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취지대로 운영돼 왔나… 30석으로도 다양한 가치 반영 가능"
  • ▲ 선거구획정위가 9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전북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획정위원들이 진술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가상준·한표환·조성대·차정인 위원.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선거구획정위가 9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전북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획정위원들이 진술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가상준·한표환·조성대·차정인 위원.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라북도의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 지역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구 의석 수를 270석으로, 비례대표 의석 수를 30석으로 하자는 제안이 재차 공론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의 이경재 윤리심판위원은 9일 오후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246석의 지역구 의석을 270석으로 증원하고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구획정위 공청회에서 김종철 법무법인 새서울 대표변호사가 인구 하한 12만 명, 상한 24만 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30석을 제안한 바 있지만, 지역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 재차 공론화된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재 위원은 "제헌의회 때 전북에 22개 선거구가 있었는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다 뽑혀져 나가 22개에서 14개, 11개로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20대 총선에서는 9개로, 의석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농촌은 피폐하고 FTA에 따른 불안 심리와 초고령화에 신음하고 있는데, 정치력마저 상실하면 입김을 낼 수단조차 없어지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국회 상임위가 16개이니 전북에서 상임위별로 1명씩은 들어가야 할텐데, 9~10명이 되면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무주·진안·장수·임실 선거구는 서울 동대문에 비해 관할 면적이 500배가 넘는데, 또 통폐합이 된다고 한다"며 "이것은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자는 제안은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이 밝힌 바와 일맥상통한다. 유성엽 의원은 지난달 31일 강창일 제주도당위원장·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과의 공동 성명을 통해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대표성 위축을 막자고 제안했었다.

    이경재 위원은 "(정의당·시민단체 추천 패널들이 진술한) 소수자·약자 존중(을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비례대표가 과연 그런 취지로 운영돼 왔느냐, 정당대표 손아귀 안에서 배치되지 않았느냐"고 힐문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가) 54명 있지만 이 분들이 과연 소수자·약자·다문화·장애인 등 다양한 가치 반영하고 대표하고 있느냐"며 "대표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농어촌과 직능별 대표 등 원래 취지대로 운영하면 30명으로도 다양한 가치를 대표하기에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이병렬 우석대 교수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석 수가 5대5…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며 "선거구도 빈익빈 부익부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하겠느냐"라고 개탄했다.

    이어 "5~6개 군(郡)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으면 주민들 의견을 들을 시간이 있겠느냐"며 "인구대표성과 함께 지역대표성도 정말 엄청나게 강조하고 싶고, 그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구획정위원들께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다만 이병렬 교수는 "국회의원 수가 많아진다고 일을 잘하고 나라가 발전하느냐"며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라고 선을 그었다. 이 역시 새정치연합 3개 도당위원장과 농어촌 주권지키기 의원모임 등 최근 정치권의 다수 논의와 맥락을 같이 하는 입장이다. 의원 정수는 300명 현원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이다.

  • ▲ 선거구획정위가 9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전북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진술인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성원 전북일보 정치부장, 이병렬 우석대 교수, 이경재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윤리심판위원.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선거구획정위가 9일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전북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가운데, 진술인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성원 전북일보 정치부장, 이병렬 우석대 교수, 이경재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윤리심판위원. ⓒ전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성원 전북일보 정치부장은 "행정구역의 수가 일정 수를 넘거나 선거구 면적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면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로 묶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지역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주진안장수임실 선거구는 면적이 2550㎢라 정방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종횡으로 50㎞인데, 실제로는 그런 모양도 아니고 도 면적의 31.7%를 차지하고 있다"며 "면소재지에서 면소재지까지 네이버 빠른길찾기에서 찍어보니 자동차로 2시간 11분 걸리는데, 국회의원이 면소재지만 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마을까지 찾아다닌다고 하면 그 사이에 KTX를 타고 서울까지도 다녀오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20대 총선에서는 이 선거구가 단일 선거구가 되지 못하고 또 합쳐져야 한다"며 "20년 전에 도농 통합하면서 시(市)가 된 군산·익산·정읍·남원·김제 중에서도 정읍·남원·김제는 시인데도 단일 선거구가 못 되는데, 시와 군(郡)이 따로 한 명씩 국회의원 뽑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지역이 완전히 몰락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여러 군(郡)이 묶이면 지역마다 특산품도 다르고 지역 요구도 다르고 특색과 문화도 다른데…"라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겠느냐"라고 부르짖었다. 이 대목에서 이성원 정치부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더듬으며 목소리를 떨기도 했다. 그는 직후 "이러한 선거구 획정은 역사 의식도 없고, 국가와 민족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날 공청회에 출석한 다른 진술인들은 의원 정수 증원 등 다른 대안을 주장했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는 "새정치연합은 지금이라도 혁신위에서 나온대로 (369석 증원안을) 공론화하고 맞을 매를 맞으라"고 했고, 김종만 시민행동21 대표도 "의원 정수 300명 고정은 정치권이 너무 기회주의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전북도당의 김종화 조직국장은 "비례대표제 확대와 함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진보정당이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새누리당 전북도당의 김창수 대변인은 "12~13석으로 전북의 의석을 늘리는 것보다도 전북에서 일당독식 상황이 20년 넘게 계속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영기 대표는 지역구 의석을 늘려 인구 하한선을 낮추자는 제안에 대해 "하한선을 내리면 전북에서 1석을 지키려다가 수도권이 20여 석이 늘어나서 수도권만으로 과반수가 넘어버린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현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위원은 고육지책(苦肉之策)임을 전제로 "농촌 지역은 아기들 울음소리가 없어진지 오래됐으니, 인구 수 대신 유권자 수로 (선거구 획정을) 하는 것은 어떠냐"며 "선거구 획정에 인구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지세·교통·기타 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공선법 조항에만 충실해도 훨씬 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선거구획정위의 한표환 소위원장과 가상준·조성대·차정인 위원이 오전에 전남 무안의 전남도의회에서 전남 지역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오후에 전북 전주로 올라와, 7인의 진술인의 의견과 함께 방청석의 자유 진술 의견도 청취했다.

    한표환 소위원장은 "지난해 7월 30일 인구 상하한 편차가 2대1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결정으로 투표 가치의 평등이 절대적인 가치로 강조되면서 수도권과 농어촌이 양분돼, 농어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농어촌의 현실에 함께 공감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