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후보 없는데 더민주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 허가된 경위에 의문 제기
  •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방침임을 밝히며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이 들어간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의 벽보와 공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방침임을 밝히며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이 들어간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의 벽보와 공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13 총선에서 인천 부평갑에 출마해 26표차로 분패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의 불법적인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며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부평구민 여러분의 큰 성원에도 불구하고 26표 차이로 석패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야권단일후보' 표현과 관련한 선관위의 혼선과 잘못된 대응이 부평갑의 선거 결과를 결정적으로 뒤바꿨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병호 의원은 △'야권단일후보' 명칭이 사용되게 된 계기 △명칭 사용에 대한 선관위의 회신 △인천지법의 금지 가처분 이후 선관위의 대응 △벽보·공보물 등에 해당 불법 명칭 방치 △개표 과정에서의 의문 등 선거운동시작부터 투·개표까지 모든 단계와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의당 예비후보 없는데 누구와 단일화한 '야권단일후보'?

    인천 부평갑에는 정의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가 애초부터 없었다. 더민주와 정의당 사이의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단일화를 할 대상이 없었던 셈이다. 즉 더민주 이성만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고 한다면, 이는 자기자신과 '혼자 단일화'를 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러한 '단일후보' 표방은 유권자를 호도할 수 있어 불법이라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

    문병호 의원은 "2014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몇 사람의 후보 사이에서 단일화가 있지도 않았는데)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후보들 사이에서 경선이나 합의에 따른 단일화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판시돼 있다"며 "우리 지역이 바로 그러한 사례로, '야권단일후보'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데 특정 후보의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에서 하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선거유세를 하고 있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선거유세를 하고 있던 모습. ⓒ뉴시스 사진DB

    ◆2년 전 대법 판결과 배치되는 '야권단일후보' 허용 유권해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단일후보' 명칭의 사용이 강행되게 된 계기도 석연치 않다. 원내정당일 뿐만 아니라 원내교섭단체까지 이룬 제2야당 후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제1야당(더민주)과 제3야당(정의당) 사이의 단일화가 있었을 경우 '야권단일후보'를 참칭할 수 있는지 논란이 일자, 더민주 소속 박모 의원이 이를 선관위에 질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다음날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 부분이 의문"이라며 "이미 2014년에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선관위의 무능과 직무유기이며, 알고도 '야권단일후보' 명칭을 허용했다면 허위공문서작성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엄연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하고 회신했다는 주장이다. 사안의 중차대성에 비춰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달 25일 선관위의 이러한 유권해석이 내려지자, 인천 남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는 31일 인천지방법원에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다음날 인천지법은 2014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바로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불법적인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은 금지됐다.

    문병호 의원은 "이미 2014년도에 일부의 단일화만으로 '단일후보' 명칭을 쓸 수 없다고 판시가 됐는데 선관위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관위 직원의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회신으로 인천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불법'인데… 벽보·공보물은 투표일까지 여전히 '야권단일후보'?

    문제는 1일 인천지법이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불법적인 상태가 일정 기간 방치됨은 물론, 일부 불법 상태는 투표일까지 시정되지 않아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인천지법이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선관위도 뒤늦게 지난달 25일의 유권해석을 뒤집는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 금지"의 유권해석을 2일 뒤따라 내렸다. 그러면서도 "5일까지 현수막·명함·유세차·영상물 등에서 '야권단일후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3월 25일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부터 유예기간이 끝나는 4월 5일까지 열흘 동안 '야권단일후보'라는 불법 명칭은 아무런 여과 없이 유권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게다가 그 사이에 불법 명칭이 사용된 선거 벽보가 붙고, 공보물이 가가호호 발송되기까지 했다.

    문병호 의원은 "벽보에 기재된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삭제하거나 테이프 등을 붙여 가려달라고 요구했고, 공보물은 이미 집으로 발송돼버렸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이미 발송된 공보물 중)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은 잘못된 것'이라고 시정하는 내용의 별도의 공적인 문건을 만들어 발송해달라고 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그러한 시정 조치가 어렵다면, 허위 경력에 준해 투표 당일 투표소 앞에라도 '야권단일후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공시하도록 요구했지만 이조차 (선관위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불법적인 '야권단일후보' 명칭이 투표일까지 일부 핵심적인 홍보 수단을 통해 계속 유지되고 유권자에게 노출되는 상황이 야기됐고, 그 상황에서 투표가 치러져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문병호 의원의 주장이다.

