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노옥희 울산교육감, "시대·사실관계 안맞다" 초등학교 내 동상 철거 지시
  •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이승복기념관에 세워진 동상.ⓒ뉴데일리 정상윤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이승복기념관에 세워진 동상.ⓒ뉴데일리 정상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으로 알려진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울산 내 초등학교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철거 지시 때문이다. 철거 여부와 함께, 노 교육감이 내세운 철거의 '명분'도 논란거리다.    

    6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노옥희 교육감은 지난 5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승복 동상 철거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공의 상징으로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이승복

    이승복은 '반공주의' 상징이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 때문에 공비들에게 온 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68년 12월 남파 무장공비 5명이 추격을 피해 북으로 도주하는 길에 강원도 평창군 노동리에 있는 이승복의 집에 침투했다. 공비들은 어린 이승복에게 물었다. "남조선이 좋으냐, 북조선이 좋으냐?" 이승복은 대답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공비들은 어린이의 입을 찢고 살해했다. 

    1970~1980년대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전국 초등학교에 이승복 동상이 비교적 많이 세워졌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진위' 논란이 일며 교과서에서 해당 내용이 빠지고 동상도 대부분 철거됐다. 처음 조작 논란이 일었던 시기는 1992년이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에 의해 당시 사건과 언론보도가 진실이었음이 확인됐다.

    또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120명의 일원이던 김익풍 씨가 지난 2009년 고(故) 이승복 군의 묘지를 찾아 추도사를 건네는 등 유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사죄한 사실도 알려지며 이에 대한 진위 논란은 가라앉았다. 당시 국내에 침투한 무장공비 120명 중 113명은 사살되고 5명은 생포, 김 씨를 비롯한 2명은 자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승복도 적폐? 철거 이유 모르겠다" 반응도

    노옥희 교육감의 철거 지시가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노 교육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다. 해당 동상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대다수 각 지역 개인이 기증했다는 점에서다.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관계가 맞다고 판결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과거 교육부의 교과서 내용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시대'를 이유로 동상을 철거한다면 향후 '시대'가 변화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한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장공비에 의해 이승복이 살해된 것은 당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노 교육감이 '사실관계'를 이유로 들었는데 이승복 사건이 그럼 거짓이란 말인가, 공산당의 잔인함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가.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대에 맞지않다는 것도 이해가 안간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뭐 어떻게 안맞다는 건지 묻고 싶다. 반공 교육의 흔적조차 남기면 안되는 그런 시대가 온건지... 여기가 북한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고 황당함을 내비쳤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단순히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의 진위여부보다, 초등생을 무참히 살해한 무장공비들의 잔인한 만행을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80년대생인데 저 동상이 시대와 안맞는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통일이 된 것도 공산국가가 사라진것도 아닌데 왜 섣불리 없애려하나"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노옥희 교육감의 성향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노 교육감은 1997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 지부장을 지냈고 2006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민생특위 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이른바 '진보' 성향의 인사다.

    한편 이와 관련해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해 "동상 철거 검토 지시에 따라 검토는 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기증자가 있어 그 동의와 법적연한을 따져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이승복 동상이 남은 곳은 태화초 ·강남초·복산초 등 10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상은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개인이 기증한 것들이어서 철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이승복기념관에 세워진 동상.ⓒ뉴데일리 정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