날인을 하는 공직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최고 권력을 가진 청와대가 동의서에 서명날인을 하라고 하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의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해 수사기관에서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하고 결국 휴대폰을 뺏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리범죄 혐의자로 낙인 찍혀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 보직대기 상태로 있을 수도 있다.

    자발적 소환·압수수색으로 증거 확보했는데… 도주·증거인멸 우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신구속과 압수수색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현행법상 인신구속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영장을 신청하고 발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출석 소환조사 요청에 순순히 자발적으로 응한 사람들에게도 영장이 신청되고 발부된다. 영장에는 구속하지 않으면 도주 우려가 있다고 기재하기도 한다. 10시간 넘게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고도 다음날 오후에 또 다시 출석해 장시간 조사를 받는다. 과연 그런 사람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을까.

    다음으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하고 발부하는 경우이다.

    검찰은 범죄혐의를 받는 사람과 관련자들의 집·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해 증거물을 확보하고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을 청구한다.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아 유죄혐의자인 것처럼 매도돼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구속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발부한다. 관련자들이 진술을 충분히 해 인멸을 시도할 증거(진술·서류)가 없거나 적음에도 말이다.

    퇴직한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는 퇴직 후에도 현직 공무원이나 퇴직한 관련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퇴직 후에는 현직은 물론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나 이메일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에서 청구하는 구속영장에는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기재한다.

    혐의 부인한다고 구속?…혐의자는 혐의 부인 권리 있어

    덧붙여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다.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혐의 입증의 충분성은 구속수사와는 관련이 적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공판도 열리지도 않은 수사단계에서 어떻게 거의 일방적으로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수사기록과 영장실질심사에서의 관련자 진술만으로 범죄혐의의 중대성과 혐의 입증의 충분성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영장 신청 대상자가 범죄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반성을 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혐의자가 구속을 피하려면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이는 자백편중 위주의 수사 아닌가. 과거 규문주의 시대 형사절차에 있었던 자백이 '증거의 왕'이라는 법칙이 통한다는 이야기다. 범죄혐의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권리가 있고, 그로 인해 인신구속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영장의 구속 사유에는 범죄혐의를 부인하는 등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기재한다.
  • ▲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다음으로 재범 위험성이다. 수사단계에서 어떻게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이는 전형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려는 수사관의 자의적 판단인 것이다.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재범의 위험성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피해자에 대한 보복 가능성 여부도 마찬가지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보복 가능성이라는 미래를 파악할 수 있겠는가.

    재범 위험성 때문에 구속?… 미래 예측할 수 없어

    최근에는 언론보도를 통한 여론조성이 구속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수사과정이 노출되고, 이를 통해 범죄혐의 사실이 당사자의 혐의 부인에도 '유죄'로 확정되기도 한다. 언론은 구속수사를 하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왜곡하기도 한다.

    법치주의 국가가 아닌 여론에 의해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수사를 한 경찰·검사, 영장담당 판사의 실명도 거론되고, 그들의 성향도 언급되면서 구속수사 여부의 향방에 압박을 가한다. 그러한 심적 부담으로 영장을 발부한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혹자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정하게 범죄혐의자가 반론을 제기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에 임하는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영장실질심사 직전에 교부되는 영장서류에 불과하다. 그것도 영장실질심사 당일에 영장서류가 교부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판사에게는 이미 구속영장 관련 수사기록 일체가 전달돼, 판사는 '서류'에 의해 유죄 심증을 갖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인 것이다. 범죄혐의자와 변호인이 불과 몇시간 내에 어떻게, 제대로 수사기록도 보지도 않은 채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역설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러한 구속영장심사가 판사 한사람이 하루 내에 결정한다. 그 판사의 판단 근거는 전적으로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수사기록이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이 아닌 '법에 반하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반헌법적' 사법 구조

    구속이 되면 변호사의 접견권도 제한을 받는다. 유치장·구치소에 접견을 하고자 하면 수사기관에서 소환해 접견할 기회가 없다. 조사과정에 참여해도 참여만 할뿐 진술에 대한 반론 등 변론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야간·토요일·공휴일에는 접견도 할 수 없다. 검찰의 증거에 대한 반박을 하려고 해도 기소 이전에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이 제한돼 제대로 변론준비를 할 수도 없다.

    압수수색은 더욱 더 문제다. 구속영장발부처럼 실질심사절차도 없다.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서류에 의해 소명성 여부를 판단한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데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거의 일방적으로 기재해 신청·발부한다. 거기에 더해 압수수색과정이 언론에 노출돼 기업의 신용성은 물론 나아가 당사자의 가족·지인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주가가 떨어지고 주문이 끊겨 파산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전에 자료 제출 요청을 하면 충분히 자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는 생략한 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발부한다.

    압수수색의 범위도 문제이다. 범위를 확대해석해 '무작위적' 압수수색을 하기도 한다. 휴대폰·경리회계 자료를 모두 압수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세금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수사에 꼭 필요한 부분만 특정해 압수수색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무작위적' '자의적' 현행 압수수색 절차, 더욱 '반인권적'

    "수사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해석은 수사관이 자의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압수수색 후에는 증거와 무관한 자료는 신속하게 반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전직 고위검사 출신 변호사와 판사까지 현행 압수수색 절차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압수수색 후 범죄와 관련성이 없어 수사를 종결한 후에도 사과 표명이나 배상이 없다. 법원도 제대로 심사를 하지 않는다. 경찰은 수사권조정을 위해 경찰 자체 내에 영장심사관을 둔다고 한다.

    문제는 영장심사관이 수사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어떻게 영장심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변호사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영장심사관 한명이 공정하게 영장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보여주기식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 구속과 압수수색은 한 사람, 한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영장심사를 앞두고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압수수색 후 기업이 부도나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불구속·보석제도 확대·허용돼야

    아울러 최근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되도록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원칙적으로 법정구속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

    나아가 보석제도가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그래야 보석허가를 이유로 많은 돈을 받는 속칭 전관예우 변호사가 사라지게 된다. 압수수색 역시 피의자로 입건돼야 압수수색을 허용하다보니 피의자로 불필요하게 입건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법치국가이다. 이에 걸맞게 현행 인신구속 절차와 압수수색 절차는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