  •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문병호 의원을 지원하러 온 박지원 의원이 기호 3번을 상징하는 손동작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문병호 의원을 지원하러 온 박지원 의원이 기호 3번을 상징하는 손동작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12만여 표 중 26표차… 전체 재검표 위해 소송 불가피

    문병호 의원에 따르면, 13일 선거일에는 개표가 70% 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부평선관위원장이 참관인 대표들을 소집해 "표차가 근소하다"며 "이대로 가면 어느 쪽에서든 재검표를 요구할텐데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모든 참관인 대표들이 "수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후 선관위는 개표가 완료되자 "전체 재검표를 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며 "전체 재검표를 하고 싶으면 후보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라"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문병호 의원은 당선인과 불과 26표차로 분패했는데, 이것도 원래 27표차였던 것을 무효표를 대상으로 일부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26표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2만4951명이 투표한 가운데 전체 무효표만 1422표에 달해, 26표차인 상황에서 전체 재검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병호 의원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과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을 분명한 전제로 하되 "후보자 측이 개표 과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고 개표 과정에 의문이 남는다는 것은 개표의 공정성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재검표를 위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당선무효소송… 선거 유효 전제로 개표 오류 다퉈

    문병호 의원이 이날 제기한 소송은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이다.

    당선무효소송은 공직선거법 제223조에 규정돼 있으며, 선거의 유효를 전제로 득표 정산의 오류를 다투는 소송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신속한 해결의 필요성을 감안해 제소 즉시 대법원에서 다루는 단심제이며, 대법관이 인천지방법원에 나와 보전된 투표함을 개봉하고 전체 재검표를 실시해 득표 수의 오류나 당선인의 뒤바뀜 등을 판단한다.

    전체 투표 수에 비해 1~2위 간의 표차가 26표로 대단히 근소하기 때문에 전체 재검표를 실시하기 위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로서 개표 결과에 대한 의문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로 볼 수 있다.

  •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유세차량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인천 부평갑 당선무효소송 및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 유세차량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선거무효소송… 현저한 불법 발생시 선거의 효력 자체를 다퉈

    반면 선거무효소송은 공직선거법 제222조에 규정돼 있다. 개별 후보자 특히 당선인의 불법선거운동으로 당선의 무효가 되는 것과는 달리, 선거의 전반적인 진행과 관리·집행 과정에서 현저한 불법성이 있어 선거 자체가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때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번 인천 부평갑의 사례에서는 애초에 선관위가 '야권단일후보' 명칭 사용을 허락하는 유권해석이 잘못됐고, 이에 따라 잘못된 '야권단일후보' 명칭이 사용됐는데도 그러한 불법성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선거가 강행됐기 때문에 무효를 다툴만한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관위가 후속조치에 소극적이어서 '야권단일후보' 표현이 들어간 벽보가 선거운동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붙여져, 유권자들이 대혼란을 겪었다"며 "'야권단일후보' 표현과 관련해 선관위의 잘못된 결정이 유권자의 선택과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선거무효소송을 통해 상관관계를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2000년 총선, 11표차 사례에서 선거무효 받아들여진 적 있어

    2000년 4·11 총선 당시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돼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 당시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주당 허인회 후보는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에게 11표차로 낙선하자 당선무효소송과 선거무효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이 중 당선무효소송은 대법관 입회 하에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두 후보자 사이의 표차가 11표에서 3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당락 자체는 뒤바뀌지 않아 기각됐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가 14명을 동대문을 선거구로 위장전입시켰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01년 6월 1일 대법원은 서울 동대문을 선거의 무효를 선언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선거무효소송에서 승소한 민주당 허인회 후보는 선거가 무효가 됨에 따라 그 해 10·25 재·보궐선거 때 함께 치러진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에 재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한나라당에서 새로 공천한 홍준표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