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의원들, 내달 8일까지 계속되는 국감 일정 속 대응책 마련에 부심
  • ▲ 지역구 의석 수를 244~249석 범위로 하는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대해 농어촌 지방 의원들이 21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동이 끝난 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등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역구 의석 수를 244~249석 범위로 하는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대해 농어촌 지방 의원들이 21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동이 끝난 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등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년 4월 13일에 실시될 20대 총선의 지역구 선거구의 숫자를 244~249석으로 결정한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18~19일 이틀간 연속으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지역구 244~249석의 범위 내에서 하나의 안을 채택해 내달 13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농어촌·지방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21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대표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농어촌·지방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현행 지역구 의석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선거구획정위의 방침에 깊은 유감과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농어촌·지방을 외면한 모든 선거구 획정 논의에 반대하며,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선거구획정위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할 것 △농어촌 특별선거구 제도를 채택할 것 △지역구 의석을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축소할 것 등을 요구했다.

    농어촌 특별선거구 제도란, 하나의 국회의원 지역구가 4개 군(郡)을 초과하게 될 경우 인구에 미달하더라도 그 4개 군에는 1석의 국회의원 의석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광역의회 단위까지만 보장돼 있는 제도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2조 1항의 단서는 '자치구·시·군의 시·도의원정수는 최소 1명으로 한다'고 규정해, 인구에 미달하는 군(郡)이더라도 최소 1명의 도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해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것은 여야 정치권의 대다수 의원들의 중론으로, 국민 여론도 이같은 입장에 서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을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37.0%로 가장 많았다.

    일찍이 비례대표 의석 축소와 지역구 의석 확대를 주장해 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획정안을) 확인해보면 6개 군이 1선거구가 되는 곳이 2개가 있고, 5개 군이 1선거구가 되는 곳도 2개가 있다"며 "현재로도 농촌 지역에 4개 군을 1선거구로 한 지역이 많이 있는데, 그 지역 국회의원은 현실적으로 4개 군을 관리하기가 정말 힘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1선거구가) 4개 군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을 주장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했다"며 "(선거구획정위의) 비현실적인 안에 대해 정개특위를 빨리 열어서 기준을 여야 간에 합의해야겠다"고 지적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강원도는 무려 6개 군이 1개의 선거구로 묶여, 도시지역 선거구 면적의 수백 배에 이르는 기형적 농어촌 선거구가 등장하게 된다"며 "갈수록 심화되는 도농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선거구 획정에서 농어촌을 무작정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의원정족수는 300명으로 하되, 지역구 숫자와 비례대표 숫자를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야당이 비례대표 수를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도농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새정치연합에 화살을 돌렸다.

  • ▲ 새누리당 장윤석·황영철·박덕흠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 철회와 여야 지도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한 뒤,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장윤석·황영철·박덕흠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 철회와 여야 지도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한 뒤,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농촌 지역대표성 사멸의 원흉처럼 지목된 새정치민주연합도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윤석 조직본부장 등을 중심으로 농어촌 지역구 문제에 심도 있는 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농어촌 의석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우리 당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회내의 의석 비중이 해가 갈수록 급전직하하고 있는 농촌 지역 민심은 이번 결정에 격앙된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 제헌의회 당시 22석이었던 전라북도는 현재 11석으로 반토막이 난 데 이어, 이번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한 자릿수 의석 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날 황영철·이윤석·장윤석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가뜩이나 농어촌이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국회의원 선거구마저 없어진다면 농민들의 반란도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가의 먼 미래를 봤을 때는 비례대표를 줄이더라도 농어촌 선거구를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흉흉한 지역 민심을 전했다.

    문제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행동을 취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선거구획정위는 내달 13일까지 확정된 선거구획정안을 정개특위로 넘길 것을 공언했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3항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을 단 한 차례만 되돌려보낼 수 있을 뿐 직접 손대거나 수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내달 13일에 획정안이 넘어오면 그 때부터는 단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만 있을 뿐 달리 손을 쓸 방법은 없게 된다. 헌정 사상 최초로 선거구획정위가 독립 기구로 구성됐다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국회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획정안이 제출되는 내달 13일 전에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여야 간의 대타협이 이뤄져야 하는데, 26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돼 의원들이 지역구로 낙향하는 관계로 대거 국회를 비우고 내달 8일까지 국정감사가 계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행동에 나설 시간 자체가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점을 질문받은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사실 우리의 고민도 그것"이라며 "아주 긴박한 시점에 있는데 국회는 국감 중이고 국감 사이에 추석 연휴가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타이밍"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국감 일정이 없고 추석 연휴가 끼어있지 않다면 당장이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몰려가서 요구를 강하게 표출하고 싶다"며 "여러 의사 일정과 맞춰서 고민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23일에는 농업경영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농민들이 여의도에서 집회를 갖고 농어촌 특별선거구 설치 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상경(上京) 투쟁을 예고하며 "우리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혀,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 외에 단식 농성 등 더 강력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