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시민이면 입대 허용…독일은 군복무 외국인에 시민권 검토했다 철회
  • ▲ 영국군 모병 사이트 문구. 첫 시작부터 부양가족에 따른 거액의 지원금 소개가 나온다. ⓒ영국군 모병 사이트 캡쳐.
    ▲ 영국군 모병 사이트 문구. 첫 시작부터 부양가족에 따른 거액의 지원금 소개가 나온다. ⓒ영국군 모병 사이트 캡쳐.
    연봉 2,260만원. 결혼을 한 가장이면 2,736만 원의 가족 수당 추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 근무. 식사시간 보장. 해외 파견 다수. 

    영국군 이등병의 생활이다. 현재 한국군 또는 예비역들이 보기에는 좋은 조건이지만 영국인들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英BBC는 “영국 정부가 2019년부터 영연방 국가 시민이면 영국 거주 경험이 없어도 군에 입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英BBC는 “현재 영국군에서 부족한 병력은 8,200명에 이르게 돼 英국방부는 일부 외국 국적자들이 영국에 거주한 경험이 없어도 육·해·공군에 입대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매년 1,350명이 더 입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부터는 5년 이상 거주자 입대 허용

    영국군은 1693년 모병제를 실시했다. 1980년대 말까지는 적지 않은 병력을 거느렸으나 냉전이 끝난 뒤로는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었다. 때문에 1998년 영연방 국가 시민권자 가운데 영국에 5년 이상 거주했던 사람의 입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국군의 예상과 달리 입대를 지원하는 사람은 소폭 증가했다. 2000년대 들어 영연방 국가 출신 입대자가 늘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복무연한을 채운 뒤 민간군사업체에 취직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민간 군사업체에게 영국군 복무 경험자는 괜찮은 자원이었다.

    2008년 말 기준 영국군에 복무하는 영연방 국가 출신은 6,600여 명으로 전체 병력의 6.7% 수준이었다고 한다. 피지 출신이 1,900명, 자메이카와 가나 출신이 각각 600명, 그 다음은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출신들이 많았다고 한다. 

    난민 입대 지원자는 거절

    현재 영국군의 모병 기준을 보면, 영국 시민권자는 1981년 이전 출생자면 되고, 아일랜드 사람은 현역에는 즉시 지원 가능하고 예비역이면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면 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영국 방문 비자의 체류 기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영연방 시민권자는 현재 거주하는 영국 주소 근처의 모병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라고 돼 있다. 난민은 입대를 거절한다는 경고문도 있다.
  • ▲ 독일연방군 기갑훈련. 독일도 모병제 시행 후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연방군 공개사진.
    ▲ 독일연방군 기갑훈련. 독일도 모병제 시행 후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연방군 공개사진.

    이렇게 입대를 해서 4년 동안의 의무 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은 의무적인 예비군 훈련은 없다.

    영국군의 모습은 “이제 병역거부도 허용된 마당이니 한국도 모병제를 하자”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적지 않은 돈을 줘도 군대에 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모병제를 실시한 지 오래됐고 영국 사회의 평균 수입보다 너무 작아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인 2011년 모병제를 시행한 나라 또한 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모병제 시행 후 병력 30만→ 17만 급감

    독일은 2011년 7월 병력 감축을 통해 국방예산을 줄이고 첨단군대를 만들겠다며, 기존의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병력 수는 30만 명에서 불과 몇 년 사이에 17만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대신 장병들의 급여는 대폭 올랐다. 급여 비교 사이트 ‘글래스 도어’에 나와 있는 독일군 간부 평균 월급은 3,500유로(한화 약 447만 원), 병사 평균 월급은 2,350유로(한화 약 301만 2,000원) 가량이다. 자주 해외 파병을 가는 영국과 달리 근무 환경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독일군에 입대하려는 독일인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외국인이 군에 입대해 의무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100만 명이 넘는 ‘자칭 난민’ 때문에 치안이 불안한데 이들에게 국방까지 맡길 거냐는 비판이었다. 결국 독일 정부는 ‘EU 시민권자’만을 대상으로 군입대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국방예산, 만성적인 병력 부족

    사실 외국 국적자 입대를 허용하는 나라는 용병을 운영하는 프랑스, 스페인, 바티칸을 제외하고도 바레인, 벨기에, 볼리비아, 캐나다, 사이프러스, 덴마크, 아일랜드,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모나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20개국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군사강국에 속하는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을 제외하고, 모병제를 시행하는 나라를 보면 주변에 적이라 부를 만한 세력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띤다.

    국내에서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측은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병과 같이 하고, 근무는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한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면 한국 또한 모병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외국 사례들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이 모병제를 실시하면 이후에는 국방비 증액과 만성적인 병력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군인을 '군바리'라고 낮춰 부르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군대가 새로운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