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군·3군 사령부 통합…전투장비는 강화됐지만, 통신·정보체제는 미흡
  • ▲ 경기도 용인 소재 사령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 김운용 사령관과 정경두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도 용인 소재 사령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 김운용 사령관과 정경두 국방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육군 현역부대 70%를 지휘하는 ‘지상작전사령부’가 9일 공식 출범했다. 전장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지상군 지휘체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고지휘관부터 전장의 병사까지 연결되는 ‘안전하고 빠른 통신체계’ 이야기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9일 경기 용인에 있는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에 참석했다. 정경두 장관은 축사를 통해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은 ‘국방개혁 2.0’의 본격적인 시작이자 오래 전부터 추진했던 국방개혁의 성과”라며 “이제부터는 군사대비태세 유지와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도 체계적·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경두 장관은 축사를 통해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작전수행체계와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정보역량, 화력, 지휘체계 효율성을 높이라고 당부했다.

    서부전선 제3군과 동부전선 제1군의 통합, 그 이상의 의미

    겉모습만 보면 지상작전사령부는 서부전선을 지키는 제3야전군사령부와 동부전선의 제1야전군사령부의 단순 통합이다. 그 결과 중복되는 업무를 맡는 장성과 영관급 장교의 수를 줄이고, 부대들을 기동화해 강한 전력을 갖추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1970년대 이전의 한국군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1973년 이전까지 한국군에는 야전군사령부가 하나밖에 없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1971년 주한미군 가운데 육군 2개 사단이 철수하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돌아온 병력을 중심으로 부대를 증편해 1973년 7월 만든 부대가 제3야전군사령부다.

    사실 지상작전사령부는 군 내부에서 오랫동안 꿈꾸던 ‘자주국방을 위한 개혁’의 이정표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군 내부에서는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요구가 많았다. 군은 오랜 노력 끝에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약속받게 됐다. 그 과정의 하나가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이다. 지상작전사령부는 한미연합사로부터 지상구성군사령부(GCC)의 임무를 떠안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육상에서 적을 막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과연 한국군이 단독으로 육상에서 적을 막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지상작전사령부는 처음 구상이 나온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현실화될 수 있었다.

  • ▲ 2018년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행사를 가진 육군 미래장비 '워리어 플랫폼'의 모습. 이것도 언제 실전배치가 될 지 알 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행사를 가진 육군 미래장비 '워리어 플랫폼'의 모습. 이것도 언제 실전배치가 될 지 알 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상작전사령부가 당장 거느리는 병력은 8개 군단 24개 사단이다. 현역 사단의 대부분이며, 한국군 병력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규모다. 동아시아 최강의 화력을 가진 부대라는 제7기동군단이나 ‘포방부’라는 국방부의 별명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5군단과 6군단 포병여단 등도 모두 거느리게 됐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일부 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동부전선을 지키던 8군단은 3군단과, 중부전선의 6군단은 5군단과 통합된다.

    지상작전사령부, 펀치력은 좋은데….

    장성과 영관급 장교의 수를 줄이고, 지휘통제체계를 간소화·고효율화한다는 계획은 좋다. 지상정보단 등을 새로 구성해, 드론을 비롯한 첨단 장비로 적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을 높이고, 기존의 기갑 및 포병 화력도 더욱 증강해 북한군 장사정포 등에 맞설 수 있게 한다는 계획도 그동안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부분이다.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이후 각 군단 작전구역이 기존의 30X70km에서 60X120km로 3배 이상 넓어져 생기는 문제를 줄이고자 경량공격헬기(LAH)와 차기 군단용 무인기(UAV)를 배치하고, 대포병 레이더와 신형 다연장 로켓을 확충하고, 각 부대의 기동화를 추진한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공유’와 ‘실시간 상황파악 및 지휘통신’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첨단 전투지휘체계로 역량을 보강한다”는 게 전부다. 미국, 일본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조차 지휘본부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전투병의 시선으로 보고 명령한다. 한국 육군은 이런 준비를 하고 있을까. 

    과거에는 위성을 통해, 지금은 LTE 통신망으로 현장 영상을 보여주는 ‘카이샷’은 해군 SEAL이나 육군 특전사 위주로 사용한다. 왜 GOP나 GP, OP에 근무하는 육군 장병들은 못 쓸까. 결국 돌아오는 답은 '비용'이다. 지상작전사령부 창설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앴다면, 그렇게 줄인 예산으로 최전방에서 적을 감시하는 병력의 생존 역량, 지휘부와 최전방 장병 간의 통신체계 구축에 더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닐까. 드론부대를 새로 창설하고, 지상정보단을 새로 만든다고 최고지휘부와 현장지휘본부, 최전선의 장병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승리를 위한 작전을 펼 수 있을까.

    한국이 호주나 캐나다, 뉴질랜드라면 ‘카이샷’ 같은 통신장비를 특수부대만 써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직전의 프랑스처럼, ‘총력전’으로 막아야 할 적이 있는 한국군으로서는 지상작전사령부 창설과 함께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지휘관과 전투병의 실시간 정보공유다. 거대한 사령부 하나 만들었다고 국방개혁이 다 된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