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비례 많아 당직 배려 등 정치공학 난무… 줄여야 더 취지 맞게 운영될 것"장윤석 "1군 1광역의원 규정처럼 국회의원 선거도 특별선거구 제도 마련해야"
  • ▲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위원회의실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위원회의실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농어촌 지역을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선거구획정위원들을 직접 만나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방법으로 지역대표성을 유지할 것을 건의했다. 주초(週初) 경북·강원·전남·전북을 차례로 돌며 비례대표 축소와 지역구 의석 확대를 원하는 지역 민심을 들은 획정위원들도 의원들의 건의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1일 저녁 서울 사당역 인근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위원회의실에서 제10차 전체회의를 열고,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이 출석한 가운데 지역대표성을 살릴 묘수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새누리당 장윤석(경북 영천)·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전남 무안·신안)·박민수(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의원이 참석했다. 여당과 야당을 각 2명, 그리고 선거구 통폐합 가능성이 제기돼 지역대표성이 위협받고 있는 경북·강원·전남·전북에서 각 1명씩 초청해 최대한 민의를 수렴하려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참석 의원 중 최다선(3선)인 장윤석 의원은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에도, 획정위가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획정위는 현행법이 규정하지 않은 입법 사항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형성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결코 헌재 결정에 따른 숫자 퍼즐을 맞추기 위한 위원회가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시 지역의 분구에 따라 15석 전후의 지역구는 불가피하게 늘어날텐데, 그 수만큼 농어촌 선거구를 감소하는 것은 결국 농어촌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농촌대표성의 보장을 위해 감소하는 지역구를 최소화하는 것이 '착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한다면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는 것이 한 방법"이라며 "김대년 위원장과 여러 위원들은 획정위의 중차대한 책임과 권한·지위를 감안해 깊이 통찰해서 애국적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재선 의원인 이윤석 의원은 "불러줘서 고맙고,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 지역대표성과 투표 가치의 평등,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어려움이 있는 농촌과 어촌, 지방을 살리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워낙 따갑기 때문에 (의원 정수 증원은)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부분이 어렵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말한) 대로 비례대표를 대폭 축소해서 특히 도농 격차가 심한 농촌·어촌·지방에 의석을 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의 박민수 의원은 "70년대에는 군(郡) 지역에서 배출되는 국회의원이 70%였는데, 19대 국회에서는 군(郡)으로만 구성된 선거구 국회의원이 246명 중 18명"이라며 "농민단체 대표를 비례대표로 임명한 적도 있지만 도시 출신이기 때문에 농어촌대표성을 비례로 해결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진행된 국정감사를 마치고 오느라고 다소 늦게 도착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세종시는 인구 하한인데도 (공직선거법에서) 특별히 하나의 선거구로 인정했다"며 "이번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그러한 (농어촌 특별) 선거구가 한두 개 나온들 그것이 위헌이 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 농어촌 지역구를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선거구획정위 제1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새누리당 장윤석·새정치연합 이윤석·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농어촌 지역구를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선거구획정위 제1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새누리당 장윤석·새정치연합 이윤석·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은 "장윤석 의원의 '착한 방법' 의견을 인상깊게 들었다"며 "어떠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농촌대표성을 위한 호소가) 많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각 지역과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선거구획정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은 본격적으로 질의·응답을 통해 민의와 여론에 부합하는 획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신라대 교수인 강경태 위원은 "역대 획정위의 결과와는 달리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을텐데, 그러한 결과가 나왔을 때 (국민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교육과 의료 혜택이 가야 하는 지역은 불쌍한 농민들과 어민들이 사는 지역인데 국가에서 이렇게 버려둘 수가 있느냐"며 "소신껏 하되 300명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비례대표를 과감히 줄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고 답했다.

