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하면 당대표 도전할 때 독될지 약될지…"유성엽 "민주정당 지향한다면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해야"
  •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국민의당이 26~27일 1박 2일간 경기도 양평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을 여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인 전당대회 연기 여부와 원내대표 합의추대 여부를 놓고 구성원 간의 온도차가 느껴지고 있다.

    ◆전당대회, '연기'로 가닥

    당헌에 따르면 늦어도 8월초까지 열어야 하는 전당대회를 놓고서는 당내의 중론이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는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던 박지원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박지원 의원은 26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국민의당은 당원도, 시·도당도, 사실상 중앙당 대의원도 없다"며 "(8월 전당대회 개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기는) 아주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유력한 당권 주자가 스스로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전당대회 연기' 방향으로 중론이 모이는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전당대회 연기론'이 안철수 대표는 수 개월간 대표직을 더 수행하면서 대권 가도로 나아가는 발판을 굳히고, 박지원 의원 등 당권 주자는 그 사이에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당내 장악력을 넓힌다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정치권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지원 의원은 "(전당대회 연기는)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몰려올 것인데, 지역위원장 공모·선정 등이 (8월초까지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며 "안철수의 대권 가도, 박지원이의 또 무슨 가도… 그렇게 돼서는 또 한 번 제2의 문재인의 길을 가게 될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여수(전남)=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박지원 적극적… 확대해석에는 "제2의 문재인될 뿐" 경계

    이에 대해 당내에서 각각 전남과 전북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중진인 주승용 원내대표와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도 동조의 뜻을 보였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와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연속 출연해 "국민들은 지금 전당대회를 열어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우리 당은 아직 당원도 거의 없고 지역위원장도 선임이 안 된 지역이 태반이라 무리하게 전당대회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하부 구조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성엽 원내수석도 같은날 TBS라디오 〈열린아침〉에 출연해 "나는 원칙론자적인 성격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어렵더라도 바짝 준비해서 당헌에 정해진 것을 가급적 바꾸지 않고 지키는 게 좋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도 "나와는 다른 의견이 다수 나왔고, 또 그러한 (전당대회 개최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굳이 전당대회 개최론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내비쳤다.

    ◆원내대표 합의추대는 난항 예상

    반면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한 문제는 쉽사리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 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된다.

    '합의추대론'의 대상이 당초 주승용 원내대표에서 박지원 의원으로 점차 옮겨가는 모양새인데, 박지원 의원은 '모두가 뜻을 하나로 모아 추대해준다면 짐을 지겠다'는 태도이고, 다른 주자들은 '박지원 의원이 맡겠다고 하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18~19대 국회에서 두 차례 원내대표를 했던 박지원 의원의 입장에서는 먼저 '내가 해보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그렇다고 다른 주자들이 선뜻 '맡아달라'고 나설 것 같지도 않아 '모양새'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박지원 의원은 설령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연기된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당권이나 대권에 반드시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라 자칫 '6개월짜리 원내대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여전히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접지 않고 있는 주승용 원내대표와 유성엽 원내수석의 입장까지 고려하면, 경선으로 갈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배제할 수 없다.

  • ▲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유성엽 원내수석부대표.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박지원, 원내대표하더라도 대권·당권은 도전 '강조'

    박지원 의원은 이날 "나는 이미 18~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두 번씩이나 했고 다른 후배들도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하는 게 좋다"면서도 "원내와 당내의 분위기가 (나를 추대하는 방향으로) 하나로 모아진다고 하면 그 짐을 져야겠다"고 다소 모호한 포지션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박지원이가 대권·당권에 나가라는 요구가 많아서 나도 그런 결심을 하고 의사를 표명했다"며 "만약 원내대표를 하면 당대표나 대권에 도전했을 때 이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다"고,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차기 전당대회에서 대권·당권 도전 의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권에 도전할 인사는 대선 1년 전까지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는 원내대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또, 당대표에 도전한다고 해도 그 전에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서 도전하는 것은 '출발선 평등의 원칙'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전당대회가 연말연초로 연기된다고 하면 늦어도 12월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부터는 당권 레이스가 시작될텐데, 그러면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그 전에는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임기 1년을 꽉 채워 수행할 수는 없게 되는 셈이다.

    ◆주승용 유보적, 유성엽은 합의추대 반대 입장

    한편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이미 밝힌 주승용 원내대표와 유성엽 원내수석도 '박지원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혀, 이 문제 전체가 '모호함'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사실 (원내대표를) 2개월 남짓 했고 한 번도 운영위나 협상 테이블에 나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계속 해보고 싶다"면서도 "대화를 통해서 합의가 가능하다면 합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엽 원내수석은 주승용 원내대표에 비해 '합의추대 반대' 입장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현재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원내대표 후보들은 박지원 대표에 비해서 까마득한 후배들"이라며 "출중한 능력이나 경륜·역량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겠지만, 3당 간의 원만한 조율이나 타협·협상에 있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면서 "어느 특정 한 부분으로 합의의 틀로 몰고 가는 것보다는 민주정당을 지향한다고 하면 새롭게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서 원내대표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의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좋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