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핵조사 동의... 남북한 2032 공동 올림픽 기대"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평양에서 이틀간의 정상회담 끝에 19일 평양공동선언을 내놨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5월 26일 비공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본질적 부분인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또다시 '의지'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을 두고 중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면서 다음 주 열리는 유엔총회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정상회담 끝에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고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적 관계 종식 ▲남과 북이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고,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 강구 ▲이산가족 근본 해결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남북 화해, 단합 분위기 고조 ▲ 한반도를 핵무기와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한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이룬다는 데 인식 같이함 등이 포함됐다.

    또 북한 김정은이 가까울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방문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先종전선언' 외친 北상대로… '비핵화' 마지막에 명기된 평양선언

    평양선언은 6개 항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논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비핵화는 선언 마지막 부분인 5조에 3개 항으로 배치됐다.

    5조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되어 있다.

    양측은 비핵화가 담긴 5조의 하위 항에서도 미사일 부분을 1항으로 배치한 반면, 영변 핵시설 등의 영구적 핵 폐기는 3항으로 미뤄뒀다.

    이는 통상적으로 합의문에서 중요한 조항을 먼저 나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하다. 군사합의·경제협력을 비핵화 조치보다 우선해 적시했기 때문이다.

    평양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내용은 1항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했다.

    2항에서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했다.

    3항은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 각 항 세부 내용 비교해보면 '비핵화 의지' 오히려 안읽혀

    평양선언에서 비핵화를 다룬 5조 2항의 내용 자체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조 2항은 처음부터 미국의 선 조치를 상정한 가정법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이 6.12 합의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나가면 이에 대응하는 의미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적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 담겼다.

    사실상 미국의 선행 조치를 못 박으면서도, 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북한의 대응은 '용의가 있다'는 식의 '변수'로 남겨둔 셈이다.

    이는 앞선 조항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우선 평양선언 전체에서 이 조항을 제외하면 가정법을 사용한 문장이 없다. 별도의 '군사 분야 합의서'에는 '해안포의 포구·포신 덮개 설치'는 물론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면서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를 분류해 명기한 부분까지 제시됐다.

    디테일에 이토록 신경 쓰는 북한이 가장 중요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용의'를 나타낸 수준에서 그친 것이다. 

    ◆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북한 비핵화'

    판문점선언 때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북한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났다. 이처럼 자주 만나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음에도 북한 비핵화 문제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더군다나 전문가와 야당은 평양선언에서 언급하는 내용이 '한반도 비핵화'여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이야기하는 실질적인 '북핵 폐기'와는 전혀 결이 다르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온 상태다.

    이날 평양선언 5조에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에게 있어 핵 위협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핵무기를 보유한 배경에 대해 "미국이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이고 우리에게 핵전쟁 위협을 가해온 데 대처한 불가피한 자위적 선택"이라고 설명하면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근원들이 제거된다면 구태여 우리가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핵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하는 듯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양 선언 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기대감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김정은은 최종 협상에 따라 핵 조사단을 받아들이기로 동의하고 국제 전문가의 입회하에 핵실험장과 발사대를 해체하기로 했다"며 "그때까지 로켓이나 핵실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군 유해 송환도 계속될 것이고, 남한과 북한도 2032 올림픽 공동유치를 할 것"이라며 "매우 신난다(exciting!)"라고 썼다.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풀리지 않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배후론'을 제기하며 대중 무역전쟁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제 평양공동선언을 두고 다가오는 유엔 총회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모습을 통해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미국의 진심을 상당 부분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비핵화에서 속도가 나지 않은 회담이었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올해 들어 3번째 양 정상이 만나 내놓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국민적 염원인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전혀 없다. 지난 1, 2차 회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며 "섣부른 경협약속은 북한이 비핵화 없이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오판을 하게 하며, 안보리 대북제재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