    국민 여론이 의원 정수 증원을 바라지 않고, 현원 내에서 조정을 한다면 비례대표를 대폭 축소하고 지역구 의석을 늘리라는 것이기 때문에, 민심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획정안이 마련된다면 국민들 사이에 충격이 있을 일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윤석 의원은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언론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회의를 하는 것이 참 좋다"며 "무슨 말을 두려워 하겠는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정당 득표의 비례성' '사회적 소수자 대변' 등 비례대표의 이론상의 기능에 주목해 그 정원 축소를 바라지 않는 획정위원들과 의원들 사이에서는 마찰음이 일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 획정위원인 김금옥 위원의 문제 제기에,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연혁을 보면 직능대표 또는 전국구의 성격이 강했다고 하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공천헌금 등 비판받을 부분이 많았다"며 "비례대표의 의미는 존중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에서 비례대표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역구 선거의 보완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숫자의 증감은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다"라며 "비례대표를 좀 줄이고 지역구를 늘린다고 해도 비례대표의 의의에 대한 잘못된 시각은 결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같은 당의 황영철 의원도 "지금까지 비례대표 의석이 여유로웠기 때문에 당직 배려 등 정치공학이 있었다"며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면 오히려 더 엄격하게 인식하고 직능대표 등 취지에 맞게 비례대표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이윤석 의원은 이날 교육·의료 등 국가의 정책과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할 곳은 농어촌이라며,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이 11일 저녁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열린 제10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이윤석 의원은 이날 교육·의료 등 국가의 정책과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할 곳은 농어촌이라며,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차정인 위원은 대뜸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법으로 획정위가 (지역대표성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문을 열다가, 이윤석 의원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윤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는 저희들의 의견을 들어서 반영해주려고도 해야지, 무조건 (비례대표 축소는) 안 된다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도 해야 하는 것이지, 아예 생각지도 말라는 것은…"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차정인 위원은 "그렇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섰고, 김대년 위원장도 "아직 아무 것도 합의를 이룬 게 없고, (차정인 위원의) 개별적인 소신일 뿐"이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한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과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이미 4개 군(郡)이 묶여 선거구의 면적이 수천㎢에 달하지만 또다시 인구 하한선에 미달된 선거구 등을 특별선거구로 지정해 의석 1석을 부여하는 방안을 놓고서도 획정위원들과 의원들은 다소 의견을 달리 했다.

    한신대 교수인 조성대 위원은 "농어촌 특별선거구는 지역 (공청회)에서도 많은 주문이 있었지만 헌재 결정을 위반할 수 없다"고 했으며, 충남대 교수인 한표환 위원은 "4개 군(郡)이 연결돼 있으면 특례를 달라는 것은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윤석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2조 1항 단서를 가리켜 "1개 자치구·시·군의 광역의원 정수는 최소 1명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인구 하한을 맞추지 못하는 군(郡)도 20여 개 있지만, 1군 1광역의원 기준에 따라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개 군에 1명의 국회의원을 둔다는 것은 입법정당성이 없지만,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최대로 하더라도 4개 군까지만 유지해 온 게 관례"라며 "더 이상의 행정구역이 포섭되는 것은 옳지 않으니 하나의 (입법) 기준으로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서울대 교수인 김동욱 위원이 "구체적으로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겠는가"라고 묻자, 장윤석 의원은 "농어촌 특별선거구라고 굳이 네이밍(명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부연했다.

    장윤석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1조 1항 후단을 가리켜 "각 시·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를 최소 3인으로 한다고 할 때, 이 조항이 적용될 곳은 제주도밖에 없다"면서도 "입법할 때는 '제주도의 국회의원 정수는 3인으로 한다'고 하지 않고 일반적인 조항인 것처럼 '각 시·도'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광역시의) 자치구는 사실상 적용될 여지가 없지만, 같은 방식으로 4개 자치구·시·군에는 1인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굳이 농어촌 특별선거구라고 하지 않아도, 학자들이 자연스레 농어촌 특별선거구를 위한 규정이라고 명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