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승리시 오세훈 함께 날고, 정태호 패배시 문재인 함께 흔들려
  • ▲ 3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4.3%의 지지율을 얻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3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4.3%의 지지율을 얻어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조기 과열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가 3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와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의 현지 출마 선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전날 관악을을 찾아 같은 당의 정태호 후보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관악(을)은 지금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라며 "본 선거 기간도 아닌데 뜨겁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말대로 관악을 보궐선거는 조기 과열되면서 투표까지 아직 26일 남았지만, 이미 본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만 같은 분위기다.

    3일 발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단 한 번도 현 여권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4.3%의 지지율을 얻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15.9%)의 지지율을 두 배 넘게 앞서는 수치다. 구 통진당 소속의 직전 국회의원인 무소속 이상규 후보는 2.0%, 애국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애국시민단일후보로 추대된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0.7%에 그쳤다.

    이날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관악을 보궐선거의 관전 포인트와 전망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신환, 이대로 쭉 앞서가다 골인하면 오세훈 정계 복귀에도 '청신호'?

    아직 선거전 초반이지만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기세가 무섭다. 오신환 후보는 이날 여론조사에서 34.3%로, 다른 '빅3' 후보인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15.9%)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13.3%)를 합친 수치를 웃도는 지지율을 얻었다.

    이런 오신환 후보 뒤에는 '오브라더스'라 불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오신환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데 이어, 2일에도 관악구 펭귄시장을 찾아 오신환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이날 오세훈 전 시장은 상인들에게 일일이 "분위기가 어떠냐" "오신환 후보가 되겠느냐"고 물으며 "한 번 일할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기간 내내 오신환 후보를 총력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당시 서울시의원이던 오신환 후보와 손발을 맞춰 관악구의 수많은 민원 현안을 해결한 바 있다. 수십 년간 난제로 남아 있던 관악구 미성동 아카시아마을 상수도 공급 문제를 해결한 것도 오세훈 전 시장과 오신환 후보다. 이 때문에 오세훈 전 시장은 관악을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오브라더스'가 호흡을 맞춰 27년간 현 여권 후보의 국회 입성을 허용치 않았던 관악을의 변화를 이끌어낼 경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계 복귀 수순에도 청신호가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30일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태호 후보를 유권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30일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태호 후보를 유권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태호의 순위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 영향 받을까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이날 여론조사에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시소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호 후보는 15.9%의 지지율을 얻어, 정동영 후보(13.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가 이날에야 관악을 현지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 요인이 있다.

    결국 누가 관악을의 '야권 대표 주자'로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셈이다. 정동영 후보가 이 지역에서 민선구청장을 두 차례 지내고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정태호 후보와의 당내 경선에서 0.6%p 차이로 석패했던 김희철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자리에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내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앙 정치권에서 문재인 대표의 친노패권주의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구민주계·동교동계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보궐선거 지원에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관악을에서는 지역의 비노 맹주(非盧 盟主)인 김희철 전 의원의 거리 두기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만일 정태호 후보가 새누리당 오신환~국민모임 정동영 후보에 뒤처져 최종 순위 3위에 그치거나, 우여곡절 끝에 정동영 후보를 제치더라도 오신환 후보에게 대패한다면, 2·8 전당대회 이후 나름 순항 중인 문재인 체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정태호 후보는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비서관 등을 역임하면서 문재인 대표와 한솥밥을 먹은데다, 후보 출마 직전까지 문재인 대표의 정무특보를 맡은 바 있다. 정통 친노 본당(親盧 本黨)인 정태호 후보의 당락은 문재인 체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무소속 변희재 후보의 선거사무소 전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무소속 변희재 후보의 선거사무소 전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동병상련 나눴던 무소속 이상규·변희재 후보, 결국 누가 웃을까

    구 통진당 소속이었던 무소속 이상규 후보와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지난달 27일 신림역에서 만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서로 뼈가 있는 첫 마디를 주고받았던 두 후보는 이내 무소속 후보의 고충에 동병상련의 심정을 내비쳤다.

    변희재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 위촉하기가 힘들다"는 말에, 이상규 후보는 "나는 정당 (소속)이었는데 오죽하겠느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소속 이상규 후보는 2.0%, 무소속 변희재 후보는 0.7%의 지지율을 얻어 이른바 '빅3'(오신환·정태호·정동영) 후보에 비해 큰 격차를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상규 후보가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나 노동당 나경채 후보 등 여타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중도 하차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지만, 구 통진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동작을 선거에서 (구 통진당 소속이었던) 유선희 후보가 노동당 지지 선언을 하고 중도 하차했지만, 그 이후 노동당 후보가 다시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하차하는 바람에 웃음거리만 됐다"며 "이번에는 이상규 후보가 완주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소속 변희재 후보도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고 있는 만큼, 선거를 완주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이들로서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이 지나치게 낮은 점이 뼈아프다. 이상규 후보 측에서는 내심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 이상의 득표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희재 후보는 2~3%대 지지율로 시작할 경우, 선관위 주관 TV토론에 출연할 수 있는 5% 지지율을 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결국 무소속 이상규·변희재 후보의 희비는 이들의 지지율과 최종 득표율이 △선관위 주관 TV토론에 나서서 자신의 주의주장과 존재를 알릴 수 있는 5% △법정선거비용의 반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 △법정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중 어느 구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변희재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가는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며 "지지율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3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유선 RDD 조사 방식에 따라 3월 31일부터 4월 1일에 걸쳐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였다.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0%이며, 자세한 조사 내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참조할 수 있다.