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부수법안·개헌특위 받아넘기면서도 탄핵 지연 가능성엔 '정색'
  •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구체적인 시일까지 언급되는 등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와 관련한 공개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아 눈길을 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구체적인 시일까지 언급되는 등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와 관련한 공개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아 눈길을 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거대 양당의 원내사령탑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한 공중전으로 일합(一合)을 주고받았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내 쟁점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으로 온통 쏠리는 것을 경계하며 여러 현안을 제기하자, 탄핵소추에 필요한 본회의 의결정족수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는 물러날 사안은 물러나며 '신경 분산'을 방지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2월 2일 또는 9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며 "탄핵소추안 발의 전에 여야가 처리해야 할 세 가지 숙제가 있다"고 화두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0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헌법이 정한 시한인 12월 2일 전에 처리돼야 하고, 탄핵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며 "지금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부수법안을 확정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개헌 논의 없는 탄핵은 벼락치기 정권교체 시도에 불과하다"며 "여야의 주요 정치지도자들도 한결같이 탄핵과 함께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는 만큼 정기국회가 끝나는대로 개헌특위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검찰 쪽 이야기는 다 들었지만, 피의자는 아직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거나 진술하지 않았다"며 "피의자인 대통령이 특검이나 국정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것을 듣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제안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3대 제안은 여당이 자중지란의 분당 위기에 빠져 이렇다할 당론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온 신경이 집중된 틈을 타 야당이 △법인세 인상 등 예산부수법안 △개헌특위 설치 여부 등을 입맛대로 처리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움직여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부수법안을 확정짓자"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주장은 이러한 일방적인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여야 합의를 통해 예산부수법안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헌특위 설치 또한 정세균 의장과 야당 원내지도부는 내년 1월 중에 설치하자는 입장인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기국회가 끝나는대로"라고 주장한 것은 이를 내달 중으로 앞당기자는 시한을 설정한 셈이다.

    이러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공개 질의'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답변'했다. 답변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발의 및 의결과 직접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양보할 뜻을 밝히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지연시킬 수 있는 제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법인세 (인상) 등은 누리과정 등 민생예산 확보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니, 정부·여당이 해법을 제시하면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며 "(개헌특위도) 12월로 며칠 당겨 설치하는 문제는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반면 탄핵소추안의 발의를 박근혜 대통령의 소명 이후로 미루자는 제안은 일축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통령 본인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아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는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질문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답변드린다"며 "탄핵 관련 본회의 안건 논의를 위해 조만간 뵙겠다"고 인사를 건네, 정진석 원내대표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탄핵 관련 타임테이블'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