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악으로 갚는 일은 없어야"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필연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살아온 시간만큼의 만남이 쌓인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만남 가운데도,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역경이 진정한 친구와 거짓된 친구를 가려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도 역경을 통해 맺어진 진정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지난 70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리에게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었다. 명실상부(名實相符) 대한민국 최고의 우방(友邦)으로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우리의 친구, 미국.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북한의 전면남침이었다. 당시 고향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던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딘 애치슨 국무장관으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참전(參戰)을 결정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당시 한국은 전략적 가치가 없었다. 당연히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에서조차 제외된 상태였다. 트루먼에겐 미군을 투입하여 한국을 지켜내야 할 어떠한 조약상의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저지해 자유국가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다. 결국 트루먼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미국의 청년들이 그 이름도 낯선 한국 땅으로 파병되어 왔다.

    한국전쟁은 스탈린의 연출 하에, 김일성이 실행하고 모택동이 활약한 치밀히 계획된 한 편의 극(劇)이었다. 이로 인해 1953년 7월 27일, 참혹했던 전쟁이 휴전되기까지 3년간 한국은 미국에 각골난망(刻骨難忘)할 은혜를 입는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건너온 미군 가운데 5만여 명이 전사하고, 10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중공군과 북한군, 그리고 유엔군과 한국군이 뒤섞인 한반도의 전시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았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이 내린 오판(誤判) 때문이었다. 유엔군과 한국군이 또 다시 벼랑에 몰리게 되자, 영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한국을 포기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애틀리 총리의 압박에도 트루먼 대통령은 단호했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는 대한민국의 편에 서는데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우리는 한국에 머물 것이고 싸울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도와주면 좋습니다. 도와주지 않아도 우리는 어떻든 싸울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을 버리면 한국인들은 모두 살해될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편에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해서 친구를 버리지 않습니다."

    트루먼은 그의 성품만큼이나 우직한 태도로 이 약속을 지켰다. 미군 또한 1950년 흥남에서 철수할 때,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10만 명의 피란민을 군함에 태워 남한으로 건너왔다. 그들의 인류애(人類愛)는 전시(戰時)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

    한국전쟁은 분명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일종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를 얻게 된다. 1953년 6월 18일, 유엔군이 관리하던 반공포로들을 이승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석방시킴으로써 얻게 된 기회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휴전회담을 깨려는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약속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국군 현대화 및 전후(戰後) 복구지원 등. 이렇듯 이승만이 한국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이라는 튼튼한 국가번영의 울타리를 얻게 된다.

    한미동맹으로 묶인 대한민국과 미국.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양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혈맹(血盟)은 고사하고, 이제는 녹슨 경첩소리마저 들리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행보가 친북(親北), 친중(親中)에 지나치게 편향된 까닭이다.

    2017년 10월 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와 함께 3불(不)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주요 내용은 1)한국은 미국의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2)한국은 미국의 어떠한 미사일 방어체제에도 참여하지 않고, 3)한미일 군사동맹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우리 대한민국을 방어할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특정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얼렁뚱땅 해치웠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이렇듯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미국과 아무런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나는 행동이며, 크나큰 외교적 결례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강한 미국의 우방 자리를 박차고 나와 중국의 속국(屬國)을 자처하는 꼴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중국이 한반도 방어에 대한 법적 권한을 얻었단 말인가?

    2018년 11월 1일부터 발효된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도 한탄만 나온다. 현 정부는 군사적 갈등을 완화해 적국과의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지만, 실제 정부의 조치는 한국의 방어벽을 허물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현 정부는 철조망, 관측소, 탱크 함정들을 차례로 철거하고 있는데, 북한군의 남침을 막는 대(對)전차 방어벽은 올해에만 13개소에서 해체 중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한국을 전복시키고 강탈하려고 하는데, 현 정부는 평화만을 외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시시각각으로 북한 군사정권의 위협에 대한 방어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던 주한미군의 주력 부대도 이제 전방(前方)에 없다. 주한미군은 작년 10월 16일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폐쇄했다. 미 육군 제2보병사단의 본부이자 대북인계철선 전력의 중심지였던 장소가 폐쇄됐다는 말은, 곧 전통적인 남침 진격로인 개성축선에서 북한의 남침을 막을 만한 전력이 거의 사라졌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수도는 적군에게 순식간에 점령당할 위험에 처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안보문제를 독단적으로 해치우고, 누가 진정한 대한민국의 친구인지 구분조차 못하는 현 정부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문득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不結子花休要種(불결자화휴요종),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無義之朋不可交(무의지붕불가교),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 ▲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2018년 10월 3일 오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국민주권연대 회원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2018년 10월 3일 오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국민주권연대 회원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짐승도 은혜를 안다. 하물며 우리는 범(汎)국가적인 은혜를 미국과 유엔군에 입었다. 세월이 흘렀다고 사라지는 은혜가 아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북한도, 하물며 중국도 아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땅에 파병 나온 미국의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자신들의 귀한 아버지, 형제, 아들을 보내주고도 단 하나의 보상도 바라지 않은 그 땅의 국민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친북좌파세력들은 무지한 국민들을 선동해 "주한미군 철수,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을 외쳐대고 있다. 무릇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 했는데, 미국의 입장에서 보니 대한민국은 진정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나라다. 목숨 빚을 지고도 감사할 줄 모르는 나라.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이 어쩌다 이리 떨어졌나.

    오늘날 한국과 미국, 양국의 안보는 긴밀한 관계로 엮여있다. 동아시아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고든 창(Gordon Chang)은 "미국의 안보는 한국의 안보에 달려 있고, 한국의 안보는 미국의 안보에 달려 있다"고 연설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대륙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진영 국가로서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이 적화되면 미국 역시 우방인 일본을 방어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은 친북좌파세력이 파괴하려 드는 자유민주주의국가를 우리 손으로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의 적과 우리의 친구를 바로 분별하는 일이다. 우리의 우방국인 미국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선을 선으로 갚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유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자유를 수호함으로써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길 원했던 참전 용사들의 은혜를 악으로 갚는 일이 아닐까?

    <필자소개>
    윤나라(1990년생·상단 사진)
    중국 충칭시(市) 사천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회원
    (사) 대한민국 통일건국회 청년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