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과반 장악해도 상원 2/3 동의해야… 승계자 펜스는 초강경, 민주당도 원하지 않아
  •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現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現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反트럼프 언론과 학자들은 “역대 중간선거는 대부분 집권 여당이 졌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치자. 대북정책, 대중무역정책, 대이란정책은 바뀔까?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뜻대로 탄핵도 가능하게 될까?

    트럼프 비난의 핵심 주제는 대외정책

    미국 안팎에서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는 핵심 주제는 단연 대외정책이다. 특히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에 대한 정책이 비난을 받는다.

    대북정책의 경우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끌려 다닌다는 비난이 많다. 북한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비핵화 대상 목록을 제출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핵시설 폐기 현장을 검증받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비핵화 협상은 지금 잘 돼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물밑으로는 북한과 한국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북정책에 대한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북한인권문제와 한국 정부의 태도 또한 美정치권을 열 받게 만든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탈북자 강제북송, 강제수용소, 종교 및 언론의 자유 등은 자주 거론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하겠다”면서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미국의 기조를 무시한 채 북한에게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정책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금융계와 연예계를 화나게 했다. 그동안 미국 금융계와 연예계는 중국 시장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계속 비난하더니 2018년 초에 관세 공격을 시작했다. 그동안 中공산당 간부와 부자들에게 비밀스럽게 해외투자 자문을 해주면서 큰 이익을 얻었던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난리가 났다. 금융계는 미중 무역전쟁 동안 새로운 수익처를 찾았지만 미디어 업계, IT업계는 아니었다. 그동안 부족한 콘텐츠 제작비를 중국에서 끌어다 쓴 미디어 업계, 중국의 값싼 노동력, 운송비용, 거대한 시장으로 큰 수익을 올렸던 IT업계는 트럼프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 러시아에 대한 저자세 등은 전통적인 미국 정계를 화나게 했다. 유엔 안전보장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맺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정보기관 개입설을 무시하고,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 때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푸틴에 대한 저자세로 비춰져 기존 정치인들을 열 받게 했다.

  • 美CBS가 보도한 중간선거 하원판세분석 그래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CBS가 보도한 중간선거 하원판세분석 그래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이 중간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이처럼 트럼프 정부는 미국 안팎에 많은 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트럼프 정부를 좌초시킬 수 있을까. 대다수 미국 언론들은 “민주당이 승리하면 대외정책이 어느 정도 달라지겠지만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反트럼프 진영 일각에서 바라는 ‘탄핵’을 언급하는 언론은 보기 어렵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10월 29일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당시 제리 코넬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중간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트럼프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게 하고, 북한이 비핵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별렀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당이 다르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겠지만 접근법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美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씽크탱크의 의견은 조금 더 과격했다. USA투데이는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美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전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원하는 북한 당국은 현 집권당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빅터 차 美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은 정말 트럼프 대통령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손발을 묶을 수도 있고, 심지어 탄핵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수미 테리 美CSIS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김정은의 대미협상전략이 성공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 잘 듣는 파트너였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을 장악할 경우 비핵화 협상이 중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국경제’는 뉴욕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미국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월스트리트가 트럼프 정부의 중간선거 승리를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기관들 사이에서는 실제 경제성장률이 3%대까지 고꾸라진 중국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은 이미 승패가 난 대결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반면 트럼프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면 지금의 경기 호황과 증시 상승세가 계속 될 가능성이 높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국경제’ 보도대로라면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큰 우군을 만난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미국 언론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을 전후로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승리하고, 하원은 민주당이 박빙의 우세로 승리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 2017년 11월 국회에서 트럼프 美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1월 국회에서 트럼프 美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당, 중간선거 승리해도 트럼프 탄핵 어려울 듯

    지난 8월 美주요 언론들의 예상처럼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치자. 그러면 反트럼프 진영의 뜻대로 탄핵소추가 가능할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헌정 사상 대통령 탄핵소추는 세 차례, 실제 탄핵심판은 두 차례 이뤄졌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 전 자진 사임했다. 미국의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한국과 달리 3단계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하원 과반수가 탄핵안을 가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일단 탄핵안 발의 조건은 충족한다.

    문제는 두 번째 단계다. 상원에서 하원의 탄핵안을 두고 재판을 연다. 상원의원 모두가 배심원을 맡는다. 하원 법제위원장은 고발인 대표를 맡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를 들은 뒤 100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2, 즉 67명이 탄핵에 동의해야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

    상원의 현재 의석 구성은 공화당이 51명, 민주당이 47명, 민주당 지지 성향 무소속 의원이 2명이다. 이번에 중간선거를 치르는 상원의석은 35석. 이 가운데 민주당이 기존에 의석을 갖고 있던 곳은 26곳, 공화당이 의석을 갖고 있던 곳은 9석이다. 민주당이 방어할 곳이 더 많다. 만약 민주당이 기존 의석을 모두 지키고, 공화당 의석 9곳까지 빼앗는다고 해도 상원 과반은 넘겠지만 60석은 안 된다.

    이런 점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탄핵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1868년 2월 앤드루 존슨, 1999년 2월 빌 클린턴 때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뇌물 수수, 반역, 기타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역’ 등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다.

    모든 조건과 절차가 충족돼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쳐도 민주당에게는 유리한 점이 없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 정부 승계 순위에 따라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부통령이 대통령을 맡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욱 강경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골수 공화당원이고, 故로널드 레이건 前대통령을 존경한다.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막말은 줄어들 수 있지만 정책은 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주당 지지 세력도 바라지 않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